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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이슈 차기 대선 경쟁

윤석열에게 ‘없던’ 3가지…반전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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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두달 앞두고 터진 조직 위기

위기를 몰고 온 역량 없는 후보

윤석열과 국민의 힘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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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다양한 원인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윤석열 후보.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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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의 해가 밝았다. 일주일 사이에도 판도가 바뀌는, 정치의 계절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2022년 1월3일 신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밀려 하락세를 보이자 선거운동을 잠정 중단했다. 선거대책위원회 쇄신,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배제 등의 조처가 뒤따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도 재차 노출됐다. 1월6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의총)에서 ‘이준석 대표 사퇴 촉구 결의안’이 나왔다. 선거가 파국으로 흐르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이날 저녁 윤 후보와 이 대표는 의총장을 찾아 극적인 화해를 이뤘다. 이 잠정적 봉합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윤 후보가 주춤하는 사이에 비집고 들어온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상승세가 야권 후보 단일화로 이어질 만큼 파급력이 있을지를 두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다만 윤 후보의 선전과 후퇴는 모두 ‘정치란 무엇이고 선거란 무엇인가’를 돌아보게 한다. 윤석열의 정치와 윤석열의 선거를 돌아봤다. 비단 윤석열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한국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_편집자주



‘구도’가 ‘인물’을 넘어서긴 어려운 모양이다. 2021년 6월 대선 도전을 공식화한 뒤 야권의 정권교체 여망을 끌어안고 대부분의 기간 야권 내 지지율 1위를 지켜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조사기관에 따라 엇갈렸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연말연시를 지나며 여러 조사에서 일제히 오차범위 이상 벌어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의 갈등, 배우자 김건희씨의 허위 이력 의혹과 대응 실패, 무엇보다 윤 후보 개인의 자질 논란이 누적돼온 터였다.

선거운동 잠정 중단(2022년 1월3일), 선거대책위원회 해산, 김종인 전 위원장과의 결별, ‘홀로서기’와 ‘초미니 선대본’ 구성안 발표(1월5일). 단 48시간 만에 급물살을 타고 후속 대책이 나왔다. 약효는? 선대위 개선안을 발표한 뒤 번지는 내홍 양상을 보면 또 다른 전략 실패로 기록될 듯하다.

1월6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공개한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전국지표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1월3~5일 전국 유권자 1천 명 대상) 결과를 보면, 이재명 후보는 36%, 윤석열 후보는 28%의 지지를 받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율은 12%로, 이전 조사(2021년 12월 5주)보다 6%포인트 상승했다. 현재로선 전문가들의 평이 대개 일치한다. “(윤석열 후보 지지율은) 앞으로도 회복은 어려울 것.” 2019년 ‘조국 사태’ 이후 2년 넘게 현 정권의 유일한 대항마로 평가받아온 윤석열 후보는 왜 선거를 두 달 앞두고 추락 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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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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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 없는 조직

쇄신 첫날인 2022년 1월6일 아침부터 국민의힘 내부에선 파열음이 터져나왔다. 원내지도부가 의원총회(의총)를 열어 이준석 대표의 퇴진을 논의한 것이다.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는 윤 후보 쪽의 이철규 전략기획부총장 임명안 상정을 비토했다. 재선인 이철규 의원이 ‘윤핵관 논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줄임말로, 선대위 내 갈등을 부추긴 측근발 보도 논란)의 한 축이라고 봐서다. 다만 당헌상 대선 후보는 당무 결정에서 우선권을 갖기에 윤 후보는 임명을 강행했다. 전날인 1월5일에도 이준석 대표는 페이스북에 “오늘도 다들 앉아서 어떻게 이준석에게 뒤집어씌울까 고민만 하고 있을 것” “진짜 환멸을 느낀다” “(선거운동과 관련한 나의) 제안은 방금 거부되었다.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기원하며 무운을 빈다” 등 거침없는 말로 윤 후보 쪽을 공개 저격했다.

핑퐁게임은 이 대표의 ‘일보 후퇴’로 봉합됐다. 이날 의총에서 의원들은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결의안 작성에 합의해 이 대표에게 건넸다. 그러나 의원들의 요청에 따라 의총에 참석한 이 대표가 자신의 거친 발언을 사과한데다 윤 후보가 의총장을 찾아 “모든 게 다 후보인 제 탓이다. 대의를 위해 지나간 걸 다 털자”며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두 사람이 화해하면서 이 대표 사퇴 촉구 결의안은 백지화됐으나 갈등은 언제 다시 불거질지 장담할 수 없다.

이 대표와 윤 후보 쪽의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21년 12월3일 ‘울산 회동’으로 1차 잠행이 마무리된 지 17일 만인 12월20일 이 대표는 선대위 보직 사퇴 뜻을 밝혔다.

