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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슈 차기 대선 경쟁

대선 판세 뒤집을 결정적 한방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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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윤석열 박빙 우세 추세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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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월 17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앞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역 의원들과 함께 엄지척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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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개혁으로, 더 나은 미래로 더 유능한 정부로 책임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5분 남짓 일정이었다. 2월 17일 오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왕십리 유세다. 연설을 마친 뒤 사회자는 구호를 제창했다. 그가 “나를 위해”, “대한민국을 위해”, “서울시민을 위해”라고 선창하면 청중이 이재명을 연호하는 방식이었다. 이 후보는 “이재명은 합니다”라고 답했다.

“앞으로 제대로 ‘나를 위해’ 이재명”이라는 캐치프레이즈는 올해 1월 1일부터 썼던 구호다. “이재명은 합니다”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지난해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사용했던 구호다. 공식선거 개시 시점인 2월 15일에 이르러 슬로건은 “위기에 강한, 유능한 경제대통령”으로 바뀌었다. 선관위에 등록하는 공식포스터나 자료집, 거리 현수막에도 이 구호가 들어간다. 캐치프레이즈를 바꾼 배경으로는 ‘나를 위한 이재명’이 이 후보의 장점을 명확하게 보여주지 못한다는 내부지적에 따른 것이다. 후보도 공식선거운동 포스터에 새 슬로건을 담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장 이날 확인한 현장 유세에서 새 기조는 관철되지 않고 과거 구호가 혼재되고 있었다.

■이 후보, 캐치프레이즈 교체 효과는

“새 구호에 사람들이 공감할까 의구심이 든다. 코로나19 시국에 과거 IMF 환란 때 준비된 대통령을 내걸었던 DJ를 오버랩시키고 싶었겠지만 이재명이 경제에 유능하다는 걸 입증할 데이터나 논리를 모르겠다. 경선 때는 대장동을 성과로 이야기했고, 기본시리즈를 밀었지만 현재는 그것도 실종한 상태고….” 선거컨설턴트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상임연구위원의 말이다.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잇달아 정책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카피와 기조가 다 따로 놀고 있다는 게 그의 평가다. “선거운동을 보면 확실히 차이가 난다. 윤석열 쪽은 자기들이 된다는 분위기가 있으니 바닥부터 당대표까지 열심히 뛰는 게 보이는데, 이재명 쪽은 상당히 위축돼 있는 느낌이다. 여론조사를 하면 표 차이가 별로 안 나는 것이 오히려 신기할 따름이다.” 그는 “지금처럼 초박빙으로 경합하는 선거는 역대 선거에서 없었다”며 “막판까지 가봐야 결과는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신용철 위원을 접촉한 날은 2월 16일이었다. 2월 17일 관련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던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사가 공동진행한 전국지표(NBS)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결과였다. 이 조사에서 윤석열 후보는 40%, 이재명 후보는 31%의 지지를 받았다. 9% 차이. 오차범위가 표본오차 95%에 신뢰수준 ±3.1%p이므로 오차범위 밖에서 윤석열 후보가 앞선 결과였다. 전 주(2월 7~9일)에 실시한 조사에서 두 후보는 35%로 동률을 이뤘다. 이재명 후보가 4% 빠지고, 윤석열 후보는 5% 상승하면서 오차범위 밖의 결과로 이어졌다. 전국지표조사 결과만 보면 전 주 조사에서 이재명은 2주 전과 같은 포인트를 기록한 반면, 윤석열 후보는 1% 상승해 동률을 이뤘다. 완만하게 상승하던 윤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당장은 1월 하순부터 불거진 후보 부인 김혜경씨 관련 과잉의전 논란이 지지율에 본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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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2월 15일 오후 부산 서면 젊음의거리에서 열린 거점 유세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어퍼컷 세리머니로 답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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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은 이것이다. 시기적 편차는 있어도 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무속논란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당장 2월 15일 김의겸 의원은 2018년 9월 9일에 있었던 일광조계종 수륙대제에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이름을 적은 연등이 걸려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행사는 무속논란 당사자인 건진법사 전모씨가 총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김씨가 회사 운영과 관련한 주요결정사항과 관련해 상담했다는 한 무속인의 증언도 김 의원발로 나왔다. 두가지 모두 기본적인 물증이나 증언에 비춰보면 사실로 보인다. 같은 ‘배우자 리스크’라고 하더라도 윤 후보의 부인 김씨와 관련해서는 여론조사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왜일까.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무속 관련 논란은 그간 공개된 녹취록 등을 보면 부인이 남편의 의사결정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결정적으로 후보자 본인이라기보다 부인 관련이라는 점에서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공식선거운동을 시작하는 시점(2월 15일)에 정권교체 프레임을 중심으로 짜인 현 구도를 흔들 수 있는 결정적 한방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정치권 주변에서 끊임없이 나왔다. 그리고 그 결정적 한방은 현재 여러 여론조사 결과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윤 후보에게 불리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구체적이기까지 했다. 그동안 제기된 게 윤 후보의 배우자 김씨 관련이었다면 윤 후보 본인, 즉 이른바 ‘본·부·장’ 비리 중 본인 해당 내용일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여기에 윤석열 선대위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현역 국회의원의 개인 비리 관련 내용도 곧 터질 거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기사를 마감하는 현재 시점(2월 17일)까지 그 ‘결정적 한방’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상반된 ‘배우자 리스크’ 효과

