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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오미크론' 변이 확산

"오미크론=프랑켄슈타인"…항체 뚫는 첫 면역회피 변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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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륙으로 번진 오미크론 변이가 기존의 코로나19 백신에 내성을 보일 것이란 견해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 제약사 모더나의 스테판 방셀 최고경영자(CEO)는 30일(현지시간) 기존 백신이 오미크론 변이에 델타 변이만큼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오미크론에 대한 기존 백신의 효능이 델타 변이 때와 같은 일은 없을 것 같다"며 "효과가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 결과를 기다려봐야 하지만, (나와) 대화한 과학자 모두가 오미크론에 대한 기존 백신 효능에 대해 '좋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모더나·화이자 등의 예방 효과는 델타 변이 확산 이후 이전보다는 감소했지만,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오미크론에 대한 예방 효과는 이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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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 이미지. [WHO 홈페이지 캡처]


국내외 의학·과학계에서도 오미크론이 보유한 변이의 양과 위치 등 초기 데이터를 근거로 기존 백신의 효능에 회의적인 견해가 우세하다.

오미크론은 스파이크(돌기)에 있는 변이 수가 델타 변이의 두 배인 32개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 백신은 바이러스의 스파이크에 대한 항체를 형성하는 원리여서 스파이크에 변이가 생기면 백신 효능이 떨어질 수 있다.

데이비드 호 미 컬럼비아대 미생물학·면역학 교수는 29일 로이터통신에 "백신 접종으로 얻은 항체는 (바이러스에 있는) 스파이크의 부위 3곳을 공략하는데, 오미크론은 이 부위 3곳 모두에 변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미크론의 구조를 분석 중인 학자들은 공중보건 전문가들보다 오미크론에 대해 훨씬 더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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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은 오미크론 변이의 스파이크 3D 이미지, 왼쪽은 델타 변이의 스파이크 3D 이미지. 오미크론 변이 스파이크에 변이가 더 많고, 변이 대부분이 수용체 결합 부위(빨간색 표시가 몰린 부분)에 집중돼 있다. [밤비노 예수병원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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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연구진이 공개한 3차원(3D) 이미지에 따르면 오미크론 스파이크에 있는 변이는 특히 인체 세포와 가장 먼저 접촉하는 수용체 결합 부위에 집중돼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앙일보에 "이는 오미크론이 인체 세포에 더 잘 달라붙어서 감염력이 세지고, 기존 백신의 효능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오미크론이 기존 베타 변이의 강력한 백신 회피력과 델타 변이의 강한 전파력을 모두 갖췄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남아프리카 국립 전염병 연구소의 페니 무어 박사는 NYT에 "오미크론에선 베타 변이에서 발견된 변이와 델타 변이에서 발견된 변이들이 모두 발견됐다"며 "오미크론은 두 변이의 특성이 합쳐진 것 같다"고 말했다.

29일 CBS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오미크론을 처음 발견한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바이러스학자 알렉스 시갈은 오미크론에 대해 "프랑켄슈타인에 가깝다"며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변이된 바이러스"라고 평했다. 앞서 모더나의 스티븐 호지 이사회 의장 역시 "오미크론은 최고 히트작들을 모두 모은 프랑켄슈타인 잡종과 같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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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변이가 기존 코로나19 백신 효능을 감소시킬 것이란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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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오미크론이 항체를 무력화하는 최초의 '면역 회피 변이'가 아니냐는 우려까지 내놓고 있다. NYT에 따르면 남아공에선 과거 코로나19에 감염됐었는데 오미크론에 다시 확진되는 재감염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독일의 감염병 학자 크리스티안 드로스텐는 독일 ZDF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남아공의 재감염 사례 등으로 볼 때 오미크론은 최초의 면역 회피 변이가 아닌지 우려된다. 이전까지의 변이들은 이런 특성이 두드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연구자들은 현재로선 백신 접종이 최선책이라고 본다. 위중증과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오미크론 변이로 항체 기능이 떨어져도 백신 접종으로 활성화된 T세포 등은 바이러스와 싸우는 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면역 전문가인 존 웨리는 "백신 접종은 여전히 위중증과 사망을 예방해 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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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이 기존 코로나19 백신 효능을 감소시킬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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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백신 제조사들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수십 개의 연구팀이 오미크론에 대한 기존 백신의 효능 연구에 착수한 상태다. 이르면 2주 안에 연구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더불어 화이자와 코로나19 백신을 공동 개발한 독일 바이오엔테크, 모더나,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등 백신 제조사들은 오미크론에 대응한 새로운 백신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CEO는 자사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오미크론 변이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불라 CEO는 29일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변이가 스파이크에서 나올 것이란 사실을 염두에 두고 치료제를 설계했다"며 "그래서 우리 치료제가 변이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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