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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이슈 차기 대선 경쟁

‘야권 단일화’ 끊긴 자리에 남은 책임론 공방···표정 관리하는 국민의힘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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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야권 단일화의 다리가 끊어지고 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복구보다는 단일화 결렬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야권 단일화가 ‘협상’에서 ‘네 탓 공방’ 국면으로 전환되는 모양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직접 협상 과정을 공개한 것이 사실상의 협상 종료 선언으로 해석되는 분위기다. 다만 국민의힘은 단일화 성사를 위해 ‘더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국민의당이 협상 결렬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속으로는 분노하면서도 겉으로는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는 셈이다. 단일화에 최선을 다했다는 명분 쌓기와 ‘네 탓 공방’에서 유리한 지점을 차지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경향신문

윤석열 국민의힘(왼쪽)·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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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28일 단일화를 위해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노력하겠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선대본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어저께도 말씀드렸듯이 우리 쪽에서 굉장히 많이 노력했다”며 “그래서 더 이상 노력해서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좀 의문이 있는 점은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날 윤 후보는 기자회견을 해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로부터 최종 협상 결렬 통보를 받았다면서 협상 과정을 공개한 바 있다. 권 본부장은 “아직은 접촉 노력이라든가 이런 건 없다”면서도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이 50%가 훨씬 넘는데 그분들이 야권 통합을 통해서 손쉽게 정권교체하는 걸 바라고 계신다. 우리가 (그 기대를)저버리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와 가까운 권성동 의원은 이날 강릉 유세에서 “우린 진정으로 야권 통합을 위해 밖에 소리, 소문 없이 비공개로 물밑에서 많은 노력했다”면서 “국민의당과 안 후보가 요구하는 모든 조건을 저희가 다 수용했다. 그래서 합의문이 만들어졌는데 그쪽에서 거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국민의힘이 단일화 협상 과정을 공개한 것을 비판하고 있다. 협상에 대한 진정성이 없고, 공개한 내용도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민의힘이)자신들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일방적으로 자기들 주장을 까발린 것은 정치 도의와 윤리에 어긋나는 짓”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이런 취지와 목적으로 작성된 협상 경과 일지를 보면서 마치 수사기관의 허위조서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그간 그분들이 호소했던 단일화 진정성은 어디에 있다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윤 후보 측은 단일화를 이야기하고 국민의힘은 흑색선전을 해대는 이중플레이를 보며 누군들 진정성이 있다고 느끼겠나”라고 말했다. 또 “윤 후보가 갖고 있는 구상을 저희가 들은 것이고, 저희 의견을 한 번도 그쪽에 제시한 적이 없다”면서 윤 후보가 밝힌 ‘중간 합의’ 사실도 부인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에서 “어떤 협상이 아닌, 이야기를 들어보는 수준의 차담을 그렇게 후보가 유세를 취소하면서까지 직접 (과정을 공개하는 기자회견을)진행한 것은 단일화와 관련된 책임을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다는 그런 몸부림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공식적으로는 ‘더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론 안 후보의 대응을 두고 격분한 상태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협상 과정에서)정부 조각을 같이하자는 얘기를 나눴다. 공동인사권을 행사하자는 의미”라면서 “(그렇게 구체적인 내용으로)총괄선대본부장인 이태규 의원이 나와서 협상을 했는데 대리인이 아니었다는 말이 상식적으로 맞는 얘기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안 후보의 후보 사퇴 명분을 쌓기 위한 윤 후보의 기자회견문을 이 본부장이 함께 작성했다면서 “이 본부장이 우리 쪽 선대위 메시지 팀장이냐. (윤 후보의)기자회견문을 쓰고 앉아 있게”라고 격분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단일화도 이미 끝났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표정 관리를 하는 배경에는 단일화 책임 공방론이 깔려 있다. 국민의힘이 최대한 단일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안 후보가 거부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야권 지지자들의 표를 단일화 없이도 흡수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다른 선대본부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단일화는 (사실상) 끝났다”며 “대선 후보가 직접 나서서 협상 과정을 공개하는 일은 없다. 후보가 직접 나섰다는 건 그만큼 강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어 “(안 후보의 태도 때문에)보수는 뭉치게 된다”며 “‘안철수는 이제 지겹다’ 이런 여론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선대본부 관계자는 “단일화 가능성은 이제 없다”며 “상황을 지켜는 보겠지만, (사전투표일 전날인)3월3일 전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으면 완전히 끝”이라고 말했다.

박순봉·조문희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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