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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초유의 수능 정답 유예 사태

반복되는 수능 출제 오류 어떻게?…“출제위원 전문성·검증 투명성 확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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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15일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정답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한 응시자들이 취재진의 질문에 승소 소감을 이야기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생명과학Ⅱ 20번 정답 결정을 법원이 취소하면서 수능 문항 출제와 검증 과정에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폐쇄적 합숙방식의 출제 한계를 극복하고, 이의가 제기된 문항에 대해서는 보다 공개적인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16일 교육부 자료를 보면 전날 법원에서 정답 결정이 취소된 20번 문항을 포함, 지금까지 총 9번의 출제 오류가 발생했다.

대부분이 답을 하나로 특정할 수 없는 복수 정답 인정 문제들이었지만 2014년 세계지리 8번이나, 2017학년도 물리Ⅱ 9번처럼 문제 자체가 잘못 출제돼 정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결정이 내려진 문항도 있었다. 특히 2014년 세계지리 8번 문항 같은 경우에는 수능 후 1년 가까이 지난 항소심에서 출제오류가 인정돼, 교육부가 해당 문항으로 입시에서 피해를 본 학생들에게 정원 외 입학과 편입 등 구제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생명과학Ⅱ 20번 출제 오류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평가원은 “제도 전반적인 부분들을 다시 재점검해 국민들의 공정성이나 이의신청 절차 심의에 따른 불신을 없앨 수 있는 제도 개선에 대해서 종합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상대평가라는 수능의 한계를 극복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부터 나온다. 변별력을 갖춰야하는 시험인만큼 최상위권 학생간에도 변별력을 갖추기 위해 난해한 문제를 출제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교육과정 안에서 변별력을 확보하려다 보니 다양한 성취기준을 복합적으로 연계하면서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가 출제되는데, 이 연계 과정에서 출제위원들이 검증해 내지 못하는 실수가 생성되면 곧장 출제오류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출제 문항 확정 전 검증과정이 폐쇄적일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현행 수능 문항 출제 방식은 출제위원들이 합숙에 들어가 시험이 끝날 때까지 외부와 단절된 상태로 격리되는 구조다. 다양한 전문가 집단에 의해 폭넓은 교차 검증이 불가능한 셈이다. 문제은행처럼 출제 방식을 개방형으로 전환해 검증 기회가 부족해 오류가 발생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출제 위원들이 보안을 이유로 지속적으로 교체되면서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초대 한국교육평가원장을 지낸 박도순 고려대 교수는 “미국의 수능격인 SAT는 전문위원을 보면 10년, 20년간 출제를 하기 때문에 노하우가 쌓인다”면서 “국내에서는 보안 문제 때문에 출제위원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출제방식이 향상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은행 방식의 수능 도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당장 미국에서도 기출문제를 활용하는 빈도가 늘어나면서 SAT 출제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박 교수는 “기출문제를 열심히 외우는 형식으로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시험에는 사용하기 쉽지 않다”면서 “(문제은행 도입도) 다양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증 과정의 투명성도 보완해야 할 대목으로 꼽힌다. 평가원은 앞서 20번 문항 오류와 관련해 “관련 분야 학회들과 다수의 외부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했다”고 여러번 강조했다. 하지만 자문을 구한 학회가 어떤 곳인지는 재판이 시작될 때까지 공개되지 않았고, 자문을 구한 학회 3곳 가운데 2곳에 평가원 인사들이 다수 포진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능 문제 오류가 유독 과학탐구 영역에 집중돼 나타나는데, 전문적인 분야인만큼 적극적인 공론화 과정이 부족한 점이 있다”면서 “이의제기시 전문가집단이 이를 공론화하고 적극적인 의견개진을 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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