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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차기 대선 경쟁

“좌파적”“MB 아바타”…이재명과 심상정, ‘적대적 공생’으로 치닫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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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 방송 6개사 공동 주관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 시작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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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대립이 격해지고 있다. 증세와 규제개혁 등 대부분 현안에서 사사건건 부딪히며 파열음을 낸다. 실용 대 진보라는 노선 차이에 더해, 중도층 확장을 노리는 이 후보와 진보 선명성 확보가 절실한 심 후보의 선거 전략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는 양상이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의 지지자가 심상정의 지지자(심 후보)”라고 할 정도로 가까웠던 두 사람은 5년 만에 서로를 “좌파적”, “친기업적”이라고 규정지으며 각자의 정치적 이익을 챙기는 관계로 변모했다. 민주당이 제3지대를 향해 꾸준히 구애를 보내는 와중에도 심 후보와의 범진보 단일화는 그 조짐조차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 후보와 심 후보는 지난 21일 대선 후보 3차 TV토론에서 지역화폐와 증세 문제를 두고 거칠게 맞붙었다. 이 후보의 경기지사 시절 지역화폐 발행에 대해 심 후보는 “소상공인 지원과는 전혀 다른 것이고, 그것(직접 지원)은 0원”이라고 비판했다. 심 후보는 이 후보의 성장 공약도 “MB(이명박) 아바타 같다”라고 했으며, 토지이익배당(국토보유세) 공약에는 “정직했으면 좋겠다. 감세는 열심히 선전하는데, 세금 내라는 것도 당당히 말하라”며 증세론을 회피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저는 좌파정책, 우파정책 가리지 않고 국민에게 현실적으로 유용한 정책만 한다”고 항변했다. 토론 주도권을 쥔 심 후보가 답변 시간을 제대로 주지 않는다며 이 후보가 항의하는 등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이 후보는 22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심 후보께서 증세가 정의라는 좌파적 관념을 갖고 있다”면서 “민주당에는 지나치게 심하고 국민의힘에는 지나치게 관대하다”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 후보와 심 후보의 전날 토론은 이번 대선 내내 두 사람이 사사건건 충돌해 온 수많은 사례들 중 하나다. 이를 두고 민주·진보계열 정당들이 되풀이해 온 신경전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먼저 나온다. 심 후보가 지난 7일 ‘진보의 금기 깨기’ 일환으로 보험요율 인상을 골자로 한 연금개혁안을 내놓자 이 후보는 일주일 뒤 “토목 건설은 진보의 금기였는데 이를 깨겠다”며 과감한 SOC 투자를 내걸었는데, 이 역시 진보 어젠다를 둘러싼 주도권 다툼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에 더해 두 사람의 선거 전략이 충돌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합 열세에 놓인 이 후보는 중도층 확장이 절박한 처지이고, 과거보다 지지율이 급격히 쪼그라든 심 후보는 정의당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거대 양당과의 차별화에 몰두해야 하는 상황이다. 심 후보는 이 후보의 ‘우클릭’ 지점을 파고들고 있으며, 이 후보는 심 후보와 정의당을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비판하며 중도·보수층까지 울타리를 넓히려 한다.

‘살찐 고양이법’ 논쟁이 대표적이다. 이 후보는 지난 11일 토론회에서 심 후보가 지난 20대 국회에서 발의한 이 법을 “대기업을 몰락시키는 법”이라고 했다. 사흘 뒤에는 경제인들과 만나 “삼성전자 몰락법”이라고 말했다. 살찐 고양이법은 심 후보가 19대 대선에서 낸 공약으로, 기업 임원들의 급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후보는 심 후보의 5년 전 공약을 끌고 와 자신의 실용주의·친기업 노선을 강조하는 소재로 삼은 셈이다.

5년 전 두 사람이 민주당과 정의당 정치인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가까운 사이였다는 점은 역설적이다. 당시 두 사람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버스킹 등에 수 차례 함께 참석하며 “이재명 지지자는 심상정의 지지자”(심 후보), “내가 대통령 되면 심상정 대표를 국무총리 시킬 것”(이 후보)이라고 추켜세웠다. 당시 민주당 경선 무대에서 가장 개혁적인 후보로 꼽혔던 이 후보와 심 후보의 노선·정책이 겹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상황이 180도 뒤집혔다. 민주당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뿐만 아니라 지지율 1%대의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에게까지 꾸준히 구애하는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심 후보와의 연대 논의는 거의 회자조차 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단일화의 실익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마이너스까지 날 가능성이 있다”라며 “정의당에 대한 우리 당 지지자들과 중도층의 반감이 커졌다”라고 말했다. 정의당 관계자는 “이 후보는 자신의 중도·실용 노선을 강조하고 재계에 어필하기 위해 심 후보를 데려다 자기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보다 절대로 진보적이지 않은 후보”라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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