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연일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유럽 국가들의 공동체적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교황은 4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의 대통령궁에서 카테리나 사켈라로풀루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과거 이념적 대립이 동·서유럽을 잇는 다리를 막았다면 지금은 이주민 이슈가 남·북유럽 사이를 분열시키고 있다”면서 “국제적이고 공동체적인 해결책 모색을 다시 한번 촉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럽이 공동체 의식을 갖고 난민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는 또 “여기서 민주주의가 탄생했다. 그 요람은 수천년 후 유럽연합(EU)이라는 민주적 시민들의 위대한 집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것처럼 유럽대륙은 물론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현실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권위주의와 포퓰리즘의 확대를 우려했다. 그는 안전에 대한 우려와 정체성 상실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가 부상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해결책은 포퓰리즘이 아니라 ‘좋은 정치’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5일 에개해에 접한 레스보스섬의 난민캠프를 방문할 예정이다. 2013년 즉위한 교황이 레스보스섬을 방문하는 것은 2016년 이후 두 번째다. 오미크론 변이 등장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난민과 이주민 문제에 대한 교황의 우선순위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레스보스섬은 중동과 아프리카 난민들이 유럽으로 가기 위해 거쳐가는 관문이자 난민 위기의 상징적 장소다. 지난해 9월에는 레스보스섬의 모리아 난민캠프가 화재로 전소되면서 1만3000여명의 난민들이 하루아침에 갈 곳을 잃기도 했다. 교황은 모리아 캠프가 있던 자리에 새로 들어선 마브로브니 캠프에서 난민들을 만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일 교황은 키프로스에서 난민들을 만난 자리에서 나치 독일과 스탈린 치하의 강제수용소를 예로 들며 “그와 같은 일이 지금 인접 해안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난민들이 겪는 고통에 무관심한 문화를 개탄하며 “이런 상황에 익숙해지는 것은 매우 중대한 질병이며, 치료제도 없다”면서 “(난민들의 고통에) 눈을 뜨도록 만드는 것이 내 책무”라고도 말했다. 지중해의 섬나라이자 EU의 신생 회원국인 키프로스는 터키 정부가 지난해 난민들의 유럽행을 막지 않겠다고 한 이후로 난민 유입이 급증했다.
올해 들어 세 번째인 교황의 해외 순방은 각국이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막겠다며 국경통제를 강화하는 와중에 이뤄졌다. 교황은 지난 3월 이라크, 9월 헝가리·슬로바키아 방문 당시에도 민족주의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메시지를 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4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의 성디오니시우스 성당에서 열린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아테네/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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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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