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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음주운전 사고와 처벌

헌재, ‘처벌 지나치다’며 윤창호법 위헌 결정…노엘 수혜자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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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현의 형사판] 형사법 전문가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와 함께하는 사건 되짚어 보기. 이번 주 독자들의 관심을 끈 사건에 관해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 단계 더 들어가 분석합니다.

조선일보

무면허 운전·경찰관 폭행 등 혐의로 입건된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 아들인 래퍼 노엘(본명 장용준)이 지난 9월 30일 오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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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지난 25일 2회 이상 음주운전이 적발되면 가중 처벌하도록 한 이른바 ‘윤창호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2회 이상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위반한 사람에 대해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겁니다.

◇헌재가 위헌을 선고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에 위반된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음주운전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게 내리기에는 너무 무거운 형벌이라는 거죠.

◇형이 너무 높다는 이유는 뭔가요?

첫째로, 음주운전 2회 사이에 아무런 시간적 제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헌재는 1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난 과거 위반행위를 근거로 음주운전 행위자를 가중처벌하는 건 책임에 비해 과도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10년 전 음주운전을 했고, 최근 다시 음주운전에 적발됐다고 해서 이를 사회구성원에 대한 생명·신체 등을 반복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게 헌재의 설명입니다.

두번째 이유는 2회 이상 음주운전을 한 경우라도 죄질을 일률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과거 위반 전력, 혈중알코올농도 수준, 운전한 차량의 종류에 비추어 교통안전 등에 미치는 위험 정도가 비교적 낮은 유형의 재범 음주운전행위도 있다는 거죠. 그런데 법정형의 하한을 징역 2년, 벌금 1000만원으로 정한 건 엄히 처벌하는 것이며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위헌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런데, 다른 범죄들도 ‘재범’ 기간에 제한이 있나요?

네. 현재 대법원에서 정하고 있는 양형 기준에도 형의 가중사유로 ‘동종전과’를 들고 있습니다. 여기에 기간의 제한은 없습니다. 음주운전의 재범률이 40%에 달하고 대부분의 음주운전은 헌재의 예시와 달리 10년 내 재범을 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우세합니다. 이번 판결로 10년 전 저지른 음주운전 때문에 가중처벌 받는 경우는 없어졌습니다. 그렇지만 1년에 10번 음주운전을 해도 이 역시 가중처벌 받지 않게 됐습니다.

◇형량이 너무 높다는 헌재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먼저, 자유민주사회에서 판사에 대한 비난은 최대한 자제해야 하지만 판결에 대한 비판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정형의 형량은 국가의 입법 정책에 속하는 문제로, 합리성과 비례성의 원칙을 현저하게 침해하지 않는 한 헌법에 위배된다고 단정해서도 안 됩니다. 이를 기초로 개인적인 의견을 밝히고자 합니다.

헌재는 징역형 2년, 벌금 1000만원 규정의 형량이 높아 위헌이라고 했는데요. 그 이유로 혈중알코올농도 수준 등을 고려해 위험 정도가 비교적 낮은 유형의 음주운전 행위가 있다고 했습니다. 혈중알코올농도 0.03% 위반일 때는 위험도가 낮은 음주운전으로 보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음주운전은 음주운전입니다. 그렇기에 혈중알코올농도 0.03%의 경우에도 면허정지와 함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해놓고 있습니다. 초범 기준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 0.08% 미만인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습니다. 이번에 위헌 결정이 난 법 조항의 형량이 너무 높다는 것도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여러 사정을 고려해 감경하면 2회 이상 음주운전 적발된 자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할 수 있었는데요, 초범 기준과 비슷한 수준이었던 겁니다.

◇이번 헌재의 위헌결정 효과는 어떻게 되나요?

해당 형벌은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고, 이 조항에 따라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당사자들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현재 이 조항 위반으로 형을 사는 수형자는 형 집행을 면제받습니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래퍼 노엘(21·본명 장용준)을 가중처벌할 근거 또한 잃게 됐습니다. 노엘은 2019년 술에 취해 차를 몰다가 오토바이를 추돌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집행유예 기간인 지난 9월 다른 차와 접촉사고를 냈는데요, 현장 출동한 경찰관의 음주 측정 요구에 불응하며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습니다. 검찰은 음주운전이나 음주 측정 불응으로 2차례 이상 적발된 사람을 가중 처벌하는 ‘윤창호법’을 적용해 노엘을 재판에 넘겼는데, 이 조항 자체가 사라진 거죠.

음주운전은 아무런 잘못도 없던 휴가 나온 군인 윤창호씨의 목숨을 앗아간 범죄입니다. 절대 온정주의적 판단이 이뤄져서는 안 됩니다.

조선일보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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