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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이슈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대장동 정면돌파’ 이재명···‘유동규 구속’에 “살피고 살폈지만 부족했다” 유감 표명,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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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복합문화카페 ‘누구나’에서 열린 청년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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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4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된 것과 관련해 “살피고 살폈지만 부족했다”며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했다. 연일 자신을 향한 공세에 대해 정면 반박하며 강공을 펼치던 것과 달리 몸을 낮춘 것이다. 당 후보 확정까지 ‘9부 능선’을 넘었지만 대선 본선과 국정감사 등을 앞두고 ‘정면돌파’ 전략을 일부 수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 지사는 이날도 야권의 책임 추궁과 ‘특별검사 도입’ 등 공세에 대해선 선을 그으며 물러서지 않았다. 향후 대장동 의혹 수사상황에 따라 이 지사의 대선 전략과 운명도 계속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지사는 이날 서울 지역 공약 발표 현장에서 “3000여명의 성남시 공무원과 1500여명의 산하기관 소속 임직원의 관리책임은 당시 성남시장인 제게 있는 게 맞다. 과거 제가 지휘하던 직원이, 제가 소관하는 사무에 대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해선 “개발 이익의 민간 독식을 막으려고 혼신의 힘을 다했으나 역부족이었다”며 “제도적 한계와 국민의힘의 방해로 개발이익을 완전히 환수하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상심을 빚은 점을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했다. 이 지사가 해당 의혹에 대해 자신의 관리책임을 인정하는 발언을 하며 고개를 숙인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전날 ‘2차 슈퍼위크’ 경선에서 과반 승리를 거두며 사실상 결선 없는 본선 직행을 거의 굳혔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같은 날 유 전 본부장이 구속 수감되고 관련 의혹이 증폭되자 이 같은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야당 등 일각에서 유 전 본부장을 자신의 최측근으로 분류하며 공세를 하던 것에 대해 “측근이 아니다” “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냐”며 거세게 반박하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이를 놓고 당 안팎에선 향후 대선 본선에서의 중도층 공략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나온다. 오는 18일과 20일로 예정된 경기도 대상 국회 국정감사 출석을 대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지사 측 한 중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치러지는 경선을 넘어 이제는 본선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이 지사의 직접적 잘못은 없지만 해당 의혹이 계속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국민적인 의문들에 대해 직접 해명할 건 해야 한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이 지사는 이날 해당 의혹에 대한 자신의 직접적인 책임을 추궁하는 야당의 공세에 대해선 정면 반박을 이어갔다. 그는 국민의힘을 향해 “화약을 발명한 노벨이 9·11 테러를 설계했다는 식의 황당한 소리”라며 “민간업자들의 엄청난 개발이익 분배를 이재명이 설계했다고 억지 주장하고 있다”고 역공했다. 이어 “특혜를 준 것이 아니라 특혜를 해소한 것이다. 제가 사과할 일이 아니라 칭찬받아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유 전 본부장 사건을 ‘화천대유 뇌물수수 사건’이라고 부르면서 “성남시장부터 지금까지 공직사회를 향해 항상 강조한 것이 부패지옥 청렴천국, 부패즉사 청렴영생이었다”며 “검찰 조사를 지켜보면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장동 사업에서 민간이 과도한 이익을 가져가긴 했지만 본질은 토건·기득권 세력으로부터 공공이익을 확보한 성과이고 유 전 본부장 구속 건은 개인적 일탈 행위라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우려도 적지 않다. 야당의 공세가 점점 거세지고 있는 데다가 검·경 수사 상황과 언론의 의혹보도 역시 연일 쏟아지는 상황에서 그때그때마다 해명과 반박을 하는 식이라면 자칫 ‘대장동 대선’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하루빨리 수사가 마무리되는 게 가장 좋은데, 어떤 의혹이 더 나올지도 모르고 수사가 언제 끝날지도 몰라 대장동 사건에 계속 휘둘리게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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