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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하객 늘리려면 500명 계약해라"…위드코로나에도 예식장 갑질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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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박수현 기자, 김효정 기자] # 지난주 토요일(13일) 결혼식을 올린 신부 A씨(28)는 결혼식 참석 인원을 기존 49명에서 250명으로 늘리려했지만 예식장 측으로부터 거절당했다. 식장 측은 "참석 보증 인원을 늘리려면 무조건 500명으로 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A씨는 "보증인원을 늘려 돈을 더 받으려는 갑질"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으로 결혼식 입장 인원이 확대됐으나 하객 인원 문제를 사이에 둔 신혼부부와 예식장 사이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위드코로나 이후 최소 참석 보증인원을 높여 받으려는 식장들이 생기면서 비용 부담을 신혼부부가 떠안기 때문이다. 예식장 측은 방역수칙과 고정비용으로 부득이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00명 와도, 50명 와도 '300명분 결제하세요'…보증인원 갑질에 우는 신혼부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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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첫 주말인 10월 10일 오후 서울 시내 한 결혼식장이 하객들로 가득찬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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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결혼식을 앞뒀거나 마친 신혼부부 10여 쌍에게 문의한 결과 대부분이 결혼식 비용 문제로 예식장과 마찰을 빚은 적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한 예식장에서 결혼을 준비 중인 예비부부들 사이에서는 '단톡방'까지 등장했다. '결송합니다'(결혼+죄송합니다)라는 말이 끊이지 않는 이 단톡방에는 계약 문제로 생기는 분쟁이나 피해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예식장과 신혼부부가 빚는 갈등 대다수는 '보증인원'과 '답례품' 때문이다. 결혼식장은 신혼부부 측에 결혼식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보증인원을 정해 그 인원 기준대로 식대 등 금액 지불을 요구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실제 참여 인원이 적어지면서 그 차액을 신혼부부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이 경우 예식장은 답례품을 차액만큼 대신 지급해야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곳이 많다.

위드코로나 1단계에서는 미접종자 49명을 포함해 최대 250명(방역패스 확인자는 500명)까지 하객을 부를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결혼식 하객 숫자는 적다. 다음해 2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이모씨(34)는 "하객 대부분이 축의금만 보내거나 식사를 하지 않겠다고 한다"라며 "예식장에 보증인원을 줄여달라고 해도 무조건 300명 이상은 해야 한다는데 답례품을 강제구매하는 셈"이라고 했다.

신혼부부들은 '갑질'을 당한다고 토로하면서도 그나마도 예식장을 구할 수 있다면 행운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위드코로나 이후 결혼식 수요가 늘면서 예식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기 때문이다. 이번 주말(20일) 결혼을 앞둔 김모씨(33)는 "참여인원을 늘려달라고 해도 절대로 안 된다고 하더라"며 "싫으면 나가라는 식이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서에 사인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신혼부부 이용해 돈벌이" 비판에도…예식장 "고정비용 때문에 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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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예식장 브랜드를 이용하는 예비 신혼부부들이 모인 단톡방. /사진 =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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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신혼부부연합회 관계자는 "예식장 갑질은 위드코로나 이전부터 지적되던 문제"라며 "예식장이 결혼식을 망치지 않으려는 신혼부부의 마음을 이용해 갑질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코로나19를 이유로 예식장 계약을 변경할 경우 위약금을 물지 않아도 된다는 기준을 마련했으나 '권고사항'이어서 강제력이 없다.

예식장들은 보증인원 보장은 최소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해명했다. 송파구의 한 예식장 관계자는 "결혼식을 한 번 열기 위해서는 단순히 식장 대관료뿐 아니라 식대에 사진 촬영비 등 고정비용이 상상 이상"이라며 "손해를 메꾸고 말고 할 게 아니라 일정 보증인원 이상의 금액을 지불하지 않으면 오히려 적자"라고 했다.

그러면서 "식사는 외부 업체와 계약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업체들이 200~300명 이상 분을 준비하기 때문에 예식장으로서도 부득이한 면이 있다"고 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김효정 기자 hyojh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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