아프가니스탄 북부 마자르이샤리프에 사는 자바르 라마니(가명)의 말이다. 미군의 철수 완료 이후 본격적인 탈레반 통치가 시작된 첫 아침, 아프간 곳곳이 공포와 절망으로 덮였다고 3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탈레반을 피해 피난온 아프간 여성과 자녀들. [AP=연합뉴스] |
이에 따르면 라마니는 대다수가 이슬람교 신자인 아프간에 사는 소수의 무신론자 중 한 명이다. 아프간 내 무신론자들은 그간 수도 카불과 마자르이샤리프 등에 작은 공동체를 형성하며 삶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전 정부에서도 숨어 지내다시피 한 이들은 이제 언제 고발될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여 있다.
라마니는 탈레반의 위협을 피하고자 수염을 기르고 아프간 전통의복을 입기로 했다. 그는 “탈레반 치하에서는 삶과 죽음의 거리가 매우 가깝다”며 “우리의 정체를 아는 사람들이 탈레반에 얘기할 수 있다. 또 그렇게 안 해도 하루에 다섯 번은 기도하러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 땅을 위해 무언가 해보겠다는 나의 다짐은 이제 사라졌다”며 “한 세대의 꿈이 이렇게 된 것은 탈레반뿐 아니라 국제사회에도 책임이 있다. 이렇게 떠날 거면 애초에 왜 왔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아리파 아마디(가명)도 청바지와 서구식 옷들을 불태우는 것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그는 “오빠가 나가서 부르카를 사왔다”며 “청바지와 함께 내 희망도 불태워졌다. 나는 이런 삶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불과 3주 전에 파라 주(州)에 있는 세관 사무소에 취직한 그는 친구들과 축하 파티를 벌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에서 쫓겨났다. 이미 아프간 현지에선 여성 직장인의 상당수가 사무실을 떠나라는 통보를 받은 상황이다.
아마디는 “지금 내 자리에는 긴 수염을 한 남자가 앉아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년 동안 친서방 기조의 정부 아래서 자유를 누리며 자란 세대에겐 낯선 풍경이다.
31일(현지시간) 부르카를 입은 아프간 여성들이 카불 시내를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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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평소 달리기를 즐겼던 레샤드 샤리피(가명)도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등산에 나섰다가 “돌아가서 무슬림처럼 입고 다시 오라”는 탈레반의 위협을 받아야 했다. 그는 “탈레반은 날 보고 멈춰 세우더니 곧바로 총을 겨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가디언은 “탈레반 지도부는 아프간 주민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들이 말단 병사들의 행동까지 통제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전했다.
이날 로이터 통신도 “음악 등에 대한 탈레반의 공식 경고는 없었지만, 주민들은 스스로 이를 멈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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