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2 (월)

이슈 '오징어 게임' 전세계 돌풍

뮤지컬 스타 로랑 방의 연습장 갔더니, 오징어게임 456번 차림으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노트르담 드 파리’,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주연 로랑 방 인터뷰

조선일보

프랑스 뮤지컬 배우 로랑 방(46)이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 추리닝을 입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KBES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프랑스 배우 로랑 방(46)은 국내 뮤지컬 팬들에게는 슈퍼스타다. ‘노트르담 드 파리’, ‘아마데우스’,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등 굵직굵직한 뮤지컬의 내한 공연에서 주인공을 맡아왔기 때문이다. 국내 방송에도 출연해 포장마차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블라인드 음악 쇼 등에 참가한 적도 있다.

그가 새로운 도전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프랑스 인기 뮤지컬을 한 번에 선보이는 뮤지컬 콘서트 ‘앙코르’를 위해서다.

3일 로랑방이 묵고 있던 서울 한 호텔의 리셉션룸에 인터뷰를 위해 들어섰을 때, 그는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 초록색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스태프들과 공연 연습을 하고 있었다. 다른 스태프들도 오징어게임 속 등장인물 차림이었다. 로랑 방은 “이번 방한에서 옷을 선물받았는데, 편해서 계속 입고 있다”며 “게다가 (내 트레이닝복에 새겨진) 456번은 최종 승자의 번호지 않느냐”며 웃었다.

오는 5일 서울에서 시작해 대구·부산·울산 등을 돌며 진행하는 뮤지컬 콘서트 ‘앙코르’는 ‘노트르담 드 파리’, ‘레미제라블’, ‘모차르트 오페라 락’ 등 3개의 뮤지컬 중 유명한 노래만을 모은 공연이다. 로랑 방은 ‘노트르담 드 파리’의 시작을 알리는 파리의 음유시인 그랭구와르, ‘레미제라블’의 장발장, ‘모차르트 오페라 락’의 살리에르 역을 맡았다. 세 뮤지컬의 주인공이자 가장 중요한 역할들이다.

조선일보

다양한 뮤지컬에서 주인공 역할을 맡은 프랑스 배우 로랑 방(46). /KBES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나만 소화하기에도 힘든 역할을 한꺼번에 연기하는 게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로랑 방은 “전 배우니까요”라고 당연하다는 듯이 답했다. 그는 “배우라면 여러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 가지 역할만 꾸준히 하는 건 지루하다”고 했다.

이번 뮤지컬 콘서트는 20여 명의 프랑스 배우들과 30인조 아르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오른다. 16년 동안 거의 매년 한국에서 공연했던 ‘베테랑’ 로랑 방이지만, 반주까지 라이브로 선보이는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로랑 방은 “비용적인 부분 때문에 한국에서는 녹음된 반주에 노래를 불렀었는데, 이번엔 라이브 오케스트라 반주에 오리지널 공연팀의 하모니까지 더해진 노래를 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전에도 한국 관객들이 좋아해 줬는데, 자신 있는 노래들만 모아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선보이는 이번 무대를 얼마나 좋아해 주실지 기대가 된다”고 했다.

16년 간의 무대로 로랑 방은 한국에서 탄탄한 팬덤을 형성했다. 뮤지컬을 관람하기 가장 좋은 자리는 무대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중앙으로 꼽힌다. 그러나 로랑 방을 보기 위해 왼쪽 첫 번째 줄이 가장 먼저 팔릴 정도다. 이런 인기를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로랑 방은 최근 한국에서 재미있는 일을 경험했다고 했다. 그는 “18살 소녀가 팬이라면서 ‘저희 엄마도 팬이에요’라고 말했다”며 “두 세대에 걸친 내 팬이라니. 좋긴 했지만 한편으론 내가 그만큼 늙었다는 얘기인가 싶어 씁쓸했다”고 했다.

꾸준한 인기의 비결을 묻자 로랑 방은 ‘성실함’을 말했다. 일부 외국 유명 가수들이 짧은 일정으로 한국을 찾아 컨디션 난조로 불성실한 공연을 펼쳐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하지만, 로랑 방은 시차 적응 기간을 고려해 적어도 1주일 정도는 일찍 한국을 방문한다. 그는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게 행운이고 축복이라는 걸 알고 있다”며 “나를 사랑하는 관객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2016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아마데우스'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는 가운데, 모차르트의 라이벌 안토니오 살리에리를 연기하는 배우 로랑 방.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는 관객을 만날 수 없던 지난해는 유독 힘든 시간이었다고 했다. 로랑 방은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8개월 동안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었다”며 “경제적으로도 힘들었지만, 당연하게 여겼던 자유를 잃고 나니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생각에 따라, 이번 공연은 사회 환원 프로젝트인 ‘핸즈 포 히어로(Hands for Hero)’와 함께 진행된다. 앙코르 콘서트 티켓 판매 및 굿즈 수익 일부를 생명을 구하기 위해 어떠한 희생도 마다치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을 돕는 데 기부할 예정이라고 소속사 측은 밝혔다.

[이가영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