공식선거운동 시작 시점에 현재까지 만들어진 판을 흔들 수 있는 수를 던진 것은 현재까지 3위를 기록하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유일하다. 100%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던졌지만 국민의힘 측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면 때부터 자강론을 펴온 이준석 당대표뿐 아니라 후보자 자신도 선대위 비공개회의에서 안 후보가 제시한 100% 여론조사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공식선거운동 직전 이례적으로 윤 후보의 현 정부 적폐 발언에 강도 높은 비판 메시지를 낸 문재인 대통령의 ‘참전’이다. 정권 말기 예외없이 한자리 숫자로 떨어진 역대 대통령과 달리 40%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는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본격적으로 여권후보인 이재명 후보에게 결집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메시지를 낸 대통령의 의중과 상관없이 정권 재창출에 위기를 느낀 친문 세력이 결집하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의문은 정권의 코어 지지층이 결집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여러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되는 것은 정권교체 여론이 꾸준히 과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이 추세라면 설혹 그동안 여권의 이재명 후보를 못 미더워했던 친문이 결집하더라도 40% 언저리의 국정수행 지지도를 넘어서는 시너지를 내기는 어렵지 않을까.

“주목할 만한 건 대통령의 일격에 대한 윤석열 후보의 반응이다. 권투로 비유하자면 클린치, 즉 껴안기로 가버렸다.” 채진원 교수의 말이다. 사과를 요구하는 대통령의 메시지에 “문 대통령과 자신의 생각은 다르지 않다, 오해다”와 같이 답한 뒤 여권이 이슈화시키고 있는 정치보복 프레임엔 “부정부패를 수사하는 것이 무슨 보복이냐”처럼 자신의 지지층을 향한 답변으로 대신했다는 점이다. 실제 선거가 다가올수록 더 강하게 선거 중립을 요구받을 대통령으로서는 추가 대응이 쉽지 않다. 윤 후보가 ‘클린치 모드’로 갔기 때문에 친문지지자 결집의 약발이 떨어지고 말았다는 게 그의 풀이다.

