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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이슈 차기 대선 경쟁

북 탄도미사일 '고각 발사’···“대선, 사드 논란 부추기나”[그렇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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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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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군인들이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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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7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 시선이 유럽으로 쏠린 가운데 미사일 발사를 재개했다. 북한은 이날 오전 7시52분쯤 평양시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합참에 따르면 미사일은 약 620㎞ 고도로 300㎞ 가량을 비행했다. 기존 미사일을 고각 발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30∼45도의 정상각도로 발사했다면 대략 1300㎞ 정도비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사일 정체는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날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노동미사일(화성-7형) 또는 준중거리미사일(MRBM)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지상형으로 개조한 북극성 2형을 고각발사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북한의 노동미사일은 사거리 1300㎞ 정도로 핵탄두 장착에 용이하고 고고도에서 수직으로 내리꽂아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노동미사일은 비행거리 300㎞ 비행 시 최고 고도 620∼650㎞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북극성-2형도 사거리 1200㎞ 이상으로 고각발사가 가능하다. 북한은 2017년 2월에도 북극성 2형을 발사한 바 있다. 북극성-2형 비행거리를 1250㎞로 추정하면 고각발사시 300㎞ 비행 시 정점고도는 580여㎞에 이른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영상을 공개할 경우 액체연료를 쓰는 노동미사일인지, 고체연료를 쓰는 북극성 2형인지 분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연료 종류에 따라 미사일 화염 형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사거리 700∼1000㎞인 스커드-ER의 개량형이나 KN-23의 또 다른 변형을 고각 발사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고각으로 발사된 미사일은 하강할 때 가속도가 붙고 종말 단계에서 레이더 반사 면적(RCS)이 줄어들어 레이더 탐지 및 추적이 어렵다. 북한은 2017년 2월 북극성 2형을 89도 고각으로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최대고도 550㎞까지 솟구친 뒤 500㎞를 비행했다. 당시 국가정보원은 비행궤적을 토대로 북한이 정상각도로 쐈을 경우 미사일이 최소 2000㎞ 이상 날아갈 것으로 분석했다. 군 당국은 북극성 2형의 고각 발사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요격체계를 무력화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했다.

북한은 2014년 3월 무수단 미사일을 고각으로 쏜 이후 2016~2017년에는 핵탄두 부착이 가능한 노동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그러면서 노동미사일의 고각발사 후 공중 폭파와 핵 전자기펄스(EMP) 공격 효과를 언급하기도 했다. 노동미사일은 스커드미사일 보다는 탄두 용량이 떨어지지만,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적정 탄두중량(700~1000㎏)과 탄두직경(70~90㎝)을 충족하는 발사체다. 북한 매체는 당시 “(김정은이) 새로 연구제작한 핵탄두 위력 판정을 위해 목표지역 설정 고도에서 핵전투부를 폭발시키는 사격방법과 선제타격하는 핵탄두 폭발 조종장치의 동작특성을 점검했다”면서 “핵탄두 취급질서를 엄격히 지키고 항시적인 발사 상태를 유지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사드 논란 재현

북한에서 노동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할 경우 약 6분이면 서울에 다다른다. 대부분 비행은 대기권에서 이뤄지고, 대기권 진입 이후 지상으로 떨어지는 시간이 45초에서 50초 정도다. 이를 이유로 군에서는 사드 도입 필요성을 합리화했다. 사드는 미사일이 고도 500∼600㎞ 이상 올라간 뒤 하강 단계에서 150㎞ 이하로 내려오면 요격하는 체계다. 군 당국은 패트리어트는 1초에서 2초 사이에 한차례 요격하는 기회 밖에 없지만, 40∼150㎞에서 요격하는 고고도방어체계인 사드로는 124초(2분 4초) 동안 대기권을 포함해 2~3차례 요격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폈다.

북한은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노동 미사일을 작전 임무에 따라 각각 상이한 목표까지의 실거리에 맞게 발사각도를 조정하는 사격술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군 정보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대량살상이 가능한 수도권과 한·미 미사일 방어 체계의 허점을 공략하는 게 고각발사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수도권 상공 60~70㎞ 지점에서 핵폭발을 통한 전자기·펄스(EMP) 공격도 북한의 노림수다. 북한은 2017년 9월 6차 핵실험 직후 핵폭탄을 고공에서 터뜨려 초강력 EMP 공격까지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 미사일이나 북극성 2형을 고각 발사하면 하강속도가 마하 10 이상으로 빨라진다. 패트리어트는 마하 8 이상의 미사일을 요격하기 어렵다. 북한이 노동미사일 등의 고각 발사를 선택한 것은 거리상 남측이 상대적으로 타격하기가 까다로운 북·중 국경지역에서 발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거리상으로도 수도권 북쪽 상공에서부터 정점고도를 지나 하강하면서 목표지역을 타격할 수 있다.

북한 의도가 어떤 것이든지 결과적으로 노동미사일이나 북극성 2형의 고각발사는 사드 배치를 주장하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주장을 편든 셈이 됐다. 북한이 중거리미사일(IRBM)을 고각발사해도 마하 8 이상 속도로 비행해 주한미군의 사드 레이더(탐지거리 800㎞)가 아닌 패트리어트 레이더와 한국의 그린파인레이더로서는 탐지 자체가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30일 화성-12형을 고각으로 발사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북한이 단거리 스커드 B(300㎞), C(500㎞), ER(600㎞) 등 1000기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수량이 한정(50여발)된 노동미사일이나 북극성 2형을 고각발사해 수도권을 타격하려는 시도가 확인된다면 윤 후보의 사드 추가 도입 주장을 합리화해주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공교롭게 주한미군이 사드를 배치한 계기를 마련해 준 것도 노동미사일의 고각발사였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은 2014년 6월 “(북한이) 발사 고각을 높여 사거리를 줄이는 새로운 전술은 노동미사일로 남한을 타격하려는 의도”라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 “본국에 사드 요격 체계의 한국 배치를 요청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북한이 노동미사일 등의 사격 각도를 70도 이상으로 높여 사거리를 600㎞로 줄이면서 생기는 문제를 극복했는 지도 주목된다. 탄도미사일은 고각으로 무리한 발사를 하게 되면 비행 제어와 유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탄두가 낙하할 때 대기권 진입 각도가 수직에 가깝게 더 가파르게 되면 공기저항으로 인한 고열이 더 많이 발생해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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