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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세상人] e스포츠 '보라스' 꿈꾸는 남자 박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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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고용준 기자] 박찬호 추신수 류현진 등 과거부터 현재까지 코리안 빅리거 뒤에는 언제나 슈퍼 에이전트로 불리는 이 남자가 있었다. 선수들에게는 천문학적인 계약을 이끌어내며 수호천사로 불리는 스캇 보라스다. 소속 선수들과 달리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그를 '예수 그리스도의 적'이라 부를 정도로 팀들 사이에서는 악명이 높다.

스캇 보라스를 메이저리그 최고의 에이전트로 부르는 이유는 선수들의 재능을 알아보고,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업적인 목적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선수들과 친밀도 역시 높고, 접근 방식도 탁월하다.

선수 출신의 보라스는 마이너리그 야수 출신으로 오랜 부상 끝에 선수 시절에는 빛을 보지 못하고, 일찍 은퇴를 했다. 선수 생활을 접고 법대로 진학해 전업 에이전트의 길을 걷게 됐다.

규모는 다르지만 e스포츠 시장에서도 다른 프로스포츠 처럼 스토브리그가 엄연히 존재하고 에이전트 역시 활약하고 있다. 나날이 시장이 커져가고 한국 e스포츠 시장에서도 스캇 보라스를 꿈꾸는 사람이 있다. 한국 e스포츠씬에서 스타크래프트 시절부터 지도자로 출발해 잔뼈 굵은 베테랑이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가 주류가 된 이후 여러 차례 강한 좌절을 경험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일어선 그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바로 박재석 쉐도우 코퍼레이션 대표다.

사실 한국 e스포츠 시장에서 e스포츠 에이전트는 다소 생소한 직업이다. 다른 스포츠 종목을 관리하는 대형 스포츠 에이전시도 이제 걸음마 단계에 불과할 정도다. 어떻게 보면 e스포츠 에이전트의 개척자로 불릴만한 사람이 박재석 대표다.

앞서 언급한 처럼 박재석 대표는 e스포츠를 오랜기간 즐겨보는 팬 이라면 몇 번은 들어봤을 이름이다. 우리나이로 올해 서른 일곱살인 박 대표는 십대 시절에는 스타크래프트 유명 클랜이었던 포유의 클랜 마스터로 e스포츠와 인연을 맺었고, 지난 2007년 STX 소울 코치로 본격적인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이제는 한국 e스포츠를 대표하는 간판 에이전트로 자리매김했다. LPL서 활약하고 있는 빌리빌리게이밍(BLG) 김정수 감독, 인빅터스 게이밍(IG) 정노철 감독, 에드워드 게이밍(EDG)의 롤드컵 진출을 이끈 '바이퍼' 박도현이 거물급 지도자와 특급 선수들이 포진해 있다.

이외에도 '에이밍' 김하람, '제카' 김건우, '킹겐' 황성훈 등 리그서 활약하고 있는 수준급 선수들이 박재석 대표를 신뢰하고 일을 맡기고 있다.

▲ 악운 속에서 식지 않았던 열정, 숙명처럼 다가온 에이전트

2012년 STX가 해체 되기 직전 프로리그 우승에 힘을 보탰던 박재석 대표는 STX와 해체와 함께 군에 입대해 국방의 의무를 수행했다. 2년 뒤 2014년 전역하고 나서 그는 전남과학대학교 e스포츠 팀인 CTU에서 코치로 복귀하면서 지도자 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중국으로 떠나 LPL팀인 OMG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롤드컵 진출 좌절의 책임을 지고 팀을 떠났다. 한국으로 돌아와 스베누의 감독을 맡았지만, 강등의 수모를 겪었고, 절치부심해 다시 올라온 승강전서 무너지면서 강등의 고배를 또 마셔야 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스베누는 해체되는 좌절을 겪었다.

시련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강등'이라는 악재 속에서 LCS 디그니타스(Team Dignitas)에서 다시 기회를 지휘봉을 잡았지만 스프링 시즌이 끝나기도 전인 두 달만에 성적부진을 이유로 방출됐다.

디그니타스 시절 당시 코치였던 '롤드컵 청부사' 김정수 BLG 감독과 인연이 시작됐지만, 큰 뜻을 품고 넘어간 미국에서 당한 기억은 훗날 에이전트로 만든 계기가 됐다. 반년간 공백기를 거친 박재석 대표는 손대영 감독의 부름으로 중국 아이메이에서 재기에 성공했고, 그 인연으로 빌리빌리 게이밍으로 지도자 생활을 계속하게 됐다.

"제가 LOL 지도자로 초기에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어요. LCK 강등도 있었고, 강등을 당한 뒤 다시 올라온 승강전에서 또 실패했었죠. 상황이 계속 안 좋아지는데, 국내에서는 제가 갈 수 있는 팀들도 없었어요. 어떻게 보면 그 때 손을 내밀어준 디그니타스를 저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었죠. 꿈과 희망을 품고 간 그곳에서 계약해지를 당하게 되요. 너무 억울했어요. 그래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모든 곳에 부탁을 드렸던 것 같아요.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어요. 정말 억울해서 포털사이트에 유명한 스포츠에이전트 분들을 검색해서 찾아가 상담을 받기도 했어요. 그런데 제가 생각했던 것 달리 제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고, 오히려 저에게 받은 정보로 외국인 선수와 계약을 하시더군요. 결국 저는 계약해지금이라도 챙기려고 팀에게 고개를 숙이게 됐죠. 그 때 챙겼던 계약해지금으로 대학교에서 에이전트 공부를 시작하게 됐어요. 꼭 에이전트가 되려고 했던 건 아니었지만, 또 이런 일을 겪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공부하게 됐어요. 그 때는 정말 쓰라린 시간이었지만, 지금 저의 밑천이 된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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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혼의 단짝 김정수 감독과 빌리빌리 게이밍

박재석 대표가 운영하는 쉐도우 코퍼레이션에서 최고의 간판은 김정수 감독이다. 스타크래프트 시절부터 쌓아왔던 인연이지만 이 둘의 관계는 머나먼 타국 땅에서 일방적 계약해지를 당하면서 더욱 돈독해졌다.

