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8 (월)

韓조선업의 빅 사이클…전문가들 "현대중공업 사라" 말하는 이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편집자주] [종목대해부]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세계1위 조선업체로 지위 탄탄, 우크라이나 사태로 LNG선 발주확대 긍정적]

주식시장은 수많은 과열과 침체의 복합물이다. 달궈진 프라이팬 같다가도 금새 냉랭한 아이스팩으로 바뀌곤 한다. 이 과정을 장기적으로 그려보면 고점과 저점을 잇는 완만한 유선형의 주가차트가 만들어진다. 고점과 저점을 정확히 짚을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이는 신의 영역이다. 현실적으로는 상승과 하락이 교차하는 순간의 방향 변화만 감지할 수 있어도 워런 버핏을 뛰어넘는 투자대가가 될 수 있다.

펀드 매니저들이 개인 투자자보다 평균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이는 것은 방향성을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들은 수습 시절부터 기업의 이익을 예측하고, 산업 트렌드 변화를 읽는 훈련을 자신도 모르게 수 없이 반복한다. 업황변화를 체크하고 해당 산업에서 이익개선이 가장 클 기업을 찾아내는 노력만 한다면 개미들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얘기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주목해야할 업종 중 하나가 조선업인데, 종목으로는 세계 1위인 현대중공업을 주목해야 한다.


조선소 만들면서 배 건조한 韓 조선신화

머니투데이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1970년에 현대건설 산하 조선사업부로 출발했다. 첫 수주는 1971년 그리스 리바노스로부터 받은 26만톤급 원유 운반선 2척인데, 현대그룹 창업자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조선소를 지으면서 선박을 건조하는데 성공해 세계적 연구대상이 되기도 했다. 1974년 2월 조선소 1단계 준공을 마무리했는데 그해 11월 1호선을 인도할 수 있었다.

이듬해 현대미포조선을 설립했고 1976년부터 선박엔진 사업에 진출했다. 이후 한국형 구축함 1호 진수(1980년), 잠수함 건조(1991년) 등 기술력이 빠르게 축적됐다. 2017년 4월 현대중공업이 현대로보틱스(현대중공업지주), 현대중공업, 현대일레트릭, 현대건설기계 4개사로 인적분할됐다. 자사주를 보유했던 현대로보틱스가 공개매수를 통해 6월 대주주로부터 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레트릭 3개사의 주식을 현물출자 받아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가 됐다.

2019년 5월에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물적분할돼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가 됐다. 현대중공업은 매출, 수주잔고, 생산능력 기준 글로벌 1등 조선사다. 2020년 사업부문별 매출비중은 조선 69.3%, 해양 6.4%, 육상 6.5%, 엔진 8.5% 등이다.

조선은 다시 상선과 군함매출로 나뉘는데 두 부문의 비중은 각각 82.8%, 17.2%다. 엔진부문내 대형엔진, 중형엔진 매출 비중은 각각 77.4%, 22.6%다. 조선부문의 주력 선종은 컨테이너, 탱커, LPG, LNG로 다양하다. 2021년 8월 CGT 수주잔고 기준 글로벌 점유율은 10.9%(삼성중공업 10.6%, 대우조선해양 7.7%)다.

선종별 5년 평균 수주 비중은 △LNG운반선 26.8% △탱커 22.5% △컨테이너선 17.2% △LPG 운반선 8.7% △벌크선 3.4% 등이다. 현대중공업의 탱커, LPG, LNG, 컨테이너 운반선의 수주 점유율은 각각 16.0%, 16.5%, 24.8%, 9.4%다. IMO(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 강화로 최근 발주 비중이 상승하는 가스 추진선 점유율은 21.1%로 글로벌 1등이다.

선박용 대형, 중형 엔진 점유율은 각각 35.6%, 25.8%로 압도적 1위다. 대형엔진은 WinGD, MAN 엔진을 라이센싱 생산하고 있다. 중형엔진은 자체브랜드인 '힘쎈 엔진'을 보유하고 있다. 가스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이중연료(Dual Fuel, DF) 엔진 점유율은 WinGD가 45.2%, MAN이 46.2%다.

