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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사설] 법정 한도 어기고 지켰다고 하려니 숫자 장난 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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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세감면율 예상치가 14.39%인데 기획재정부가 14.3%로 기재하고 ‘법정 한도(14.3%) 이내’라고 발표해 논란을 빚고 있다. 14.39는 14.3을 넘어선 것인데 어떻게 ‘법정 한도 이내’가 되나. 기재부는 시행령에 따라 소수점 둘째 자리 이하를 버렸다지만 그동안 계속 반올림하다 왜 올해만 갑자기 다르게 하는지는 제대로 설명 못하고 있다. 국가재정법에 명시된 국세감면율은 정부가 선심성 감세를 남발하지 말고 재정 건전성을 지키라고 만든 권고 사항이다. 문 정부 들어 선심 정책을 쏟아내 2년 연속 법정 한도를 어겼다. 올해까지 어길 수는 없으니 숫자 장난을 한 것이다.

소수점 둘째 자리 문제가 아니다. 이 정부는 유리한 통계만 부풀려 자화자찬하는 통계 분칠을 습관처럼 반복한다. 9월 일자리가 67만명 늘어 7년 6개월만에 최대라고 자랑하지만 30대 취업자는 19개월 연속 줄었다. 경제 중추인 3040 고용률은 OECD 하위권이다. 이런 문제의 본질은 언급도 안한다. 소득 주도 성장을 하겠다고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렸는데 부작용이 속출하자 문 대통령은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했다. 그때도 엉터리 근거를 댔다. ‘미친 집값’에 무주택 서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데도 “서울 아파트값이 4년간 17% 올랐다”고 했다. 표본 수 늘려 공식 통계를 내니 한 달 새 19.5%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리한 숫자를 내세우기 힘들면 기준 자체를 바꾼다. 소득 주도 성장으로 소득 분배가 악화하자 가계동향조사 표본과 조사 방식을 변경했다. 문 대통령은 야당 시절 “국가부채비율 40%는 재정 건전성의 마지노선”이라고 이전 정부를 공격했다. 38%이던 국가부채비율이 임기 동안 40%를 넘어 50%에 육박하자 “40% 근거가 뭐냐” “숫자에 집착하지 말라”고 입장을 180도 뒤집었다. 무리한 벌목을 감행하다 비판이 쏟아지니 산림청은 “이전 정부 때 벌채량이 더 많았다”며 왜곡에 가까운 통계를 냈다. 정부 숫자 장난의 뒤에는 결국 ‘정치’가 있다. 문 정부의 정책은 정책 효과가 아니라 ‘선전’과 ‘홍보’가 더 중요하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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