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말하는 물 관리 고도화
왼쪽부터 이용섭 한국상하수도협회장, 김건하 대한상하수도학회장, 이호식 한국물환경학회장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기후변화가 심해지면서 수자원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물은 홍수와 가뭄, 해수면 상승 등 다양한 재난의 형태로 나타나 인류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다. 최근 세계 각국이 물과 에너지, 식량을 하나로 묶어 물 관리 패러다임을 만드는 이유다. 국내에선 전국 수도 사업자와 상하수도 기업 등이 주축이 된 한국상하수도협회가 이를 이끌고 있다. 2002년 설립 후 20년 동안 국내 상하수도 시설을 개선하고 물 산업을 육성해 왔다.
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돗물 음용률과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기술 개발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이용섭 한국상하수도협회장과 이호식 한국물환경학회장(한국교통대 철도공학부 교수), 김건하 대한상하수도학회장(한남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에게서 기후변화 시대 대응을 위한 한국의 물 관리 방안을 구체적으로 들어봤다.
―기후위기 시대에 물 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이호식 학회장=지구온난화 이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강수량 증가다. 최근 30년 동안 한반도의 연간 강수량은 100년 전보다 120mm 이상 늘었다. 문제는 비가 내리는 강수일수는 그대로인데 시간당 내린 비의 양만 늘었다는 점이다. 이른바 ‘물 폭탄’이 잦아진 것이다. 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물 순환 도시를 만들고, 유역 내 수자원 시설을 연계해 버려지는 수자원을 최소화해야 한다.
▽김건하 학회장=지금은 국민들의 ‘물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새로운 물 관리 방안이 필요한 때다. 극단적인 가뭄과 홍수에 대비하려면 자연 저류시설인 홍수터, 천변 저류지 등을 늘려야 한다. 빗물 저류시설 확대, 해수 담수화 등 수원(水源) 다변화를 통해 유역 단위의 물 자립률을 높이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수자원을 공급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탄소중립을 얼마나 실천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정수장과 하수처리장 등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방안도 필요하다.
―수돗물은 탄소 배출량이 적은 친환경 음용수이지만 정작 마시는 국민은 많지 않다.
▽이용섭 협회장=한국 수돗물은 유엔 수질평가에서 122개국 중 8위에 오를 만큼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오염 사고가 반복되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국민 눈높이에 맞춰 안전성을 입증하고 적극적으로 알리는 게 공급자의 역할이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수돗물 음용 확대가 특히 중요하다. 수돗물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같은 양으로 비교할 때 생수의 700분의 1, 정수기의 2000분의 1에 불과하다. 전기 사용량뿐 아니라 페트병 생산도 줄일 수 있다.
▽김 학회장=노후 관로 교체 등 시설 개선과 함께 수돗물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유럽연합(EU)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수돗물 음용률은 각각 74%와 51%에 이른다. 반면 한국은 5%에 불과하다. 선진국에선 음수대, 식당 등 일상에서 수돗물을 마실 기회를 늘려 음용 비율을 높이고 있다.
―국내 상하수도 서비스의 지역 격차를 해소할 방안은….
▽이 학회장=한국의 상하수도 보급률은 선진국 중에서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다만 지역별 격차가 크다. 상하수도 시설 보급은 정부 주도로 이뤄지지만, 운영과 관리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맡다 보니 발생하는 문제다. 물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물 사용 요금을 현실화해야 ‘물 복지’도 이룰 수 있다.
▽이 협회장=지역마다 공공요금 격차가 큰데 상하수도 요금은 그 간격이 더 벌어져 있다. 지난해 말 정부 발표를 보면 도시가스 요금은 지역 간 최대 1.3배 차이가 나는데, 상수도 요금은 최대 1.8배, 하수도 요금은 최대 2.3배까지 차이가 난다. 각 지자체의 재정 상태에 따라서 물 관리에 투입되는 자원에도 차이가 생긴다. 상하수도 관리는 수도요금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생산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도요금 문제를 공론화해 균등한 물 복지를 실현해야 한다.
―물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이 학회장=2018년 기준 국내 물 관련 기업의 총매출은 약 43조 원에 이르지만, 그중 96%가 내수 시장에서 발생했다. 물 산업도 점차 고도화되고 있다. 내수 시장에만 의존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 물 기업의 약 80%가 20인 미만 영세 사업체다. 현재 조성 중인 ‘국가 물 산업 클러스터’ 등 정부 차원의 기술 혁신 및 해외 시장 진출 지원이 필요하다.
▽김 학회장=개발도상국의 도시화, 산업화에 따라 글로벌 물 시장은 향후 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상하수도 보급이 거의 완료된 국내보다 해외 시장을 봐야 한다. 특히 디지털 기반의 ‘지능형 물 관리’, 일반 정수 공정으로 제거되지 않는 물질까지 걸러내는 ‘고도 처리’ 등 첨단 물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민간 모두 해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 확대가 절실하다.
▽이 협회장=수자원 부족 문제로 힘들어하는 국가들에는 한국 물 기업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해외 진출의 기반은 기술력이다. 물 시장 개척을 위해 정부는 불순물을 거의 없앤 ‘초순수(超純水)’ 생산 기술의 100%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인재 양성도 중요하다. 물 기업의 절반가량은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물 기업 맞춤형 교육 과정 지원 등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