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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아현화재 350억 잊었나…'탈통신' 외친 KT, 기본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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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차현아 기자, 이사민 기자, 양윤우 기자, 황예림 기자, 홍효진 기자] [오전 한때 KT 유무선 통신 '먹통'…시민 피해 속출

원인은 "라우팅 오류"…3년 전 '아현화재 잊었나' 비판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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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지사. 2021.10.25/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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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한때 대한민국이 멈췄다. 유선시장 절대강자인 KT의 전국적인 통신 장애 때문이었다. 평일 점심시간을 앞두고 터진 대규모 통신 장애사고로 기업과 공공기관 업무, 일선 학교의 원격수업, 소상공인의 결제 시스템가지 먹통이 됐다. 3년 전 KT 아현 지사 화재 사고 때도 한차례 경험했지만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이후 비대면이 일상인 된 지금 혼란은 비교가 안될 정도로 컸다. 일각에선 KT가 '탈통신'에 몰두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인프라인 통신 안정성은 소홀히 한 결과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KT 유무선 통신망에 문제가 생긴 건 이날 오전 11시20분쯤이다. 장애가 발생한 권역은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강원·충청·영남·호남·제주권 등 전국에 걸친 것으로 파악됐다. KT 통신망을 활용해 운영되는 여러 사이트도 접속에 차질을 빚었고, 유·무선 인터넷은 물론 전화 역시 연결이 끊기는 현상이 발생했다.


원인은 디도스 아닌 '라우팅 오류'…이재명 생중계도 '중단'

점심시간 즈음이었던 탓에 유독 식당·카페 등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컸다. QR 체크부터, 주문용 키오스크, 결제 시스템 등이 모두 먹통이 됐다. KT 통신망을 이용하는 기업과 공공기관은 전화와 사내 메신저 등의 불통으로 비상이 걸렸고, 온라인으로 중간고사를 치른 대학생도 발을 동동 굴렀다. 정치권마저 피해를 입었다. 여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날 오전 지사직 사퇴 기자회견을 했는데, 통신 장애로 인해 유튜브 생중계가 일시 중단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30분 넘게 계속되던 장애는 정오쯤부터 지역별 순차적으로 해소됐다. KT측은 사고 직후 위기관리위원회를 즉시 가동해 장애 복구에 나섰으며, 오후 12시45분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서비스 복구가 완료'됐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오후 2시 넘어서까지 불통이 이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과기정통부는 정보통신사고 위기 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하고, KT에 이용자 사고 원인과 피해 현황 조사 등을 지시했다.

사고 직후 KT는 원인으로 '대규모 디도스(DDos) 공격에 따른 네트워크 장애'라고 서둘러 발표했다가 '라우팅(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라고 정정하는 헤프닝을 빚었다. 이를 두고도 내부 시스템 오류를 외부 공격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KT는 결국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 드려 죄송하다"며 "정부와 함께 더욱 구체적인 사안을 조사해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탈통신 외치던 KT…"아현 화재 잊었나"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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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아현국사에서 KT 관계자들이 전날 발생한 화재 복구에 매진하고 있다. 2018.11.25.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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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전국적인 통신장애를 두고 업계에선 '예견된 재앙'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KT가 '디지코(DIGICO)'로 대표되는 탈통신에 집착한 나머지 정작 본업인 통신 사업에서 기본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KT는 구현모 대표는 지난해 취임 이후 주력인 통신사업의 성장 한계 극복을 목표로 이른바 'ABC(AI(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 사업' 육성에 주력해 왔다. 공교롭게도 이날 사고 발생 직전 KT는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어 "AI능동복합대화 기술로 3조원 규모의 국내 AICC(AI컨택센터)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이례적으로 구 대표가 간담회에 직접 참여해 각별한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탈통신의 그림자로 지목된 대표적인 사례는 2018년 11월 'KT 아현 화재' 사건이다. 당시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3가 KT 아현지사의 대형 화재로 서울 마포·용산·서대문구 지역의 유·무선 통신이 두절됐는데, 다음날까지도 완전한 복구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주변 거주민과 상인들의 불편이 상당했다. 당시 황창규 KT 회장도 "잠깐의 방심과 자만으로 아현화재라는 큰 상처를 낳았다"며 "유선 인프라의 가치를 깊이 깨닫는 계기가 된 만큼 아픈 과오를 씻고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KT 새노조 "재난적 장애 되풀이"…전문가 "기본에 충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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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3년 만에 '방심과 자만'이 또 한 번 고개를 들었다는 비판이 내부에서도 제기된다. 기본 통신 서비스에 충실하겠다는 당시의 약속이 여전히 충실하게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KT 새노조는 "이번 사태는 구현모 사장 경영하에 또 다시 (아현 화재와 같은) 재난적 장애가 되풀이 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도 KT가 '탈통신'의 그림자를 극복할 것을 주문한다. 정보통신정책학회장인 권남훈 건국대 교수는 "점점 네트워크 의존도와 보안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잠깐 서비스가 멈추는 것만으로도 앞으로는 더 많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탈통신에 집중하다 보면 기본적인 통신 서비스에 소홀하고 비용을 절감하려 할 수 있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통신 인프라에 좀 더 투자하고 기본 서비스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사회경제1팀장은 " 이통사들이 탈통신 외칠게 아니라 기본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통신서비스가 엉망이라면 탈통신으로 아무리 많은 부가가치를 끌어낸다고 하더라도 보상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통신 서비스 장애가 2~3년마다 반복되는데, 이래서는 일반 국민의 생명과 안전까지 위협하는 사고가 반복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이사민 기자 24min@mt.co.kr,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홍효진 기자 hyo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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