해양그린 인프라와 차세대 연료(암모니아, 수소 등) 추진선은 현대중공업이 신성장 사업으로 삼고있는 도전분야다. 기존에 보유한 해양, 신재생 관련 기술들을 바탕으로 신재생 발전, 수소 생산, 운송 인프라 구축 사업에 적극 진출한다는 것이 현대중공업의 계획이다. 부유식 하부구조물, 수전해, 액화수소 관련된 핵심 기술들을 보유 중이다.

향후 해양 그린 인프라 확대에 따른 EPC, 기자재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 메탄올 추진선은 이미 개발을 완료했다. LPG 운반선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암모니아 추진선, 추진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암모니아 추진 엔진은 MAN과 공동개발을 하고 있다. 엔진부문은 기존처럼 라이센싱 생산에 국한되지 않고 공동 개발을 통한 로열티 수익, 제조 경쟁력 강화가 예상된다. 수소 추진 엔진은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인데 두산퓨얼셀과의 공동 개발을 통해 선박용 고효율 연료전지를 개발할 계획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韓조선업 재조명 계기되나

머니투데이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선의 운항 모습/사진제공=현대중공업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처럼 뛰어난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은 주가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분할, 재상장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셈법이 복잡했다. 산업 전반적으론 △중국업체들의 추격 △인건비 상승 △회계투명성 문제 △발주거품 논란 등 악재도 많았다. 이런 문제는 대부분 해소됐으나 관성적 저평가가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투자자들의 시야를 바꿔놓을 트리거 이슈가 다수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LNG(액화천연가스) 선박 수요 급증이슈가 있다. 유럽은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에서 막대한 천연가스를 수입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하는 유럽 국가들이 파이프라인을 막게 되면 선박이 주요 수송원이 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2020년 전세계 천연가스 거래 중 파이프라인(PNG)을 통한 운송이 48%, LNG 운송이 52%다. 유럽의 연간 천연가스 거래량은 332bcm(bcm=십억큐빅미터)으로 전세계 거래량의 35%를 차지하고 대부분이 수입이다. 수입의 65%는 파이프라인, 35%는 LNG다. 파이프라인의 80% 가량은 러시아에서 오는 가스다.

가스 이동의 상당부분은 독일과 러시아를 잇는 노드스트림 1(Nord Stream, 북유럽 가스관)을 통한다. 같은 용량으로 최근 완공된 노드스트림 2가 가동을 앞두고 사용승인 절차를 밟고 있었다. 독일은 노드스트림1은 유지하고 있으나 노드스트림2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승인절차를 무기한 중단하기로 했다.

LNG 대체수요가 급증하는 배경이다. 이미 유럽의 LNG 수입은 2016년 대비 2020년이 103.5% 증가할 정도로 커진 터다. 노드스트림2를 LNG운반선(17만4000cbm 기준)으로 대체했을 때 70척 내외의 LNG선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것이 대신증권의 분석이다.

이동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LNG선의 호황이 지속된다고 조선업 전체의 호황이 지속되지는 않는다"면서도 "컨테이너선과 탱커선 등 선종별 업황변화 사이에서 LNG선의 호황은 산업성장의 큰 주춧돌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2022년부터 조선사들은 실적개선 구간에 진입하는데 LNG선 호황이 지속되면 조선업황이 장기성장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내다봤다.

LNG선 수주로 중국 조선사들과 격차를 벌릴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LNG선은 영하 162도의 LNG를 저장해야해 다른 화물선에 비해 공정이 복잡하고 까다롭다. 기술력이 떨어지면 LNG가 기화해 손실이 생기고 운항효율도 달라진다. 건조 화물을 운반하는 벌크선이나 정형화된 컨테이너선, 탱커선에 비해 중국과의 격차가 확연하다는 것이다.

2021년 발주된 40K 이상급 LNG선 75척 중 국내 조선 4사(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수주 물량은 65척으로 86%를 독식했다.


