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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메타버스가 온다

황금알이라더니 돈 먹는 하마…'메타버스 딜레마'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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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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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가 공개한 자신의 3D 아바타와 리얼리티 랩스 실적. /그래픽=김지영 디자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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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를 구축하는 건 싸지 않다."

CNBC는 옛 페이스북인 메타가 지난 2일(현지시간) 발표한 2021년 4분기 실적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메타버스의 장미빛 전망과 달리 현실은 냉혹하다는 것이다.

이날 메타는 VR·AR(가상·증강현실) 연구소 '리얼리티 랩스' 부문 실적을 처음으로 공개했는데, 지난해에만 100억달러가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사업 중심축인 리얼리티 랩스의 순손실 규모는 2019년 45억달러(약 5조원), 2020년 66억2000만달러(약 8조원), 2021년 101억9000만달러(약 12조원)로 연평균 50%씩 급증하는 추세다.

메타는 지난해 10월 사명을 바꿀 정도로 메타버스 사업에 의욕을 나타내고 있지만, 외신들은 메타버스가 메타의 발목을 잡았다고 분석한다. CNBC는 "리얼리티 랩스가 없었다면 지난해 560억 달러 이상의 이익을 냈을 것"이라며 '흥청망청 소비'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메타버스 구현까지 10~15년은 족히 걸리는 가운데, 올해 리얼리티 랩스 손실규모는 더 커질 것이란 점이다. 데이비드 웨너 메타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올해 영업손실이 유의미하게 증가할 것"이라고 예고했으며, 마크 저커버그 CEO 역시 "아직 갈 길이 멀다"며 "방향은 분명하지만 앞으로 갈 길이 완벽히 정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메타 주가는 26.39% 급락해 2500억달러(약 300조2000억원) 규모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미 증시 사상 하루 최대 손실액이다.

고무적인 점은 VR기기 '메타 퀘스트'(구 오큘러스 퀘스트)의 콘텐츠 스토어 매출이 10억달러(약1조2000억원)를 돌파했다는 점이다. 2020년 퀘스트2가 출시되기 직전 콘텐츠 스토어 매출이 1억5000만달러였던 점을 고려하면 단시간 내 비약적으로 성장한 셈이다. 이에 힘입어 리얼리티랩스 매출도 2019년 5억달러, 2020년 11억달러, 2021년 23억달러로 증가추세다. 아직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만 메타가 추진하는 메타버스 사업이 조금씩 궤도에 오르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수천억 썼다…한국도 메타버스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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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은 손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메타휴먼 사업을 강화한다. /사진=넷마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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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의 어닝쇼크를 바라보는 국내 IT·게임업계 시선은 복잡하다. 메타버스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자칫 공격적인 투자가 부메랑이 돼 돌아올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플랫폼 사업은 수년간의 기술투자가 필요한데, 자칫 이번 일로 메타버스 사업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꺾여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메타버스가 차세대 플랫폼으로 각광받으면서 국내 IT·게임업계도 관련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아시아 최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운영 중인 네이버는 또다른 메타버스 생태계 '아크버스'를 선보인다. 카카오 새 사령탑에 오른 남궁훈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도 골목상권 침해 등 일련의 논란 돌파구로 메타버스를 낙점했다. 그는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기업을 개편해 새 땅을 개척하는 것이 국민 요구와 카카오의 창업정신을 모두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도 4년 만에 열린 경영전략 발표회(NTP)에서 게임과 메타버스·블록체인을 융합해 '가상을 넘어선 두 번째 현실'을 구현하겠다고 강조했다. 메타버스 사업이 될지 안될지를 재는 시기는 지났다는 게 방 의장의 판단이다. 이미 넷마블은 손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메타버스 연계 기업에 3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 컴투스 위지윅스튜디오와 함께 '컴투버스'를 준비하고 있다.


"메타버스 시대 올때까지 버텨줄 본업 경쟁력 중요"

다만, 메타버스가 수익성으로 연결되기까진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2018년 제페토를 출시한 네이버제트 역시 2020년 86억4646만원 매출에 188억9706만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400억원대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영업손실은 여전해 보인다.

이런 점에서 본업 경쟁력이 메타버스 성패를 가를 것이란 진단도 있다. 본업이 실적을 탄탄히 받쳐줘야 신사업 투자가 가능해서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메타의 주가 급락은 메타버스 사업의 불확실성이라기보단 기존 페이스북의 실적 부진에 기인한 것이 더 크다"라며 "메타버스 사업이 신규 수익창출원이 되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모든 플랫폼 사업엔 선점 효과가 절대적인 만큼, 메타버스에 최적화된 글로벌 게임사를 향한 구애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IT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은 5~10년 선투자하고 돈은 나중에 버는 사업인데, 메타는 SNS 수익성이 정체된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하다 보니 난국에 처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이번에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는데, SNS와 달리 검색은 유행을 타지 않기 때문"이라며 "장시간의 투자를 받쳐줄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PC에서 모바일로 전환했듯 메타버스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엄청나게 투자했다가 폭삭 망하면 리스크가 클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단기적인 실적보다는 변화된 세상에 어떻게 적응할 것이냐에 대한 거시적 고민이 더 깊은 단계"라고 귀띔했다.

윤지혜 기자 yoonj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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