리스크는 당 외곽에도 존재한다. 사실상 ‘경질’당한 김종인 전 위원장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이 대표뿐 아니라 김종인 전 위원장도 당 밖에서 선대위에 대한 비판적인 평가를 내놓으며 리스크를 더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의 당내 불협화음은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 설까지 이런 혼란이 지속되면 게임은 끝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22년 1월6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위원장은 “총괄선대위원장이라고 명칭만 해놓고 당의 인사나 이런 게 전혀 나한테 전달이 안 됐다”고 말하는 등 선대위의 소통과 전략 문제 등을 비판했다.

“단일 후보를 중심으로 당을 단합시키지 못하게 되면 그 피해는 치명적이다.”(샤츠슈나이더, <민주주의의 정치적 기초>) ‘원팀’을 이루지 못한 국민의힘의 위기는 일찌감치 잠복해 있었다. 윤 후보는 아직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의 지지조차 얻지 못한 상태다. ‘반문재인’의 깃발 아래 너나없이 모여 ‘용광로 선대위’를 꾸린 만큼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앞서 윤 후보 쪽이 화학적 결합에 더 공들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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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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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없는 캠페인

조직이 사분오열인데 전략이 수립될 리 없다. 무엇보다 2021년 4·7 재보궐선거, 그해 6월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당대표 선출을 거치며 보수 야권에서 힘을 얻은 ‘세대연합론’(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가 보수 블록으로 개혁 성향의 4050세대를 포위하는 전략)이 대선 경선 과정에서 흐릿해졌다.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이 대표의 정치 전략이 정치적으로 올바른가를 떠나, 당의 정치 성향과 크게 다른 신지예 전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등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2030세대 남성이 이탈했다는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세대연합으로 국민의힘이 승리를 거뒀고 이준석 당대표 체제가 출범하며 이를 강화했다. 그러나 이수정 교수나 신지예 전 위원장 등 페미니스트들을 영입하면서 보수 야당을 지지한 청년 남성들의 한 축은 무너진 상태다. 1월5일 (“지금까지 2030세대에게 실망을 주었던 행보를 깊이 반성한다”고 말한) 윤석열 후보의 기자회견도 청년층에게 신뢰를 심어주진 못한 것 같다”고 짚었다. 흩어진 표심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옮겨갔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전국 18살 이상 39살 이하 1024명을 대상으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2022년 1월3~4일)해 1월5일 내놓은 결과에서, 이재명 후보는 33.4%, 안철수 후보는 19.1%, 윤석열 후보는 18.4%의 지지를 얻었다.

선거 과정에서 마주한 여러 의혹과 검증의 순간마다 후보를 비롯한 캠프에 적절한 전략이 없었던 점도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위기가 아니라 대응방식이다. “전두환은 5·18과 군사쿠데타 한 것 빼고 정치는 잘했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개사과’ 사진으로 더 큰 파동을 일으키거나 배우자 김건희씨의 허위 이력 의혹이 터졌을 때 미온적 태도를 취하다 ‘사과 같지 않은 대국민 사과’에 나서는 식이다. 이준한 교수는 “정권교체 여론은 밑바탕일 뿐 그 자체로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잣대가 될 수 없다. 아무리 어떤 세력이 이기고 있다 해도 도취해 캠페인을 진행하면 언제든 뒤집힐 수 있고, 악조건 속에서도 진정성 있는 변화와 책임 있는 자세를 선거 캠페인에서 보여주면 유권자를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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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대표.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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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 없는 후보

‘운칠기삼’의 공식이 선거만큼 잘 들어맞는 상황은 없다. 흔히 운이 7이고 기가 3이라고 할 때 ‘운’의 중요성이 강조되지만 핵심은 ‘기’라고 정치권에선 이야기한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지만, 기회가 왔을 때 준비된 자만이 왕관을 쓸 수 있다는 뜻이다.

2년여 동안 정권과 싸우며 일찌감치 정권교체의 적임자라는 이미지를 가꿔온 윤 후보는 정권교체를 향한 야권 지지자의 바람을 담아낼 그릇 구실을 해왔다. 하지만 정치 신인인 그의 능력이나 자질이 검증될 기회는 많지 않았다.

