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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난민보트’ 전복 27명 떼죽음…영국·프랑스는 '네 탓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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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북부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바다를 건너 영국으로 가려던 난민 수십 명이 영불해협(도버해협)에서 한꺼번에 목숨을 잃는 비극이 일어났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정부는 북부 칼레항 앞바다에서 난민들이 타고 있던 보트가 전복 돼 최소 2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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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4일 영불해협을 건너기 위해 프랑스 북부 해안을 떠나는 이민자들의 모습. [REUTERS=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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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제럴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부 장관은 소녀 1명 등 여성 5명을 포함해 31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으나, 이후 사망자 수를 27명으로 정정했다. 처음 보트에 타고 있었던 이들은 34명으로 추정됐다. 생존자 2명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고 실종자는 한 명 이상인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2014년 이후 이 지역에서 발생한 단일 사고 가운데 피해 규모가 가장 컸다.

프랑스에서 '브리티시 드림'을 꿈꾸며 영국으로 밀입국하려는 중동 출신 난민은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올 한해 이 지역을 횡단한 난민 수는 2만 3500여명으로 지난해(8417명)의 3배 규모에 이른다. NYT는 불법 체류자 단속이 상대적으로 덜 엄격하고, 영어를 쓰는 영국에 정착하기를 희망하는 난민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밀항을 한다고 분석했다.

도버해협은 영국과 프랑스 간 거리가 30~40㎞로 가장 짧은 수역이다. 난민들은 비좁은 카누, 고무보트 한 대에 30~40명이 의지해 바다를 건너곤 한다. 이들에게 비싼 값을 받고 밀항을 알선하려는 브로커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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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4일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부 장관이 프랑스 북부 칼레에서 언론에 답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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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프랑스는 난민 문제를 놓고 서로 책임을 미루며 신경전을 벌여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긴급 안보회의를 열고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애도를 표했다. 이어 “보트가 출발하는 인근 국가와 공조가 필요한데, 특히 프랑스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프랑스에 화살을 돌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비상회의를 열고 “이 해협이 무덤이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영국과 프랑스)양국 모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영국이 국내 이익을 위해 비극을 정치화하는 것을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프랑스 정부는 또 이번 사건과 관련된 난민 브로커로 의심되는 갱단 4명을 벨기에 인근에서 체포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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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협을 건너다 27명의 난민이 목숨을 잃은 참사가 발생한 다음날인 11월 25일 영불해협의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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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두 정상은 전화 통화를 갖고 난민의 밀항을 알선하는 범죄 조직에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존슨 총리는 “영국 경찰과 국경 수비대를 프랑스와 합동 순찰대에 배치하겠다”고 했고,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연합(EU) 산하의 국경 관리기구인 프론텍스(Frontex)에 기금 지원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양국은 난민 문제뿐 아니라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해협에서의 어업권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또 영국이 지난 9월 프랑스를 배제하고 미국ㆍ호주와 결성한 신 안보동맹체제인 ‘오커스(AUKUS)’에 참여하면서 프랑스의 반발을 부르는 등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다.

이영근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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