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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이슈 차기 대선 경쟁

이낙연 측 정운현 “윤석열 돕겠다··· ‘괴물’ 대통령보다 ‘식물 대통령’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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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재명 치명적 결함...차악 선택한 셈”
당내 권력구도에 큰 파장 일어날 듯


경향신문

정운현 전 실장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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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측근인 정운현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21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정 전 실장은 “예측 불가능한 ‘괴물 대통령’보다는 차라리 ‘식물 대통령’을 선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이제 저는 다른 길을 가려고 한다. 윤석열 후보를 도우려고 한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중앙일보, 대한매일 기자를 거쳐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을 지낸 언론인 출신으로서 2018년 11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이낙연 국무총리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고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엔 이낙연 캠프의 공보단장으로 활동했다. 경선 이후에도 정 전 실장은 이 위원장의 경쟁자였던 이재명 후보에 대해 거센 비판을 계속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정 전 실장은 “최근 양쪽을 다 잘 아는 지인의 주선으로 윤 후보를 만났고 윤 후보로부터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고서 당혹스러웠다만, 결국은 수락했다”며 “윤 후보를 돕기로 한 것은 바로 차악(次惡)을 선택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도덕성과 개혁성을 겸비한 진보 진영의 내로라하는 명망가들이 ‘전과4범-패륜-대장동-거짓말’로 상징되는, 즉 지도자로서 치명적인 결함을 가진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행태를 저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혹여라도 그분들이 ‘이재명 지지는 선(善), 윤석열 지지는 악(惡)’이라고 강변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천박한 진영논리로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가 한 말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후보, 보통사람의 도덕성만도 못한 후보, 부끄러움을 모르는 후보가 아무리 좋은 공약을 쏟아낸들 그 약속은 믿을 수 없다. 덜 익은 사과는 익혀서 먹을 수 있지만 썩은 사과는 먹을 수 없다”며 “혹자가 말했듯이 저는 예측 불가능한 ‘괴물 대통령’보다는 차라리 ‘식물 대통령’을 선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 전 실장은 “저의 이번 결정에 대해 당혹스러워하실 분이 적지 않을 것이다. 더러는 비난도 하실 것이다. 그러실 수 있고 이해한다”면서도 “다만 분명한 것은 그들이 이재명을 지지할 권리가 있듯이 제게는 윤석열을 지지할 권리가 있다. 자신이 납득할 수 없다고 해서 타인의 선택을 비난할 일은 아니다. 저 역시 그들의 선택을 비난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들의 선택을 했고, 저는 저의 선택을 했을 뿐”이라고 했다.

정 전 실장은 “보수성향의 윤 후보에게 진보적 가치를 많이 충전해주겠다. 진보 진영의 ‘사상의 은사’로 불리는 고 리영희 선생은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했다. 윤 후보 주변에 차고 넘치는 달콤한 소리보다는 쓴소리를 많이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당내에선 당혹해하는 기류가 나오면서도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원팀’ 분위기와 반대되는 정 전 실장의 언행을 놓고 그동안 논란이 적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윤 후보 지지까지 선언하자 향후 파장을 우려하는 시각이 나오면서다.

민주당 선대위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위원장이 세 번이나 (정 전 실장에게) 전화해 (윤 후보 지지 선언을) 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면서도 “자리 때문에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우리 쪽에서 별로 비중 있는 분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 위원장의 비서실장인 이병훈 민주당 의원도 SNS를 통해 “정 전 실장의 행보가 안타깝고 실망스럽다”며 “이낙연 경선캠프는 경선이 끝난 후 해단식을 끝으로 공식적으로 해체했다. 정 전 실장은 그 이후 이 위원장을 대변하거나 활동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청래 의원은 SNS에 “정운현씨, 잘 가시오. 멀리 안 나간다”며 “많이 배고프셨나 보다. 당신 한 사람의 분노유발로 열 사람을 결집시키고 있다. 오히려 고맙다”고 직격했다.

당 안팎에선 정 전 실장의 윤 후보 지지 선언이 향후 당내 권력구도에 미칠 파장도 눈여겨 보고 있다. 대선 전후 ‘이재명·이낙연’ 등 당내 주요 인사들을 중심으로 권력구도의 재편을 놓고 갈등 구도가 만들어지는 등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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