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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라진 '배임' 놓고 여야 극한 대치…이재명 대장동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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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22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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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기소하면서 배임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것을 두고, 정치권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앞서 유 전 본부장 구속영장에 적시됐던 배임 혐의는 그간 야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장동 개발’ 형사 책임을 주장하는 핵심 근거였기 때문이다. 여당 일각에선 “이로써 대장동 논란이 변곡점을 맞았다”는 기대마저 나온다.



野 “이재명 구하기 공작”…與 “처음부터 배임죄 무리”



22일 국민의힘은 ‘검찰 성토 대회’를 방불케 하는 하루를 보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검찰이 ‘이재명 일병 구하기’를 위해 눈물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며 “범죄 은폐를 공작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검사 출신 김도읍 정책위의장도 “중앙지검 수사팀이 배임죄 법리검토를 대검에 의뢰했다는 정보가 있다”며 “사실이라면 업무상 배임을 법리검토라는 이유로 물타기 해서 유야무야로 만들려는 속셈”이라고 말했다.

회의 직후엔 국민의힘 의원 29명이 곧장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그분이 누군지 국민은 알고 있다’고 적힌 팻말을 들고 “공작수사 조작하는 검찰은 각성하라”, “이재명 살리려는 정치검찰 규탄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김오수 검찰총장 면담을 요구했다. 이들은 박성진 대검찰청 차장 검사가 내려올 때까지 2시간 30분 넘게 검찰 방호원들과 대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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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2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방문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엄정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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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동규를 기소하면서 뇌물죄만 적용하고 배임죄를 뺀 것은, 이재명 후보의 범죄를 숨기고, 그에 대한 수사까지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범관계 등을 명확히 한 후 배임 혐의를 처리할 예정’이라는 검찰 설명에 대해선 “핑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를 비롯한 공범 혐의를 받는 자들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런 의도가 아니고서는 이렇듯 수사의 ABC도 모르는 짓을 할 리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민주당에선 전날 검찰의 기소 내용에 대해 “당연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민주당 화천대유 토건비리 진상규명TF 단장인 김병욱 의원은 전날 검찰 공소장에 배임 혐의가 빠진 것에 대해 “검찰이 처음부터 특정인을 엮어 넣기 위해 무리하게 배임 혐의를 끼워 넣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검찰의 무리한 배임 혐의 끼워 넣기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또 “검찰은 대장동 비리 주범 김만배, 남욱, 정영학을 철저히 수사해 ‘화천대유 국힘 게이트’의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며 “유 전 본부장이 뇌물 혐의가 사실로 입증된다면 법에 따라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전국 행보 시작…60%로 늘어난 비호감도는 숙제



이날 이 후보는 광주와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방문하며,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첫 지역 방문 일정을 소화했다. 본격화된 대선 행보에 민주당 일각에선 “이제 대장동 의혹에서 벗어난 만큼, 지지율 답보 상황도 자연스레 해결될 것”(민주당 관계자)이란 기대감도 표출됐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여전히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만큼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이 지사 측 관계자)는 얘기도 나온다. 또 ‘대장동 논란’을 거치며 이 후보의 호감도가 크게 하락하는 등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갤럽이 19~21일 조사한 결과에서 이 후보의 호감도는 지난달보다 2% 포인트 감소한 32%였고, 비호감도는 2% 포인트 늘어난 60%였다. 8월부터 석 달간 이 후보의 호감도는 40%→34%→32%로 떨어졌고, 비호감도는 50%→58%→60%로 늘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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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물론 국민의힘 소속 윤 전 총장도 호감도가 이 후보와 마찬가지로 2% 포인트 줄고, 비호감도가 2% 포인트 는 건 민주당 입장에서 다행스럽다. 하지만 홍준표 의원의 호감도가 28%→31%로 늘어나 이 후보를 추격하고 있는 건 반갑지 않은 신호다.

이와 관련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민주당 경선부터 두 달 넘게 선거 캠페인이 진행됐는데도 이 후보의 호감도가 늘지 않고 줄어든 건 위험 신호”라며 “특히 ‘완승’이라 자부했던 18일 국정감사 직후 실시된 조사에서도 호감도가 줄어든 것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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