2021년 12월30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공개한 전국지표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2021년 12월27~29일 전국 유권자 1천 명 대상) 결과를 보면, 윤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한 282명 가운데 75%는 ‘정권교체’를 이유로 들었다. 7%는 ‘다른 후보가 되는 것이 싫어서’라고 답했고, ‘후보 개인의 자질과 능력’이나 ‘호감’ ‘정치적 성향’ ‘정책이나 공약’ 등에 공감해 지지한 응답자는 모두 합쳐도 13%에 지나지 않았다. 윤 후보의 경우 지지율이 떨어지면 정권교체 가능성이 있는 제3의 인물로 민심이 옮겨갈 수 있다는 뜻이다. 이재명 후보의 경우 ‘후보 개인의 자질과 능력이 뛰어나서’ 지지한다는 응답이 39%, ‘정책이나 공약이 마음에 들어서’ 지지한다는 응답이 21%를 차지했다.

실제로 앞서 검증 기회가 없던 윤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확정(2021년 11월5일)된 뒤 미디어 노출이 많아지면서 지지율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티브이조선 행사에 참석했을 때(2021년 11월22일) 프롬프터 없이 이 후보가 10분가량 연설한 것과 달리, 윤 후보는 프롬프터가 오작동하자 1분20초 동안 침묵하는 모습이 영상으로 퍼져 망신을 샀다. 화제를 낳은 유튜브 채널 <삼프로티브이>에서도 윤 후보는 경제 현안에 대해 다른 후보들에 견줘 이해가 부족한 모습으로 비쳤다.

최근엔 “중범죄가 확정적인 후보자” “같잖다”는 원색적인 말로 상대방인 이 후보를 공격하거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통신기록 조회 논란을 두고 “미친 사람들”이라고 비난하는 등 대선 후보라고 보기 어려운 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엄경영 소장은 “검찰이라는 수직적 조직체계가 몸에 밴 탓에 정치·사회에 대한 전반적 인식이 20~30년 정도 시대에 뒤처진 게 드러나고 있다. 주변 사람들도 원조 친박(친박근혜계)인 권영세 등 옛사람들로 채워져 보완재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태영 글로벌리서치 상무는 “이 후보는 진보에 이어 최근 중도에서도 우세하고 보수에선 윤 후보가 우세한데 하락세다. 정권유지 희망층의 이 후보 지지율은 80%대, 정권교체 희망층의 윤 후보 지지율은 50%대까지 떨어지고 있다”며 “윤 후보의 위기는 그간 중도 확장이 잘 안되고 정권교체 희망층의 여론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과연 이길 수 있는 후보인가 하는 효능감의 위기에서 시작됐고 그사이 대통령감이 아니라는 리더십 위기가 터져나온 것”이라고 짚었다.

‘이준석·김종인’과의 삼각편대마저 무너진 탓에 더욱 지지율 반등을 노리기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거듭된 말실수와 오락가락하는 정책 혼선은 유권자에게 즉각적인 불신을 준다. 이재명 후보의 경우 도덕성과 관련한 불신이 있는데, 그 부분을 압도할 정도로 윤 후보의 국정능력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진 것 같다”고 짚었다. 이어 “김종인은 홀로서기를 감당할 정치적 내공이 없는 윤석열의 약점과 한계를 넘어설 지렛대였다. 방향성을 잃은 선거운동의 난맥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저는 오로지 정권교체를 위해 정치의 길에 나섰습니다.” 윤 후보는 선대위 쇄신안을 발표하던 날(2022년 1월5일)에도 거듭 열정적으로 강조했다. “정치가 진정한 인간 행위가 되려면 정치에 대한 헌신은 열정에 의해서만 만들어질 수 있고 또 유지될 수 있다.”(<막스 베버 소명으로서의 정치>, 최장집 엮음) 그러나 베버가 강조한 대로 ‘책임감’과 ‘균형적 현실감각’이 뒷받침되지 않은 “정치적 아마추어”의 ‘열정’은 “불모의 흥분 상태”에 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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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 있는 미래?

야권 단일화가 지렛대 구실을 할 수 있을까. 이준한 교수는 “제1당 후보 쪽으로 단일화될 가능성이 커야 현실적 노력을 할 텐데 아무리 제1당이 단일화 과정에서 불리한 구도였던 적은 없더라도 지금처럼 지지율이 허망하게 빠지는 상황이라면 좀 다르다. 윤석열 후보로 단일화될 거라는 확신이 없다면 국민의힘이 적극적으로 나서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후보 교체론’도 나오지만, 윤 후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이상 후보 교체는 불가능하다.

단일화가 결정적 변수가 될 거라는 시각도 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윤석열과 안철수의 지지율은 서로가 주고받는 구조적 연동관계이고, 당분간 중도층을 중심으로 윤석열에서 안철수로 갈아타기가 생겨나면서 안철수의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3석짜리 정당이라는 국민의당이 가진 협상력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단일화라는 지렛대 없이는 윤석열의 반전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남은 두 달 새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누구도 장담하긴 어렵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늘 그렇듯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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