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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바이든 1년] “미국과 관계 강화, 일본 등과 관계 회복…한국 외교에 최선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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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학들이 본 바이든 1년] 인터뷰-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

아프간 전 정부는 ‘종이로 지은 집’

미국 관여 끝낼 다른 방법 없었다

아시아와 유럽의 동맹들에게

트럼프가 입힌 피해 복구 시작해

우크라이나 문제 최선 해법은

자신이 직접 나서 중립 선언하는 것


한겨레

스티븐 월트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 월트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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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월트

스티븐 월트(66)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국제관계학 교수는 국제정치에서 힘의 논리를 중시하는 대표적인 현실주의 학자다. 2018년 펴낸 <미국 외교의 대전략>에서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인권을 세계에 이식하는 지난 30년간의 ‘자유주의 패권’ 정책을 폐기하고, 역내 동맹국을 활용하는 ‘역외 균형’ 전략으로 되돌아가자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난 1년간의 대외정책을 평가해달라.

“대체로, 바이든은 어려운 상황에서 꽤 잘 해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패배한 전쟁을 물려받았고, 철수는 올바른 결정이었다. 승리 전망은 없었고, 철수함으로써 미국은 중국이나 기후변화 같은 더 중요한 문제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바이든은 또 도널드 트럼프가 아시아와 유럽의 동맹들에 입힌 피해를 복구하기 시작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전임자에 비해 명백히 개선됐다.”

―바이든 외교의 성공과 실패의 예는?

“성공은 미국의 핵심 파트너들에게 미국이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협력하기를 원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글로벌 조세 회피처 규제에 합의한 점이나,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단합된 입장을 만든 점 등이다. 가장 큰 실수는 이란과의 핵협정에 즉시 재가입하지 않은 것이다. 현재, 그 협정을 되살리는 것은 훨씬 어려울 것이다. 바이든은 아프간에서의 혼란스러운 철수에 부당하게 비난받았다. 사실, 아프간 정부는 ‘종이로 지은 집’(하우스 오브 카드)이었다. 깔끔하고 고통스럽지 않은 방법으로 미국의 관여를 끝낼 방법은 없었다.”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을 포위하는 바이든의 전략은 당신이 제안하는 ‘역외 균형’(지역 내 동맹국을 활용하고 미국에 직접적 위협이 될 때만 개입)과 일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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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아시아 동맹을 강화하는 것은 ‘역외 균형’과 일치한다.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미국이 이를 우선순위로 삼고 다른 문제들에 집중력이 분산되지 말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이 외교정책에서 걱정할 것은 중국 문제 말고도 많다. 예컨대 기후변화의 경우, 바이든 정부는 중국과 이 분야에서 협력해야 한다는 걸 안다.”

―미·중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기후변화, 공중 보건, 이란, 북한 등과 같은 문제에서 협력하는 게 가능한가?

“물론이다. 장기적으로 이것은 워싱턴과 베이징이 직면하게 될 외교정책상의 단일한 최대 과제다. 즉, 어떻게 일부 영역에서 격렬한 경쟁을 하면서도, 양국 그리고 전세계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전쟁에 빠져들지 않고 다른 영역들에서는 여전히 협력할 것이냐는 문제 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정책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강조한다. 당신이 비판하는 ‘자유주의적 헤게모니’를 휘두르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념과 가치를 중시하는 바이든의 외교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보나?

“자유주의적 가치는 여전히 미국에서, 특히 외교정책 엘리트들 안에서 깊이 유지되고 있다. 바이든이 이것을 외교정책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삼으려고 하면, 아마도 실패할 것이다. 미국이 전세계에 좋은 본보기가 되어 다른 사회들도 스스로 이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장려할 수 있도록, 이곳 미국의 민주주의에 무엇이 잘못됐는지 고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미-중 전략경쟁에서 한국은 양쪽에서 역할을 요구받는 어려운 선택에 직면해 있다. 한국은 어떤 전략을 택해야 한다고 보나?

