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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 추가 철군 언급하며 협상국면 복귀 ...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는 우크라이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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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경향신문

    15일(현지시간) 크림반도의 오푸크 러시아군 훈련장에서 러시아군의 자체 추진 방사포 시스템인 우라간에서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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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군 일부 원주둔지 복귀

    침공 D데이 16일은 일단 넘겨

    돈바스 분리주의 독립 새변수

    ‘제2의 크림반도’ 노리나 의심

    전쟁 직전까지 갔던 우크라이나 사태가 다시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집결한 러시아군 일부가 원주둔지로 복귀하고 러시아 정부가 외교적 해결 의지를 밝히면서 미국의 침공 예상일인 16일(현지시간)은 넘기게 됐다. 하지만 러시아군이 아직 완전히 철수하지 않은 만큼 협상 국면에서도 군사적 긴장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문제에 이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갈등이 새로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러시아가 국방부는 16일 보도문을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병합한 크림반도에서 훈련을 마친 러시아군 부대들이 원주둔지로 복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사장비들을 실은 열차가 이동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함께 공개했다. 하지만 미국과 나토는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서 경계태세를 풀지 않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러시아의 외교적 해결 의지가 살아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러시아는 군사훈련 후 장비를 두고 가는 경우가 많아 군대가 재집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정부 당국 관료들의 보고를 언급하며 “러시아군은 여전히 위협적인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도 “(철수가 진짜인지)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오히려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전진 배치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미국 ABC방송은 일부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 일부 부대가 의료 보급품을 지닌 채 우크라 접경에 접근중이며 발포 태세로 전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돈바스 문제도 전면에 불거졌다.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은 15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가 지원하는 분리주의 세력이 주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돈바스(루한스크·도네츠크 주 등 동부지역)에 세워진 공화국의 독립국 승인을 요청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고 국영 타스통신 등이 보도했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국가두마는 이날 표결을 통해 결의안 채택하고 뱌체슬라프 볼로딘 국가두마 의장이 이를 곧 푸틴 대통령에게 보내겠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이를 승인할 경우 분리주의 반군과 우크라이나군 간 정전을 규정한 민스크협정이 위태롭게 되고,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때와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고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 등은 지적했다. 러시아가 돈바스를 공식적으로 분쟁지역화해 이 곳에서 군사행동을 정당화하고 결국은 병합하려는 속셈이란 것이다.

    돈바스의 친러 분리주의 세력은 2014년 러시아가 주민투표 결과를 근거로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병합하자 자신들도 독립하겠다며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 수립을 선포했다. 이후 독립 무장투쟁 명목으로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산발적인 교전을 이어오고 있다.

    러시아는 국가두마의 결정을 지렛대 삼아 서방 국가들을 더욱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푸틴 대통령은 15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돈바스 지역 상황이 “집단학살”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서방은) 당분간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수 없다는 등의 말을 하지만 그러한 말은 우리에겐 아무런 의미도 없다”면서 당장 외교적 협상을 통해 결론을 내길 원한다고 밝혔다. 미국 등이 대러시아 제재 대상으로 꼽고 있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2’에 대해서는 회담 뒤 가동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숄츠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가능성과 관련해선 “나토의 확장은 계획돼 있지 않고 논의되지도 않고 있으며 현안에도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노르트스트림2에 대해선 “우크라이나에서 분쟁이 일어날 경우 결과가 따를 것”이라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가스관 가동에도 차질이 뒤따를 것임을 시사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러시아가 돈바스 공화국들의 독립을 승인한다면 민스크협정 탈퇴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돈바스 분쟁 관련 감시자 역할을 해온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에 러시아를 포함한 3자 긴급회의도 요청했다. 민스크협정의 철저한 준수가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의 최우선 전제조건이 되어야 한다고 촉구해온 프랑스도 이날 국가두마의 결정을 비난했다. 장 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의 단결과 통합을 저해하는 이 ‘무기 없는 공격’은 절대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군사행동에 앞서 사이버공격으로 우크라이나를 흔들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날 우크라이나 국방부 웹사이트 등이 러시아 소행으로 추정되는 디도스(DDoS) 공격을 받았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디도스는 대량의 접속 시도(트래픽)를 통해 서버를 다운시키는 사이버 공격이다. 우크라이나 국영은행 오샤드방크와 최대 상업은행인 프리바트방크도 디도스 공격을 받아 몇시간 동안 인터넷 뱅킹이 작동하지 않았다. 공격 주체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사이버보안센터는 러시아를 배후로 지목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의 이번 해킹 피해 소식에 대해 “사이버 공격이나 기타 공격에 대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수단을 포함해 대응할 방법은 많다”고 밝혔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기간시설을 겨냥해 사이버 공격과 공습을 가한 뒤 특수부대를 수도 키예프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침공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ABC방송은 이런 사이버테러 작전은 24∼72시간 안에 마무리되며 궁극적 목표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친서방 정권을 타도하고 러시아 괴뢰정권을 세우는 데 있다고 소식통 견해를 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당국 관계자들의 말도 나오고 있다. 유리 필라토프 주아일랜드러시아 대사는 이날 아일랜드 공영 RTE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마 3~4주 뒤에 러시아 서부 지역에 배치된 군대들이 일상적인 상태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마케이 벨라루스 외무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러시아 군대와 군사장비들이 연합훈련이 종료되면 벨라루스 영토를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TASS에 따르면 그는 “단 1명의 군인도 단 1대의 장비도 훈련 뒤에 남지 않을 것”이라면서 “(훈련에 참여한) 군대와 장비 수는 2011년 빈 문서를 위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등 서방 정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 접경한 러시아 서부와 남부 지역에는 현재 10만명 이상의 러시아 군대가 배치돼 있다. 약 3만명의 다른 러시아 군대는 이웃 국가 벨라루스에서 연합훈련을 벌이고 있다.

    박효재·박용하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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