흔히 말하는 '의리'로 포장할 수 있지만, '의리' 보다는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둘의 믿음은 더욱 공고해졌다. 디그니타스의 횡포에 가까운 통보 속에서 자존심을 숙이고, 받아낸 계약해지금은 박재석 대표와 김정수 감독, 두 사람 모두에게는 험난한 세상에서 겪은 값비싼 수업료였던 셈이었다.

e스포츠 에이전트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 다른 인연이 바로 '빌리빌리 게이밍(BLG)'. 손대영 한화생명 감독이 박 대표를 코치로 부르면서 시작했던 BLG와 인연은 현재 e스포츠 에이전트를 시작하는 발판으로 연결됐다. 어찌보면 박재석 사단의 주축인 김정수 감독의 BLG행이나 '에이밍' 김하람, '제카' 김건우도 이런 인연이 바탕이 되서 BLG로 가게 된 계기가 됐다.

"BLG 코치 시절은 너무 좋았던 기억 밖에 없어요. 코치를 맡으면서 팀에서 적극적으로 전력분석관을 맡으라고 권유하더군요. 전력분석일 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팀들과 네트워크가 구축됐죠. 스카우트 업무까지 연결이 됐고요. 우연찮게 스토브리그 기간 선수들을 만나면서 어려움을 겪는 사례를 보게 됐어요. 제 예전 기억도 떠오르게 됐고, 'e스포츠씬에서 더 도움이 되는 일이 할 수 있을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하다가 팀에 어렵게 이야기하고 에이전트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 공부하는 e스포츠 에이전트

박재석 대표에 따르면 e스포츠 시장의 성장 속도는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팀들의 가치도 LCK 프랜차이즈 도입 이후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고, 선수들이나 지도자들의 몸값도 상상이라고. 일시적인 거품으로 보기에는 시장에서 e스포츠를 바라보는 시선을 달라지고 있다는 견해를 전했다.

그렇다면 빠르게 변화하고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 업계에서 박재석 대표 향후 전략은 무얼까. 시대의 변화를 이끌 e스포츠 에이전트의 리더를 꿈꾸는 그답게 팀과 협상을 하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고, 시장을 조사하는 것 뿐만 아니라 책을 놓지 않는 것이 비결 중 하나였다. 특히 현재 축구계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하메스 로드리게스, 앙헬 디마리아, 라다멜 팔카오 등 세계적인 축구선수들은 물론 주제 무리뉴,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등 특급 지도자들을 도와주고 있는 조르제 멘데스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시장이 정말 빠르게 달라지고 있어요. 선수들 역시 생각이 달라지고 있죠. 사실 스포츠 에이전트로 성공하신 분들의 책을 빠짐없이 읽고 있어요. 가장 존경하는 에이전트 중의 한 분이 조르제 멘데스인데요. 그 분은 책을 보면 에이전트의 기본 소양을 조금 이나마 더 느끼게 되더군요. 내년에는 대학원에서 스포츠 에이전트에 대한 공부를 더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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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와 e스포츠 에이전트의 차이

2021시즌이 끝나지 않았지만, 박재석 대표는 이미 2022시즌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제까지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면 차기 시즌은 내실을 기하겠다는 방향성까지 설정했다. 아카데미를 자체 운영하면서 프로로 성장할 수 있는 유망주 발굴에 힘 쏟고 있고, 시간이 날 때 마다 소속된 선수들과 지도자들의 면담을 주고받으면서 그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있었다.

"e스포츠와 다른 스포츠의 차이를 말한다면 아마 뛰고 있는 선수들의 연령대라고 말할 수 있어요. 전체적으로 메인 연령대가 타 스포츠에 비해 어려요. 그만큼 선수들과 소통하는 방법도 다르죠. 제 개인적인 선수들의 눈 높에 맞춰 대화하는 방법이 중요한 것 같아요. 다른 건 야구와 축구가 다르듯 e스포츠 역시 세부 종목에서는 차이가 있습니다. LOL과 오버워치 경우도 마찬가지죠. 그 외에는 제가 스포츠 에이전트를 경험하지 않아서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현재의 구조에서 LOL은 4대 메이저 시장이 있는 축구쪽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타 스포츠와 e스포츠 에이전트에 대한 차이에 대한 답변이 끝나자 박재석 대표는 자신이 꿈꾸는 e스포츠 에이전트의 이상향에 대해 말했다.

"타 종목과 차이를 말하기 보다 큰 틀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 싶어요. 예를 들자면 선수들이 원하는 금액이나, 팀들의 줄 수 있는 금액을 단순하게 조정하는 수동적 자세 말고요. 선수들과 팀이 모두 윈윈하는 그런 작은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에이전트가 되고 싶어요." /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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