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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마켓뷰] 외인·기관 패닉셀 시작됐나... 시총 상위 100개 종목중 98개 파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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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대외 악재에 전세계 주식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코스피지수는 최근 사흘 간 140포인트 넘게 하락하며 2700선을 아슬아슬하게 지키고 있다. 지난 2020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 중앙은행의 강도 높은 긴축에 대한 우려 때문에 주식 투자 심리가 악화했다고 분석한다. 다만 향후 증시 향방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증권 업계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완화하지 않는 한 증시가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악재가 이미 우리 증시에 충분히 반영돼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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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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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2개월 만에 2700선 붕괴 위기…미국·유럽·아시아 일제히 ‘패닉’

25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71.61포인트(2.56%) 내린 2720.39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2703.99까지 내리며 지난 12월 3일 이후 1년 2개월 만에 2700선을 내줄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순매수로 맞섰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698억원, 1709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코스피200선물도 7727억원어치 팔며 주가지수의 하방 압력을 높였다.

외국인이 이날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삼성전자(005930)였다. 하루 만에 총 1107억원을 순매도했다. 그 외에 삼성SDI(006400), 카카오(035720), NAVER(035420) 등이 외국인 순매도액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외국인의 매도세가 대형주에 집중되자, 국내 시가총액 상위권에는 ‘파란 불’이 들어왔다. 유가증권시장 시총 상위 100개 종목 가운데 SK텔레콤(017670)(28위)과 메리츠화재(000060)(56위)를 제외한 98개 종목이 모두 하락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반면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5857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많이 매도한 삼성전자와 삼성SDI, 기아(000270)를 대거 사들였다. 개인 투자자는 최근 3거래일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6000억원을 순매수하고 있다.

이날 코스닥지수 역시 급락하며 10개월 만에 900선을 내줬다. 전날보다 25.96포인트(2.84%) 내린 889.44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앞서 지난해 3월 11일 장중 890.97을 기록한 이후 한 번도 900선을 내준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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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각) 백악관 상황실에서 유럽 지도자들과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는 화상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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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시장에서는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936억원, 445억원을 순매도했다. 국내 기관은 1202억원을 순매수했다. 유가증권시장과 마찬가지로 코스닥시장 시총 상위주도 대부분 하락 마감했다. 시총 1위 업체인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는 5.3% 급락한 6만430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펄어비스(263750)엘앤에프(066970), 위메이드(112040), HLB 등도 3~4%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증시 급락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상황이 아니다. 아시아 주요국 주가지수도 급락하고 있다.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전날보다 1.66% 급락한 2만7131.34로 마감했으며,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는 2% 넘게 떨어지고 있다.

전날 유럽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큰폭으로 하락했다. 24일(현지 시각) 유로스톡스50은 전날보다 4.14% 내렸으며, 영국 FTSE100과 프랑스 CAC40은 각각 2.63%, 3.97% 급락했다. 독일 DAX는 3.8% 떨어졌다. 러시아 RTS는 8% 넘게 급락했으나 25일 2% 이상 급반등하고 있다.

미 뉴욕 증시에서는 3대 주가지수가 급등락해 투자자들이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24일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장중 한때 3.3% 급락했으나 반등하며 0.29% 상승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9% 급락했다가 결국 0.63% 상승 마감했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역시 4% 급락하다 0.28% 상승하며 장을 마쳤다.

◇ 우크라이나 리스크, 인플레이션 압력 높여…“이미 낙폭 과대” 의견도

연초 2900선에서 박스권 등락을 지속하던 코스피지수가 연일 급락하고 있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악재 때문이다.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에 10만명 이상의 병력을 모았으며, 미국과 영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 직원 가족들에게 철수를 지시한 상태다. 뉴욕타임스(NYT)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동유럽에 미군 5000명을 파병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리스크는 천연가스와 원유 가격 급등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인플레이션”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이슈와 코로나19 확진자의 급증도 모두 인플레이션을 높여 증시의 하방 압력을 높일 수 있는 요인들”이라고 설명했다.

윤 본부장은 “최근 주가지수가 너무 많이 하락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기술적 반등이 이뤄질 수 있겠지만,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는 시그널이 나오기 전까지는 의미 있는 상승장이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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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이 TV 화면에 나오는 가운데, 월스트리트의 한 트레이더가 업무를 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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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상무)도 “1분기까지는 전세계 물가 지표가 계속 높게 나타날 것이며, 2월 중국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열리면 코로나19가 재확산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 연준의 긴축 강도가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23일(현지 시각) CNBC방송에 따르면,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은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5차례 인상할 확률이 60%라고 집계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메리클 이코노미스트는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커지고 있으며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앞서 연준이 3월, 6월, 9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총 4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했으나, 경우에 따라 금리 인상 횟수가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정 상무는 현 코스피지수에 악재가 충분히 반영돼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최근 들어 나스닥지수가 급락하자 우리 증시의 투자자들도 부담을 느끼고 있는데, 사실 나스닥지수는 1월부터 빠졌지만 코스피지수는 작년 고점 3300부터 600포인트나 하락한 상태”라며 “우리 증시는 이미 과매도 구간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정 상무는 “장기 투자자라면, 코스피지수가 2800을 밑돌 때 우량한 성장주를 분할 매수할 것을 추천한다”며 “현 상황에서 추격매도나 패닉 셀링(공포 매도)을 하는 것은 좋지 않은 투자 패턴”이라고 조언했다.

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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