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거래' 의혹 |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을 받는 옛 사법부 수장들의 형사재판이 길어지면서 피해자들이 제기한 민사 소송도 덩달아 늦춰지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3부(홍진표 부장판사)는 17일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 이춘식 씨와 피해자 고(故) 김규수 씨의 배우자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변론기일을 5개월 뒤로 지정해 형사사건 진행 경과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내년 5월 18일을 2회 변론기일로 지정하고 이날 변론을 마쳤다.
이 같은 결정은 원고 측의 입장을 재판부가 일부 수용한 결과다.
원고 측 소송대리인은 이날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형사재판 결과를 봐야 할 것 같다"며 "기일을 추후 지정하기로 해 주시면 형사재판 결과가 나오는 대로 문서 송부 촉탁 신청과 증거 신청을 하겠다"고 했다.
이에 재판부는 "기일을 아예 정하지 않은 채 놔두기는 어렵다"며 "형사 사건에 시간이 상당히 길게 소요될 수 있는데,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일을 정하지 않고 둘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5개월 뒤에 변론을 열어 형사재판 경과를 보기로 했다.
이씨와 김씨를 비롯한 강제노역 피해자 4명은 2005년 2월 신일본제철(현 일본제철)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들은 1·2심에서 패소했다가 2012년 대법원에서 승소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사실상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이 없는 재상고심에서 5년이 걸렸고, 원고 중 이씨를 제외한 3명은 세상을 떠났다. 대법원은 2018년 10월 뒤늦게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이후 이씨 등의 재판이 늦춰진 이유가 박근혜 정권과 사법부의 재판 거래에 있다는 정황이 검찰 수사에서 발견됐다. 대법원 법원행정처 간부들이 정부 인사들과 강제노역 소송 재상고심 결과를 '피해자 패소'로 바꾸거나 진행을 미루는 방안을 논의한 정황이 나온 것이다.
이씨와 김씨의 배우자는 공무원인 양 전 대법원장 등의 불법적 행위로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작년 5월 국가에 1인당 1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임 전 차장은 2018년 11월, 양 전 대법원장은 이듬해 2월 각각 재판 거래를 비롯한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수사 기록이 방대하고 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하며 다투고 있어 아직 1심이 진행 중이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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