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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급성장하는 중고거래 시장 하이퍼로컬·리셀테크·취향 거래… ‘중고’ 이미지 벗고 슈퍼앱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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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확산되는 가운데, 한편에선 ‘물가 방위대’ 역할을 하는 중고거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단순 중고용품 장터를 넘어, 지역 커뮤니티와 동네 상권을 연결하는 ‘하이퍼로컬(Hyper-local)’, 한정판 고가 상품을 되파는 ‘리셀테크(Resell+재테크)’ 등 복합적인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국내외에서 수천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가 하면 오프라인 매장도 열며 외형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회원 500만 명 이상 플랫폼 4사

당근마켓 질주에 번개장터·중고나라·헬로마켓 ‘게 섰거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약 20조원으로 성장했다.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 헬로마켓 등 회원 수 500만 명 이상 되는 플랫폼이 4개나 된다. GS리테일, 롯데, 신세계도 이들 업체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직접 플랫폼을 만들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중고거래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플랫폼은 단연 당근마켓이다. 당근마켓은 최근 3년간 연평균 3배 이상의 기하급수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초기 주요 거점 도시에서 전국 단위로 서비스 범위를 넓힌 2018년 1월 당근마켓 월간이용자수(MAU)는 50만 명이었다. 이듬해인 2019년 MAU 180만 명을 넘긴 데 이어 지난해 480만 명, 올해는 1420만 명을 돌파하며 매년 2~3배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2021년 11월 현재 당근마켓 MAU는 1600만 명, 주간이용자수(WAU)는 1000만 명 이상에 이른다. 가입자 수는 2200만 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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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 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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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론칭한 번개장터는 ‘취향 중고거래 앱’을 표방한다. 스니커즈, 명품을 비롯한 브랜드 패션 상품과 디지털기기, 골프, 바이크 등의 취미용품을 주로 거래한다. 지난해 연간 거래액은 1조3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4월 56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이어, 올해 9월 300억원의 신규 투자를 확정하며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중고나라와 헬로마켓은 온라인 거래를 통한 100% 비대면 중고거래 플랫폼을 지향하며 중고거래 안정성 강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중고나라는 지난 2월 법률 서비스 제공을 위해 주식회사 ‘로팡’, 법무법인 ‘우리’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로팡과의 협약으로 중고거래 과정에 필요한 전자계약서 작성 기능 도입을 준비하고 법무법인 우리와는 중고거래 과정 중 발생하는 이용자 피해에 대해 온라인 법률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헬로마켓은 안전한 택배배송을 위해 CU, GS25에 이어 금융사기방지 스타트업 ‘더치트’와 전략적 택배배송 제휴를 맺었다. ‘금융사기방지 API’를 도입해 다른 중고거래 서비스나 카페, 커뮤니티 등에서 사기 이력이 있는 잠재적 위험 사용자가 헬로마켓에 접속하면 자동으로 감지, 사전 접근을 차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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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중고거래 플랫폼

리셀 시장으로 전선 확대


중고거래로 시작했지만, 최근 플랫폼 업체들은 사업 다각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낡은 중고품’을 취급한다는 이미지를 벗고 고급화를 꾀하기 위한 ‘슈퍼앱’ 전략이다.

지역 중심 ‘하이퍼로컬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당근마켓이 대표 사례다. 당근마켓은 동네 사람들끼리 함께 일상을 나누고 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교류하는 ‘연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고거래 외에도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이웃끼리 유용한 지역 정보나 소식을 나누고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동네생활’, 지역 소상공인과 주민을 연결하는 ‘내 근처’ 서비스, 소상공인들의 가게 홍보를 도와주는 ‘비즈프로필’ 등이 대표 사례다. 일례로 지난 11월 5일에는 동네 가게를 응원하고 지역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는 ‘소상공인의 날 캠페인’을 실시했다. 서울신용보증재단과 함께 서울시 전통시장 상점의 온라인 진출과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자 ‘전통시장 더마켓’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당근마켓이 ‘동네 커뮤니티’에 집중한다면 번개장터가 최근 힘을 싣는 분야는 ‘리셀’이다. 그간 스니커즈와 샤넬 등 명품에 한정됐던 리셀테크 대상이 레고, 아트토이, 캠핌용품, 톰브라운 에디션 삼성 갤럭시 폴드, 플레이스테이션(PS)5 등 쉽게 구하기 힘든 한정판 상품이면 무엇이든 포함되며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번개장터의 올 1~9월 스니커즈 카테고리 거래액 약 715억원 중 한정판 스니커즈가 약 461억원에 달해 65%를 차지했다. 기세를 몰아 번개장터는 오프라인 매장 확장에 한창이다. 지난 2월 더현대서울에 입점한 ‘BGZT Lab by 번개장터’가 누적 방문자 수 13만여 명에 이른 데 힘입어, 최근에는 스타필드 코엑스몰에도 진출했다. 스니커즈 수집의 원조이자 대표 격인 나이키 ‘조던1’ 시리즈만을 모았다. 매장 양 벽면에는 360여 족의 조던1 스니커즈로 채운 스니커즈월을 만들어 국내 최대 규모 조던1 컬렉션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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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의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가 만든 오프라인 공간 ‘브그즈트 랩(BGZT Lab)’ 2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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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장터 관계자는 “마이클 조던의 운동화가 리셀 대상으로 인기 있는 것은 운동화를 신고 뛴 경기마다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의 운동화를 소유함으로써 소비자는 자신이 선망하는 스포츠맨의 꿈과 스토리를 간직한다고 생각한다. 그의 운동화를 모아둔 이 매장은 마이클 조던에 대한 오마주인 셈이다”라고 말했다.

