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우주연상 후보 이정재는 아쉽게 수상 놓쳐
’오징어 게임’ 후보 올랐던 작품상도 HBO ‘석세션’ 수상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오일남역으로 출연한 배우 오영수씨가 한국인 배우 최초로 미국 골든글로브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넷플릭스 |
“수상 소식을 듣고 생애 처음으로 내가 나에게 ‘괜찮은 놈이야’라고 말했어요.”
‘깐부 할아버지’의 연기력이 골든글로브에서도 통했다. 넷플릭스 한국 제작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배우 오영수(78)가 9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비벌리힐스 호텔에서 열린 美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넷플릭스를 통해 밝힌 수상 소감에서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고 ‘우리 속의 세계’”라며 “우리 문화의 향기를 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슴 깊이 안고, 세계의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 드라마에 출연한 한국 배우가 미국 최고의 영화·방송 시상식 중 하나인 골든글로브에서 수상한 것은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한국 영화의 경우 ‘기생충’(2020), ‘미나리’(2021)가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바 있다. 오영수는 올해 세 번째로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에 도전한 ‘석세션’의 키에라 컬킨, 또 ‘더 모닝쇼’의 빌리 크루덥, 마크 듀플라스, ‘테드 라소’의 브렛 골드스타인 등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을 제치고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한편 배우 이정재가 후보에 올랐던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은 HBO맥스 드라마 ‘석세션(Succession)’에 출연한 배우 제레미 스트롱이 수상했다. ‘오징어 게임’이 받았다면 역시 한국 최초 골든 글로브 수상으로 새 역사를 쓸 수 있었던 드라마 작품상 부문 역시 ‘석세션(Succession)’의 몫이었다.
오영수는 오징어 게임에서 비밀에 싸인 노인 참가자 1번 ‘오일남’을 연기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러다 우리 다 죽어!” 같은 대사는 드라마의 인기를 타고 유행어이자 인터넷 밈(meme)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깐부’ 에피소드는 인터넷 영화 사이트 IMDB에서 가장 높은 관객 평점을 받았고, ‘깐부 맺기’ ‘깐부 친구’ 같은 말이 정치권을 비롯 사회 전 영역에 유행처럼 번졌다.
골든 글로브는 오영수를 “한국에서 가장 위대한 연극 배우로 첫 손에 꼽히는 배우로, 넷플릭스의 흥행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첫 골든 글로브 수상 후보에 올랐다”며 “동아연극상, 백상예술대상 등 주요 연기상을 받았고, ‘동승’(2002),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 등 영화에도 다수 출연한 베테랑”이라고 소개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오일남 역으로 출연한 배우 오영수 씨. / 고운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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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골든글로브는 레드카펫도, TV 중계도, 청중도 축하연도 없이 주최자인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의 ‘프라이빗 이벤트’로 치러졌다. HFPA가 지난해 초부터 각종 부패 및 인종·성차별 스캔들에 휩싸이면서, 대부분의 제작사와 배우들이 항의 표시로 시상식을 사실상 보이콧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징어 게임’의 배우와 감독 등 제작진 역시 참여하지 않았다.
골든글로브는 아카데미와 함께 미국 양대 영화 시상식으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해 백인 위주의 회원 구성과 성차별 논란, 불투명한 재정 관리에 따른 부정부패 의혹이 불거졌다. 배우 톰 크루즈가 트로피 3개를 반납했고, 할리우드 스타들을 고객으로 둔 100여 개 홍보 대행사가 시상식 불참을 선언했으며, 주요 제작사들도 보이콧에 동참했다. 넷플릭스 역시 이번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오징어게임’을 비롯한 자사 작품을 공식 출품하지 않았다. 후보 선정은 출품 여부와 상관없이 이뤄졌다.
방송 파트너였던 NBC 방송이 올해 중계를 보이콧하면서, 시상식은 중계 없이 골든 글로브 홈페이지와 공식 트위터를 통해 문자 중계 형식으로 수상자와 수상작을 알렸다. CNN은 “올해 골든글로브는 열리긴 하는데 진짜 열리는 건 아닌 기묘한 시상식”이라고 했다.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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