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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77] 수험생과 학부모의 멘털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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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23일 남았다. 2년을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 시험을 준비한 학생들 고생이 많았다. 모든 연령층이 코로나 스트레스로 힘들지만, 만남에 대한 욕구와 미래 성장에 대한 열정이 끓어오르는 청소년들이 그 갈증을 채우지 못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더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대면⋅비대면 수업을 병행하며 시험 준비를 해야 하니 힘들고, 동시에 쌓인 스트레스를 여러 활동, 예를 들어 친구들과 떡볶이 먹으며 신나게 수다 떨기, 농구 등 운동하기, 또는 영화관 가기 등으로 풀어야 했다. 그런데 공부 스트레스는 몇 배 커지고 해소 환경은 제한된 상황이니 마음이 얼마나 지쳤을지 안타까움이 앞선다.

시험을 앞두고 수험생 정신 건강 관리를 조언하자면 우선 잘 자야 한다. 특히 새벽까지 공부하다 늦게 일어나는 수면 패턴이라면 지금부터는 수면 시간을 조금씩 앞으로 당겨 수능 당일 이른 아침에 뇌가 최대한 각성 상태가 될 수 있도록 습관을 정상화해야 한다.

평소 실력만큼 시험을 잘 치르지 못했다는 하소연을 많이 듣는다. 출제 문제 운도 있겠지만 정신적 컨디션도 큰 영향을 미친다. 매일 새벽 2~3시에 잠들다가 바로 시험 전날 일찍 잠들기 어렵다. 지금부터 수면 패턴을 조정해 수능 시험 시간에 뇌가 쌩쌩 작동하도록 깨워야 한다.

다음은 시험 불안이다. ‘나는 시험 때문에 전혀 불안하지 않다’는 말을 계속하는 수험생을 본다. 사실은 엄청 불안한데 억지로 찍어 누르고 있는 것이다. 젊으면 찍어 누르는 힘도 강하지만 그러느라 정신적 에너지를 쓰다 보니 정작 시험 문제 푸는 데 활용하는 뇌의 자원이 줄어들어 실력 발휘를 못 하고 엉뚱한 실수도 하기 쉽다. 마음은 직접 관리가 어렵다. 그래서 제일 쉬운 것은 몸을 통한 불안 관리다.

오늘부터 짬을 내 산책⋅농구 등 자기가 좋아하는 신체 활동을 잠시라도 즐기며 불안 관리를 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몸을 움직여 줄 때 잠시 시험 불안에서 빠져나와 마음에 빈 공간을 만들어 준다고 한다. 그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내 긍정성 창고에서 나온 좋은 기운이 내 공간을 채워 들어간다.

그리고 먹는 것도 중요하다. 몸에 좋은 음식이 마음에도 좋다고 정신 영양학에선 이야기한다. 자극적 음식은 조금 줄이고 야채⋅생선⋅견과류 등 장과 몸에 편한 음식을 늘리면 좋다.

마지막으로 부모들도 함께 자기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 부모도 잘 자고 마음 다스리는 활동도 하고 잘 먹어야 한다. ‘불안해하지 마라. 다 잘될 거야’라고 이야기해도 여기에 내 불안이 묻어 있으면 자녀 마음에 스며들어 시험 불안을 키울 수 있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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