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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함 내건 한빗코·고팍스도 원화마켓 탈락...가상자산 업계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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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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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지침에 발맞춰 수년째 우회적 원화거래를 포기하거나, 상장피(수수료)도 받지 않았던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정부가 '빅4' 위주의 시장을 유지하겠다고 선언하자 일제히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일부업체들은 은행계좌 발급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며 정부의 일방적 '시장쪼개기'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꼼수는 없다" 수익없이 4년 버틴 한빗코...노력을 배신한 금융당국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마감일인 이날까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와 은행계좌를 확보한 거래소는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으로 집계됐다. 사실상 이 네곳의 거래소만 원화기반의 가상자산 거래를 중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던 일부 거래소들은 은행들이 일제히 등을 돌리면서 결국 폐업위기에 직면했다.

가장 억울함을 토로하는 곳은 4년간 수익없이 정부의 지침을 따른 거래소들이다. 대부분의 중견·중소거래소들이 상장피와 벌집계좌를 통해 수익을 벌어들였지만 일부 거래소들은 정부의 지침에 발맞춰 사실상 수익을 내지 못하고 3년간 버텨왔다.

대표적인 예가 한빗코다. 지난 2018년 서비스를 시작한 한빗코는 메릴린치와 크레딧스위스, NH증권 등 전통 금융업 출신의 금융 베테랑들이 모여 만들었다. 한빗코는 설립 당시부터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원화마켓을 열지 않고 코인마켓으로 4년 가까이 사업을 이어왔다. 원화마켓을 열지 않았으니 자연스레 벌집계좌도 사용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매년 적자에 허덕였다. 실제 한빗코는 원화마켓이 없기 때문에 거래되는 코인수가 20여개에 불과하다.

특히 김성아 한빗코 대표는 업계를 대표해 지난 2018년부터 한국블록체인협회의 초대 거래소 위원장을 맡으면서 '벌집계좌' 없이 코인마켓만을 운영하는 뚝심을 보여왔다. 당장 눈앞의 수익을 포기하더라도 정부와 보폭을 맞추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은행계좌를 받지 못한 탓에 한빗코는 또다시 지난 4년의 가시밭길을 이어가게 됐다. 한빗코 관계자는 "오늘 사업자 신고를 접수할 예정"이라며 "타 거래소와 달리 원화마켓이 종료된다는 불안감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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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앞세운 고팍스...전북은행 희망고문에 울다

관련업계에선 한빗코와 더불어 고팍스 역시 실명계좌 확보가 유력할 것으로 봤다. 고팍스는 지난 2015년 설립된 스트리미가 문을 연 거래소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가운데 가장 먼저 ISMS 인증을 받은 것이 특징이다. 글로벌 보안 표준인 ISO/IEO 27001도 획득했다. 업비트와 빗썸 등 대형사들도 한차례 이상 당했던 해킹 피해도 고팍스엔 없었다.

또 지난 2015년 신한은행으로부터 투자를 유치, 최근에는 미국의 투자사 그레이스케일 계열 디지털 커런시 그룹(DCG)의 투자까지 유치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확보했다.

이때문에 고팍스는 지방 유력은행과 줄곧 은행계좌 발급 가능성을 타진, 실제 지난 23일까지 긍정적이라는 답신을 받았다. 그러나 이같은 희망고문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고팍스 관계자는 "특금법에 따른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마감일인 이날까지 전북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논의를 진행했지만 결국 발급이 어려울 것 같다는 통보를 받고 코인마켓 전환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관련업계에선 국정감사를 앞두고, 계좌 발급을 약속했던 은행권이 등을 돌린 것으로 해석한다.

실제 이준행 스트리미 대표는 이날 전직원 메일을 통해 "지난 15일 고팍스에 실명계정을 발급하기로 한 JB금융지주 이사회의 결의에도 불구하고, 신고 수리 마지막날 전북은행 측이 실명계좌 발급 확인서 발급 부결 통보는 석연치 않게 여겨지는 부분이 있다"며 "부결에 대한 사유도 아직도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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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금법의 핵심 '은행계좌' 밀실에서 정했다...명확한 발급기준 無

이에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정부 지침 잘 따르고 사고 한번 안 친 거래소들도 실명계좌를 받지 못하면 누가 받을 수 있는거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금법 상, 원화 거래소의 핵심 기준인 실명계좌 발급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은행과 금융당국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계좌 발급이 결정되는 만큼, 해킹 피해가 없거나 벌집계좌를 쓰지 않았던 거래소는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업계에선 결국 투자자들이 많이 몰린 4곳의 대형거래소에 면죄부를 주고 시장을 축소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인다.

한국블록체인학회장인 박수용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며 "정부가 실명계좌 발급과 그에 따른 책임을 은행에 떠넘긴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발생시 책임소재도 불분명하다보니 아직까지 제대로 정리된 것이 없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렇게 되면 관련 산업에 리스크가 커진다"며 "산업의 관점으로 육성하려는 것이 아니라 등 떠밀려서 하는 규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 역시 "해외시장에서 자금을 수혈한 업체들은 이같은 한국의 규제불확실성에 대해 더욱 당혹을 느낄 것"이라며 "추가적인 사업자가 선정되도, 결국 정부가 콘트롤이 가능한 여의도 메이저 금융권에게 키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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