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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메타버스가 온다

'우린 게더타운으로 출근한다'… 메타버스에서 일하는 스타트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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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개 기업이 메타버스 사무실로 활용
각종 행사와 교육, 채용까지 메타버스에서 진행

구인구직 플랫폼으로 유명한 잡플래닛은 두 달 전부터 황희승 대표 이하 약 70명의 직원들이 매일 아침 사무실이 아닌 '게더타운'으로 출근하고 있다. 게더타운은 실제 사무실이 아니라 온라인에만 존재하는 가상공간, 즉 메타버스 사무실이다. 가상공간이지만 사무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처럼 구성해 이질감을 없애고 자유로운 소통과 협업이 가능하다. 따라서 굳이 시간을 들여 출퇴근할 필요 없이 노트북만 켜면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볼 수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스타트업 게더가 지난해 5월 처음 선보인 게더타운이 국내 스타트업들 사이에서 최근 인기를 끌면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게더타운을 사무실 대신 사용하거나 재택근무용으로 병용하는 국내 스타트업만 약 40개사이며, 각종 행사에 활용하는 대기업들까지 포함하면 약 100개사에 이른다.

그만큼 게더타운은 메타버스가 일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가 되고 있다. 덕분에 필립 왕 대표가 약 1억7,000만 원을 투자받아 창업한 게더는 1년이 지난 현재 기업가치가 2,000억 원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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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플래닛 직원이 메타버스 사무실인 게더타운에 접속해 일을 하고 있다. 잡플래닛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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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더타운 이용해 보니


여러 메타버스 가운데 유독 게더타운에 스타트업들이 몰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유가 궁금해 해외 IT개발자 소개 스타트업 슈퍼코더의 게더타운 사무실을 방문해 봤다. 게더타운에 사무실을 개설한 업체들은 각기 다른 공간과 인터넷 주소를 부여받고 이 주소로 외부인을 초대할 수 있다. 따라서 외부인들과 회의나 만남도 게더타운에서 할 수 있다.

게더타운에 접속해 아바타를 고르고 대화명을 입력하면 바로 가상 사무실이 나타난다. 사무실은 여러 유형 중에 고를 수 있고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핀테크 스타트업 렌딧은 실제 사무실과 똑같은 민트색으로 게더타운을 꾸미고 같은 위치에 가상 자판기까지 설치했다.

그래픽은 컴퓨터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과거 넥슨의 게임 '바람의 나라'처럼 단순하다. 여기에 이름이 표시된 3등신 아바타들이 돌아다닌다. 노트북의 화살표 키를 눌러 다른 아바타에게 다가가서 마이크 기능을 켜면 말로 대화할 수 있다.

조범식 슈퍼코더 이사를 따라 게더타운 내 회의실로 이동했다. 그가 회의실 내 전자칠판 앞에 서자 노트북 화면에 보여주려는 문서파일과 사진이 나타났다. 노트북의 카메라 기능을 켜면 서로 얼굴을 보며 영상회의도 할 수 있다. 조 이사는 "사용법을 따로 배우지 않아도 될 만큼 직관적"이라며 "화상회의 기능이 잘 돼 있어 줌을 쓰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하다가 피곤한 경우 아바타를 움직여 사무실 바깥으로 나가면 파도와 바람소리가 들리는 바닷가나 옥상 등 휴식 공간이 나온다. 여기에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잡담을 나눈다. 조 이사는 "베트남, 미국, 한국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매일 게더타운에서 만나다 보니 서로 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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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스타트업 렌딧의 김성준 대표와 직원들이 게더타운의 회의실에서 영상회의를 하고 있다. 렌딧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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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과 영상 이용한 쉽고 편한 사용


이처럼 게더타운은 스타트업들에게 편하게 원격근무를 하면서 소속감과 유대감이 떨어지는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어 각광받고 있다. 황희승 잡플래닛 대표는 "게더타운을 이용하면 출퇴근 시간을 줄여 줘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며 "혼자 재택근무를 하면 고립감을 느낄 수 있는데 게더타운은 직원들끼리 자주 대화하게 돼 이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용료는 직원 25명 이하이면 무료, 그 이상이면 1인당 월 7달러를 내야 한다. 잡플래닛의 경우 약 80명이 사용해 월 66만 원가량 낸다. 슈퍼코더의 조 이사는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설치해도 되지만 그냥 인터넷 주소를 입력해 웹사이트에 접속해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 가능한 외부 프로그램 부족


다만 접속이 더러 끊기고 다양한 외부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힘든 단점이 있다. 잡플래닛의 황 대표는 "무거운 프로그램을 동시에 사용하는 멀티태스팅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슈퍼코더의 조 이사도 "기업용 메신저 슬랙 외에 연동해서 사용할 수 있는 외부 소프트웨어가 적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게더타운을 이용하는 스타트업들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효율적 근무를 원하는 기업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각종 행사나 교육은 물론이고 채용까지 게더타운에서 진행하는 스타트업들도 있다. 잡플래닛의 황 대표는 "게더타운 사용은 앞으로 다가올 메타버스에 먼저 익숙해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준 렌딧 대표도 "코로나19 때문에 게더타운을 도입했는데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 회사 업무 전반으로 확대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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