김성순 시사평론가는 “흔히 선거의 승패 요인으로 누가 더 절박한가를 거론하는데, 선대위 구성만 보면 자신과 정 반대편에 서 있던 김경진 같은 인사까지 끌어들이는 윤석열 쪽이 더 절박한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현재까지 민주당이 하는 것을 보면 이전까지의 대선에서 통했던 것을 반복하는 관성만 보이는데다 선거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자기 콘텐츠보다는 묻어가려는 경향이 더 많다”고 말했다. 구도가 윤 후보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선거 구도는 선거 20일이 남은 지금에야 잡혔다. 엄밀히 따져서 단일화까지 끝나야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후보자도 한사람은 ‘변방’ 출신, 또 한사람은 ‘정치신인’이다. 하루 이틀이면 결과가 뒤집힐 수 있는 선거다. 역대 선거 중 가장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선거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의 평가는 조금 다르다. 한길리서치는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3일간 조사한 수치를 발표하고 있다. “2월 11일과 12일은 이재명이 앞서고 있었다. 일요일 아침에 안철수가 단일화 이야기를 띄우면서 후보단일화 대상인 윤 후보 주목도도 올라갔다. 그래서 최종 집계는 윤석열이 앞섰다. 단일화 역시 이번 선거의 중요 변수인 건 맞다.” 그는 이번 선거에선 과거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말이 안 나오는 것도 특징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현실상 5:5의 선거에서 윤석열의 이른바 적폐 수사 발언을 계기로 양쪽의 조직표가 거의 다 결집했다. 1위와 2위의 차이가 예전처럼 큰 포인트가 아니다. 결국 남은 것은 후보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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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의 유세차 ‘사망 사고’로 여야 후보들이 유세차 스피커를 끄고 ‘차분한’ 선거운동을 하기로 한 2월 16일 서울 시내에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유세차량이 세워져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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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후보의 시간이 시작됐다”


홍 소장에 따르면 후보 요인은 정책과 도덕성 그리고 통치 영역에서 후보별 우위가 판가름난다. “이번에 나온 적폐 수사가 통치에 해당한다. 정책은 이렇게 치열한 선거전을 하다 보면 마지막에 서로 수렴하면서 변별력이 없어진다. 결국 나머지는 도덕성 논쟁이다. 현재 진행형인 배우자 김건희씨 관련 논란 같은 것이 남은 기간 어떻게 흘러가느냐가 막판에 큰 변수가 될 것이다.” 이른바 후보자의 곁에서 공신 경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실언·실수를 하느냐와 또 그것을 통제할 수 있느냐 여부도 주요변수라고 그는 덧붙였다. “도덕성 논란이 중요해지는 건 의사결정이나 이권에 개입했느냐의 문제로 이어질 때다. 설 연휴 전만 하더라도 이재명 후보 부인 김혜경씨 관련 논란은 본인의 부적절한 처신 문제였는데 설 연휴 이후 이권개입 문제가 드러나면서 여론이 나빠졌다. 단일화와 적폐 수사 논란으로 지나간 이슈처럼 보이지만 앞으로 보통사람은 상상 못 하는 이권이나 푼돈을 챙긴 장면이 나올 수도 있다. 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씨 논란도 이전까지 나온 것은 본인의 무속 관련 논란이었지만 현재 불거지고 있는 연민복지재단 관련처럼 이권개입 문제로 번지면 대선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 수도 있다.” 그는 이렇게 결론냈다. “이런 종류의 선거는 어느 쪽이든 방심하고 잿밥에 관심을 가진 쪽이 지고, 1~2%라도 악착같이 챙기며 끝까지 따라잡는 쪽이 이긴다. 튀는 조사결과들이 섞여 나오겠지만 현재는 이재명이나 윤석열이나 반반이다. 막판에 도덕성 변수가 어느 쪽에서 걸리냐에 따라 결과가 좌우되는, 그 지점에 와 있다.”

여러 여론조사 지표는 윤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반발짝 앞서는 것으로 나온다. 이 후보는 남은 20여일 내에 현재 구도를 과연 바꿀 수 있을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대목이다. 한편 유세현장에서 신구 캐치프레이즈를 혼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권혁기 민주당 선대위 공보부단장은 2월 17일 통화에서 “‘위기에 강한, 유능한 경제 대통령’은 포스터·현수막 용이고 ‘앞으로 제대로, 나를 위한 이재명’은 전체 슬로건이니 혼용해서 쓰는 것”이라며 “캐치프레이즈를 따로 바꾼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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