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2022` 내 에릭슨 전시 부스에서 디지털 트윈 기반으로 로봇이 모든 생산 공정을 담당하는 미래 자전거 공장 모습이 공개돼 관람객의 주목을 받았다. [사진 제공 = 에릭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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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오셨으니 불을 켜겠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최대 모바일 박람회 'MWC 2022'의 둘째 날인 1일(현지시간). 통신장비업체 에릭슨이 공개한 '미래 자전거 공장'은 깜깜하고 싸늘했다. 홀로그램 안내원은 "2030년 생산 공장에선 로봇만 일하기 때문에 평상시엔 조명과 난방을 끄고 에너지를 절약한다"고 소개했다. 공장이 환해지자 바퀴가 달린 운반 로봇들이 쉴 새 없이 부품을 나르고, 로봇 팔이 자전거를 조립하고 있었다. 자동화 공장의 상징인 컨베이어 벨트도 없다.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100% '비스포크(맞춤형) 자전거'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사실 에릭슨은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MWC에 불참했다. 하지만 올해는 경쟁사 화웨이 다음으로 큰, 축구장 면적 크기의 부스(약 6000㎡)를 마련했다. 에릭슨의 전시장은 전시 기간 내내 인산인해를 이뤘다. 현장에서 만난 에릭슨 관계자는 "전시의 큰 테마처럼 '상상은 현실이 된다(Imagine Possible)'"며 "에릭슨은 이런 미래 공장을 머릿속에 그리며 정보기술(IT)장비와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에릭슨의 미래 공장은 진화된 '디지털트윈(Digital Twin)'이 펼치는 신세계였다. 디지털트윈은 현실 속 사물의 쌍둥이를 가상공간에 구현하는 기술이다. 5G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메타버스에 관심이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트윈 기술로 가상공간에 생산 공정이나 상황을 만들고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한다. 에릭슨 관계자는 "디지털트윈이 더 발달하면 현실세계와 가상공간의 모든 사물을 연결하고, 서로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게 된다"며 "현실과 가상의 공간이 하나로 합쳐지는 세상이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초연결·초지능형 미래 공장의 생산 과정을 주도하는 것은 빅데이터다. 주문이 들어오자 바깥에 설치된 화면에 얼굴·이름·생년월일과 같은 고객 데이터와 필요한 부품 번호·모양과 조립 위치에 대한 정보가 떴다. 운반 로봇들이 각기 다른 모양의 부품을 가져다주면 로봇 팔이 조립을 마친 뒤 자동으로 점검 모드로 전환해 품질 검사를 했다. 하나의 로봇 팔이 다양한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셈이다.
자전거가 완성되기까지 로봇들은 고객의 키와 몸무게, 심박수 등 건강 데이터와 거주지역, 라이프스타일 등 데이터를 분석해 의자 높낮이, 바퀴 모양·종류 등을 계속 고객 맞춤형으로 제작하면서 세상에 하나뿐인 제품을 만들었다. 에릭슨 관계자는 "실시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불량·반품·재고가 모두 제로(0)"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완성된 자전거도 로봇이 포장하고 드론이 배송한다.
지금 현대차를 비롯한 제조 기업이 이용하는 디지털트윈은 생산 기간을 단축하고 생산 효율을 개선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미래엔 '단 하나뿐인 제품'을 만들어 '고객 경험'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음을 보여줬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5G와 디지털트윈 등 발전하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무인 지능형 공장을 구축하면 기업은 중대재해법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바르셀로나 =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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