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원전이 지속 운영되는 향후 60여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 기저전원으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개최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점검회의’에서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은 신규 원전 건설 중단,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 금지 등을 2084년까지 장기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는 포항과 경주의 지진, 국내 자립기술 적용 등에 따라 건설이 지연됐다”며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기준 강화와 선제적 투자가 충분하게 이루어진 만큼 가능하면 빠른 시간 내에 단계적 정상가동을 할 수 있도록 점검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원전은 올해 7월(신한울 1호기)부터 2025년 3월(신고리 6호기)까지 순차적으로 준공을 앞두고 있다.

문 대통령은 “각국은 사정에 따라 에너지믹스(전력 발생원의 구성비)를 선택하고 있다”며 “원전이 필요한 국가들이 우리 원전의 수입을 희망하고 있으므로 원전 수출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말했다. 국내 원전 감축과 해외 원전 수출 병행이 모순된다는 지적을 반박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세계적인 선도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원전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 원전 해체 기술, SMR(소형모듈원전) 연구, 핵융합 연구도 속도를 내는 한편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침도 조기에 검토해 결론을 내달라”고 당부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불안이 고조되는 상황”이라며 “안정적인 전력 공급 기반 확충을 위해 국내 원전 실태를 점검하고 미래 경쟁력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이후 최근 석탄, 석유, 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연료 가격이 급등하는 데 대비해 국내 원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회의라는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정부의 원전 감축 정책을 비판하는 데 대한 반박 성격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당장의 에너지 공급망 불안과 무관한 원전 수출, SMR 등 기술 확보 등에 대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윤 후보는 지난 8일 ‘대선 후보 초청 과학기술 정책 토론회’에서 “(현 정부가) 재생에너지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에너지 수급이 불안해지고 세계 최고 수준이던 원전 생태계까지 큰 타격을 입혔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혔을 뿐”이라고 말했다.

황규환 국민의힘 선대본부 대변인은 “탈원전을 포기하라고 할 때는 들은 척도 안 하더니, 우크라이나 사태로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 이제 와 ‘원전이 주력전원’이란다”라며 “탈원전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기댈 곳은 원전밖에 없다는 것을 털어놓으시라”고 밝혔다.

정대연·문광호 기자 hoan@kyunghyang.com

▶ [뉴스레터]좋은 식습관을 만드는 맛있는 정보
▶ ‘눈에 띄는 경제’와 함께 경제 상식을 레벨 업 해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