‘고급 중고거래’ 시장인 리셀 시장으로 전선을 넓히면 네이버, 무신사, 신세계도 경쟁사로 꼽힌다. 현재 리셀 플랫폼 시장은 네이버의 크림, 무신사의 솔드아웃 양사가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며 양분하고 있다.

크림은 지난해 3월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로부터 분사해 나온 ‘네이버 손자회사’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9월 크림 앱의 월간 순 사용자 수(MAU)는 54만7000명으로, 전년 동기(약 17만2000명)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최근 100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포함해 누적 1400억원 넘는 업계 최대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8월에는 회원 수 100만 명의 네이버 카페 나이키매니아를 80억원에 인수하며 외형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크림 관계자는 “회원 수 국내 압도적 1위 플랫폼이어서 판매자, 구매자 모두 원하는 제품과 사이즈를 가장 빠르게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바로출발 서비스로 거래 체결 후 1~2일 내로 빨리 물건을 배송 받을 수 있다.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크림에서만 살 수 있는 제품도 주기적으로 발매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무신사는 지난 5월 두나무로부터 100억원을 투자받은 ‘솔드아웃’을 분사해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9월 기준 MAU는 15만 명 정도다. 무신사 관계자는 “한정 발매 특성상 출시 일정이 사용자에게 중요한 부분인 만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캘린더 형태로 신제품 발매 일자를 안내하고 있다. 스니커즈를 오랫동안 손상 없이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는 수선 서비스 ‘솔드아웃 케어’도 시작해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9월에는 글로벌 1위 한정판 리셀 플랫폼 업체 스탁엑스가 국내에 공식 진출했다. 아시아 진출은 호주, 일본, 홍콩에 이어 네 번째다. 국내 소비자가 지난 1년간 스탁엑스를 통해 상품을 구매한 건수가 전년 대비 134% 증가하자, 한국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한 것이다. 스탁엑스는 지난해 거래액 약 18억달러(약 2조원)를 기록, 기업가치 4조원으로 평가받는 유니콘이다. 거래되는 제품군은 12만 개에 달하고, 올 상반기에는 구매자가 650만 명을 돌파했다. 거래 수수료가 무료인 크림, 솔드아웃과 달리 스탁엑스는 8~10%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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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전망은

청소·반려동물·맛집·골프… ‘로컬’ ‘취향’ 잡는다


전 세계적으로 자원 재사용에 대한 관심 증대와 함께 환경 보호에 동참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중고거래에 대한 관심도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북미나 유럽에서는 이웃끼리 저렴하게 물건을 사고파는 ‘야드세일(Yard Sale)’이나 플리마켓이 생활화돼 있을 만큼 지역 내 중고거래와 나눔 활동이 이미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당근마켓 이용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데, 이는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생활 반경이 좁아지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지역 안에서의 주민 간 거래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중고거래 활성화로 동네 이웃 간의 신뢰도 제고는 물론, 현대 사회에 ‘정’이라는 가치가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고 전했다.

당근마켓은 당분간 지역 커머스 강화, 지역 상권 활성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농수산물, 신선식품 등의 지역 상권과 주민들을 긴밀하게 연결하는 온·오프라인 연계 로컬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부동산, 중고차, 일자리 등의 지역 기반 서비스도 한층 고도화할 계획이다. 청소, 반려동물, 교육, 편의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기업들과 함께 O2O(Online to Offline) 영역도 넓혀 나갈 예정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 10월에는 이웃에게 동네 맛집을 추천하고 공유하는 ‘우리 동네 맛집 지도’ 만들기 이용자 참여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용자 참여로 모인 맛집 정보들은 ‘우리 동네 맛집 지도’ 서비스로 만들어져 지역별로 공개될 예정이다. 기존 포털 지도 서비스가 번화가 중심의 식당 정보 위주인 반면 당근마켓은 지역민이 추천하는 진짜 동네 맛집에 초점이 맞춰질 계획이다. 가족끼리 가기 좋은 분위기 있는 식당, 몇 년째 애용하는 단골 반찬가게, 신선하고 맛있는 빵을 만드는 동네 베이커리 등 우리 집 근처에서 맛집들을 찾을 때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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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1위 리셀 플랫폼 ‘스탁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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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 관계자는 “핵심 서비스로 중고거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다른 플랫폼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으나 서비스 메커니즘이나 철학, 비전에는 큰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지역과 사람을 잇는 글로벌 커뮤니티 서비스가 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영국, 미국, 캐나다, 일본 4개국 220여 개 지역에서 글로벌 버전 ‘KARROT(캐롯)’을 운영 중이다”라고 전했다.

번개장터는 ‘취향 중고거래 앱’ 전략의 일환으로 골프 및 패션부문 비즈니스를 강화한다.

올 상반기 중고 골프용품 마켓플레이스 ‘프라이스 골프’를 운영하는 ‘에스브릿지’와 중고 의류 셀렉트 숍 ‘마켓인유’를 인수한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올 1~9월까지 골프 관련 거래 건수가 전년 대비 2배 늘어난 약 20만 건, 거래 규모는 약 29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월 대비 9월 프라이스골프 거래 건수는 83%, 매출이익은 85% 증가했다. 바이크, 캠핑 등을 제치고 골프가 레저 카테고리 거래량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최재화 번개장터 COO(최고운영책임자)는 “골프가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취미 스포츠로 떠오르면서 골프용품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번개장터는 수요에 맞는 편리한 거래 환경을 조성해 번개장터 고객이 원하는 ‘취향’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노승욱 매경이코노미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5호 (2021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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