“아시아에서 세력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돕고 중국이 패권적 지위를 얻는 것을 막는 게 한국의 이익에 맞는다. 중국이 패권적 지위를 얻으면 아시아 국가들은 많은 문제에서 중국이 원하는 대로 따라야 하고 중국이 화내지 않게 하려 무엇이든 해야 할 것이다. 한국이 외교정책의 자율성을 유지하고 경제성장을 계속하길 원한다면, 동아시아에서 단단한 세력균형이 있어야 한다.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강국들과 관계를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한국에 최선의 길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에 군사력을 증강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졌다. 미국은 약해 보이지 않으면서 러시아의 침공을 막을 수 있을까?

“이것은 특별히 풀기 어려운 문제다.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총구 앞에서 러시아에 양보하기를 원치 않는다. 최선은 우크라니아 사람들이 전쟁이 발생하면 그들 자신이 가장 고통을 겪을 것이라는 점을 깨닫고, 미국이나 러시아 어느 국가와도 동맹을 맺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오미크론·인플레·분열에 무거운 1주년

[바이든 1주년] 미 국내 상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월20일 취임하며 코로나19 극복, 경제 회복, 미국의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전임자가 넘겨준 과제가 가혹한 탓도 있었지만, 핵심 과제를 둘러싼 상황은 1년이 흐른 뒤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독립기념일인 7월4일 “코로나19로부터 독립에 가까워졌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지난 연말 오미크론 변이라는 복병을 만나 올 초 하루 확진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백신 이기주의’라는 비판을 들어가며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총력을 쏟았으나, 2차 접종을 마친 이들의 비율은 63%, 추가접종(부스터샷)까지 마친 이는 약 24%에 머무르고 있다.

경제 분야에선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이 미국을 무겁게 짓누른다. 지난 1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7.0% 올라, 1982년 이후 4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 때문에 퀴니피액대학의 지난 12일 발표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33%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앞으로 놓인 정치 환경이 성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최대 공약인 2조달러(약 2400조원) 규모의 ‘더 나은 재건’이란 이름의 사회복지 지출법안은 여당인 민주당의 조 맨친 상원의원 등의 반대로 진척이 없다. 보수층의 강한 지지를 얻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는 2024년 대선 재출마 의사를 내비치면서 바이든 반대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11월 치러지는 중간선거에서 연방 하원의 다수당이 공화당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2022년 미-중 관계, ‘신냉전’과 ‘열평화’ 사이

[바이든 1주년] 중국이 본 1년

중국에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2년째에도 미-중 관계가 극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호재’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데, ‘악재’는 넘쳐나기 때문이다.

올해 미-중 관계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대한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으로 문을 연다.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20년 1월15일 타결된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역시 2년의 시한을 넘겼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본격적인 무역협상은 시작도 못 한 상태에서, 합의 이행 여부를 두고 양쪽 입장이 갈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과 대만이 동시에 신청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문제도 미·중이 첨예하게 충돌할 만한 사안이다.

왕지쓰 베이징대 국제전략연구원장은 지난 10일 <중미초점>(중메이쥐자오)에 기고한 글에서 현재 중-미 관계를 ‘신냉전’에 빗대 ‘열평화’라고 표현했다. 그는 “2022년과 그 이후 시대에 ‘열평화’란 흐름이 중-미 관계의 패러다임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며 “신냉전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상호 비난과 지정학적 경쟁이 불을 뿜는 ‘열평화’ 모델이 고착화되면 누구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국제무대에서 양국의 힘겨루기가 지속되면,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대응 등 국제사회의 현안을 둘러싼 협력이 쉽지 않다.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연합훈련(림팩)에 대만이 참여하게 될 여름 무렵엔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내부에선 “현 상황에서 답답한 건 미국”이란 인식이 팽배해 있다. 더구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 10월께 열리는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3연임에 도전한다. 미-중 갈등이 증폭되는 게 국내 정치적으론 되레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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