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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이슈 차기 대선 경쟁

CCTV 5번 찍혔는데도 월북 못 막아…엉뚱한 영상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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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이 새해 첫날밤 탈북민 김모씨가 철책을 넘는 상황을 3대의 감시카메라(CCTV)로 5차례 포착하고도 월북을 막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군이 실제로 김씨를 데려갔는지도 여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이 밖에도 감시장비 부실 관리, 현장 지휘관의 오판 등 군의 경계망에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5일 합동참모본부는 이같은 월북 사건 현장 검열 결과와 함께 김씨가 찍힌 CCTV 정지화면을 공개했다. 검은색 모자와 두꺼운 패딩 점퍼를 입고 배회하는 김씨의 모습이 담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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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출입통제선 인근 CCTV 카메라에 모습이 찍힌 김모씨의 모습. 사진 합동참모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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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에 따르면 김씨가 군의 감시장비에 처음 포착된 것은 1일 오후 12시 51분쯤이다.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로 가는 길목에 있는 민간인 출입 통제선(민통선) 초소 방향으로 이동하는 모습이었다.

“민통선 이북 지역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군의 경고방송에 김씨는 곧바로 인근 마을 쪽으로 우회한 뒤 다시 북상해 일반전초(GOP) 철책에 도착했다. 이후 김씨는 이날 오후 6시 36분쯤 이중 철책을 넘었는데, 이 모습이 주변 CCTV 3대에 동시다발적으로 5차례 찍혔다. 김씨가 철책을 모두 넘는 데는 채 4분이 걸리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철책에 설치된 광망(철조망 센서)도 김씨가 월책하는 순간 압력을 감지하고 경보를 울렸다. 소초장 등 6명의 초동 조치 병력이 6분 뒤 현장에 도착했지만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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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김모씨의 월북 이동 경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감시병이 상황을 놓쳤는지 판단하기 위해 CCTV 영상을 돌려봤지만 김씨의 월책 장면도 찾지 못했다. 이와 관련, 합참 관계자는 “매뉴얼 상 상황이 발생한 이전 30분을 확인하게 돼 있는데, 영상이 저장된 서버의 시간이 실제 시간보다 4분 정도 늦어서 해당 장면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평소 경계병들이 영상 저장 서버의 시간이 맞지 않는다는 사실도 모른 채 근무를 서고 있었다는 뜻이다.

사후 조사 결과 이중 철책의 북쪽 철책 너머에는 눈길 위로 김씨의 족적이 선명했다. 철책 상단의 윤형 철조망에선 패딩 점퍼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흰색 깃털까지 발견됐다. 김씨가 월북 흔적이 뚜렷했지만 눈을 뜨고도 놓친 셈이다.

군은 3시간여 뒤 열상감시장비(TOD)로 비무장지대(DMZ)에서 이동 중인 김씨를 발견하고서도 상황 판단을 잘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참 관계자는 “GOP 대대장이 초기에는 지형과 이동방향 등을 고려해 귀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작전을 했다”며 “이후 상황 평가를 통해 월북으로 인식하고 작전에 나섰으나 야간인 데다 눈이 많이 쌓이고 거리가 멀어서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초 군 당국은 김씨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은 뒤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4명이 접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TOD 영상을 정밀 분석한 결과 이들은 김씨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이동해 접촉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실제로 김씨가 북한으로 갔는지조차 불확실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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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국방부와 합참의 긴급현안 보고를 위해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이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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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에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선 여ㆍ야 의원들이 군의 경계 실패를 질타하면서도 대선을 의식해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은 “월북자가 간첩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북 통지문에 버젓이 ‘우리 주민의 안전 보장’을 요청할 수 있느냐”고 군의 태도를 지적했다. 또 한 의원은 9ㆍ19 남북 군사합의로 MDL에서 가장 가까운 전방초소(GP) 병력을 철수한 것과 관련해 “사실상 감시를 포기하고 길을 내어준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경계 실패에 대해선 분석해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면서도 “남북 군사합의가 문제라는 것은 정치 공세”라고 반박했다.

이날 국회에 출석한 원인철 합참의장은 탈북민 월북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원 의장은 “군사 대비 태세 경계 작전을 책임지는 합참의장으로서 이런 일로 인해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정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모든 노력을 해나가도록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이철재ㆍ김상진기자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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