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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강 잡기 나선 김종인, ‘원톱’ 존재감 회복에는 아직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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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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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제5차 회의에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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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선대위 운영 효율화를 앞세우며 기강 잡기에 나섰지만 ‘원톱’ 존재감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선대위 내부 견제를 뚫고 김 위원장이 자기 구상을 확실히 밀어붙일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 위원장이 전면개편이 아니라 기능 조정을 통한 운영 효율화로 방향을 잡은 것도 김 위원장의 제한적 입지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23일 선대위 회의에서 “커다란 항공모함은 굉장히 느리고 융통성이 없어 제대로 기능을 할 수가 없다”면서 “종합상황실(총괄상황본부) 중심으로 전체 의견을 수렴해서 후보와 직접적으로 협의해 모든 것이 결정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총괄상황본부 중심의 김종인 직할체제로 선대위 운영을 재조정하겠다는 의사를 재확인한 셈이다.

김 위원장이 자신의 구상을 밀어붙이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대위 내부 견제세력을 뚫어낼 만큼 김 위원장 본인의 입지가 탄탄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일 선대위에 자타공인 ‘원톱’으로 공식 합류했지만 최근까지 별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 논란이나 이준석 대표와 조수진 최고위원 사이 충돌 사건에서 김 위원장이 ‘원톱’으로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현안을 두고 윤석열 후보와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윤 후보가 김 위원장에게 전권 행사를 맡긴 거 맞냐라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김 위원장 스스로 자기 세력이 탄탄하다고 느끼지를 못하니 위축된 듯한 모습을 보인 게 아니냐”고 말했다.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을 비롯해 금태섭 전략기획실장·정태근 정무대응실장·김근식 정세분석실장 등 최측근 인사들로 총괄상황본부를 꾸렸지만 실제로 이들이 선대위 주도권을 잡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이른바 ‘울산 회동’ 후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 선대위 합류가 늦어지면서 김 위원장의 뜻대로 선대위를 구성하지 못했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과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이 병존하는 ‘3김체제’를 토대로 선대위가 출범했다. 지금 선대위 각 요소요소에도 김 위원장 견제세력이 배치돼있다는 평가가 선대위 안팎에서 나온다.

김 위원장이 경고 메시지를 쏟아낸 이날 회의에서 권성동 사무총장은 “선대위를 두고 ‘매머드’다, ‘항공모함’이다, 이런 비판이 많다. 겸허히 수용한다”면서도 “그렇지만 실상은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항공모함’ 발언 직후에 나온 발언이다. 김 위원장과의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김병준 위원장은 코로나 방역현장 방문을 이유로 회의에 불참했다. 김 위원장의 현재 입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권 사무총장이 면전에서 김 위원장에게 맞선 것 아니냐. 김병준 위원장은 또 언제부터 코로나 현장을 챙겼다는 것이냐. 불참 그 자체가 메시지”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그립’을 강하게 쥐려고 할수록 잠재된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새시대준비위원회를 이끄는 김한길 위원장도 김종인 위원장에게 껄끄러운 존재다. 김한길 위원장은 영입 당시부터 김종인 위원장을 견제하기 위한 카드가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윤 후보가 김한길 위원장과 꾸준히 소통하며 내년 대선 이후까지 바라보고 있다는 풍문까지 돌고 있다. ‘원톱’은 김종인 위원장이지만 후보와의 거리는 김한길 위원장이 더 가깝다는 것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창당을 노리는 세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한길 위원장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해석이다.

당내 충돌과 지지율 하락 등 위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으로 무게중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선대위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선대위를 떠나면서 김 위원장이 그립을 강하게 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선대위 구성을 바꿀 필요도 없다. 결국 김 위원장이 선대위를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정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진용·박순봉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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