LNG선박에 눈앞으로 다가온 EEXI 규제까지… 한국産 친환경 선박 줄잇나

머니투데이

(군산=뉴스1) 이광호 기자 =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가 24일 전북 군산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서 열린 군산조선소 재가동 협약식에서 군산조선소 재가동 선언을 하고 있다. 2022.2.24/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친환경 선박도입을 늘리기 위한 규제가 강화된다는 점도 조선업계에는 긍정적이다. 2023년부터 이산화탄소 감축에 관한 EEXI(에너지효율등급지수) 규제가 시작된다. EEXI 규제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국내선박(한국선급 등록기준)들도 평균 24% 이산화탄소를 줄여야 한다.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선박속도도 9.1% 낮춰야 한다. 선박속도 감속에 따른 해운운임 상승, 친환경선 발주 증가가 전망된다. 한국조선사들의 LNG 연료추진선 점유율은 69.0%에 달해 수혜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현대중공업의 가스 추진선 점유율은 21.1%로 글로벌 1등이다. 수주 잔고내 가스 추진선 비중은 61.7%(LNG 운반선 제외)다. 다수의 LNG,LPG 운반선 건조 경험을 바탕으로 경쟁사인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대비 높은 점유율, 비중을 갖고 있다. LPG 추진선의 경우 현존 선대 15척 중 66.7%를 현대중공업이 건조했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엔진 기술력이다. 현대중공업은 첨단 정밀가공, 조립 및 시운전 설비를 보유하고 있는 세계최대 엔진 제작사이기도 하다. 전세계 시장에 35%의 대형(저속)엔진을 공급하는 부동의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고압, 저압 DF엔진을 모두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LPG, 에탄 등 새로운 연료를 사용하는 엔진도 생산하는 등 시장에서 입지가 굳건하다.

특히 자체 브랜드로 개발한 '힘센엔진(HiMSEN)'은 경쟁력의 핵심을 차지한다. 힘센엔진은 지난 2000년 8월 현대중공업이 10년의 연구 끝에 독자 기술로 개발한 4행정(4-Stroke) 중형엔진이다. 선박이나 발전용으로 사용되는데 디젤이나 가스, 혹은 두 가지 연료를 선별해 사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도 모델도 있다.

2000년 힘센엔진이 개발되기 전까지 국내 엔진 메이커들은 모두 해외 엔진업체의 라이선스를 받아 제품을 생산했다. 현대중공업은 2011년부터는 중형엔진을 100% 힘센엔진으로 생산하고 있다. 힘센엔진은 모듈화 설계와 뛰어난 출력 등으로 호평을 받으며, 대한민국 10대 신기술(2002년), 세계일류상품(2004년), 독일 iF 디자인어워드와 레드닷(Red Dot) 디자인 어워드(2010년)에 잇달아 선정된 바 있다.

엔진을 직접 생산하는 조선사는 다양한 선종에 대응할 수 있는 호환성과 정확한 납기, 설계 시너지 등이 있기 때문에 강점이 크다.

이처럼 대외여건이 좋아지는 상황에선 생산캐퍼도 중요한데 현대중공업은 글로벌 1위 생산설비 보유업체다. 최대 인도량은 2위 대우조선해양 대비 30.2%크다. 현대중공업 야드는 울산, 군산 2곳에 위치해 있다. 대형블록 조립 과정에서 크레인 접근성이 좋아 생산성이 증대된다. 업황 호황기 도크 사이즈에 맞는 시리즈 선박을 선별 수주해 원가율을 낮출 수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을 커버하며 '매수'의견을 내놓는 애널리스트들이 늘어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목표주가는 12만~14만원 구간인데 긍정적인 1~2분기 실적이 나온다면 목표주가 상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 전반적으로 선박공급 여력은 줄어들고 있으나 수요는 이어지고 있다"며 "선박원가가 높아지고는 있으나 이는 판매단가 상승요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선업계 대장주인 현대중공업의 차별화가 돋보일 구간이라며 목표주가 14만2000원에 매수의견을 제시했다.

반준환 기자 abcd@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