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교전은 핵개발 은폐탓…체르노빌서 더티밤 제조"
원전 점령·핵위협 책임 돌리려는 여론전인 듯
러시아 포격으로 화재 발생한 우크라 자포리자 원전 |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러시아 주요 매체들이 6일(현지시간) 익명의 취재원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개발하려 했다는 의혹을 잇달아 보도했다.
러시아 관영 통신사 스푸트니크는 이날 관련 산업에 밝은 '러시아인 소식통'을 인용, 러시아군이 4일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를 공격한 것은 우크라이나의 핵무기 개발 시도와 연관됐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핵무기 개발을 추진한 흔적을 지우려던 우크라이나 측과 증거를 확보하려는 러시아군이 충돌했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자포리자 원전에서 (핵무기 개발 정황이 담긴) 특정 문건을 열람할 수 있었다"면서 "우크라이나 측의 파괴공작원, 정찰 집단과 (러시아군의) 충돌은 분명 이와 관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4일 자포리자 원전 단지에 포격을 가해 건물에 불이 나는 바람에 전 세계적으로 우려를 샀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 공격과 관련, 자국군이 아닌 우크라이나 파괴공작원이 원전 단지를 공격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소식통은 또 우크라이나 정부가 폐허가 된 체르노빌 원전의 방사성 물질을 이용해 이른바 '더러운 폭탄'(dirty bomb)을 만들려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더러운 폭탄은 재래식 폭탄에 방사성 물질을 넣어 넓은 지역을 오염시키는 무기를 뜻한다.
2018년 11월 22일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인근에 옛 소련 시절 건설된 거대 레이더 시설 앞에 방사능 주의 표지판이 서 있다. [AP 연합뉴스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인테르팍스, 타스, 리아노보스티도 등 러시아 관영 매체도 러시아 관계 당국자를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체르노빌 원전에서 핵무기를 개발 중이라고 6일 보도했다.
러시아는 개전 이튿날인 지난달 25일 체르노빌을 장악했다.
스푸트니크는 또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한 별도의 기사에선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핵무기 개발을 돕기 위해 플루토늄을 공급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 군사작전'을 명령하면서 우크라이나가 자체 핵무장을 추진 중이라고 주장하고 러시아는 이를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달 21일 대국민 담화에서도 우크라이나의 핵무장 가능성을 제기하며 미국도 우크라이나 영토에 핵무기를 배치할 계획이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원전을 최우선 표적으로 삼아 하나씩 점령하면서 원전을 무기화하려 한다는 강한 비판을 받았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방부에 핵전력을 강화 준비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해 '핵전쟁'을 계획하는 게 아니냐는 긴장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정황을 종합하면 러시아 언론의 이런 보도는 핵위협의 책임을 핵무기를 개발하는 우크라이나와 이를 지원하는 서방에 돌리려는 여론전으로 보인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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