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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16년 만 퇴임 메르켈 총리, "정권 바뀌지만 잠은 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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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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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19일(현지시간) 그라이프스발트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라이프스발트|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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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12월 초 물러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연방하원 총선거 이후 처음으로 인터뷰에 응하며 16년간의 국정 운영에 대해 스스로 평가했다.

메르켈 총리와 인터뷰를 진행한 독일 유력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지난 22일 ‘사회민주당(SPD·사민당)이 나라를 통치할 것이라는 생각에 잠에 잘 들 수 있겠냐’는 질문에 메르켈 총리가 “정치적으로 차이는 있겠지만 이는 당연한 것”이라며 “나는 편안히 잘 잔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의 총선 패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퇴임을 결정해 기민·기사연합이 유권자를 잃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현재와 미래를 위해 한 결정”이라며 “퇴임 결정은 오판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총선에서 메르켈 총리가 속한 중도 우파 성향의 기민·기사연합은 1949년 연방하원 총선이 시작된 이후 최악 수준의 득표율을 얻었다. 기민·기사연합은 24.1%를 득표하는 데 그쳐 25.7%를 득표한 중도 좌파 성향의 사민당에 1.6%포인트 차이로 졌다.

메르켈 총리는 2005년 취임 이후 독일이 어떻게 변화했느냐는 질문에는 “독일도 변했지만, 독일을 둘러싼 세계는 더욱 많이 변했다”며 “문제는 우리가 새로운 세계에서 좋은 역할을 하기 위해 빠르게 충분히 변했느냐다”고 답했다. 그는 변화에 성공한 사례로 동서독 통합을 들었다. 구동독에서 구서독으로의 인구 순유출은 중단됐고, 오히려 젊은층이 구서독에서 구동독으로 진입하고 있다면서 이는 좋은 진전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인터뷰에서 임기 내 자신이 이룬 몇가지 성과를 꼽았다. 그는 최근 실업률이 2005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점을 언급했다. 이민자 가정 출신 젊은층의 학력 수준이 향상됐고,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 40% 절감 목표를 달성한 것도 메르켈 정부의 성과라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급격하게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 중국과의 친선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그는 “처음 총리가 됐을 때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조3000억달러로 독일의 2조8000억달러보다 적었는데, 현재 중국의 GDP는 14조7000억달러로 우리의 3조8000억달러보다 훨씬 크다”며 “우리는 비교적 부유한 국가지만 역할은 축소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관계를 전략적으로 영리하게 맺어야 한다”며 “예전에는 우리가 그 자체로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이어서 중요했지만, 오늘날 우리는 앞으로도 중요한 국가로 남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으로 인해 정치 환경이 거칠어졌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총리 취임 당시 스마트폰은 없었고, 페이스북은 생긴 지 1년밖에 안 됐다는 점을 언급하며 “바뀐 미디어 환경은 정치적 의사소통을 변화시키고, 민주주의에서 필수적인 타협과 절충에 갈수록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일명 ‘신호등 연정’(사민당·빨강, 자민당·노랑, 녹색당·초록)이 구성되는 대로 퇴임한다. 세 정당은 올라프 숄츠 사민당 총리 후보의 12월6일 취임을 목표로 연정 협상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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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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