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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세계 속 한류

나훈아·정용진·BTS도 빠졌다… ‘세계관’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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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문화코드 된 세계관

중후장대한 철학적 개념 벗어나

팬덤·마케팅 위한 배경 이야기로

아이돌·게임·대기업서 적극 활용

영웅과 맞짱 뜨는 나훈아 뮤비

신세계·빙그레·대상도 ‘창작’

SM은 세계관 담당부서 설치도

" ‘요새 세계관인지 뭔지가 대세라며? 그거 재밌겠다’ 하면서 (나훈아가) 새 지평 열어젖힌 것 아닌가” “세계관이 웅장해진다”….

얼마 전 공개된 나훈아 신곡 ‘맞짱’ 뮤직 비디오에 달린 젊은 세대의 댓글이다. ‘뮤직 비디오에 거창하게 웬 세계관?’ 장년층은 의아하겠지만 젊은 세대엔 익숙한 표현이다. 대체 ‘세계관’이 뭐길래.

조선일보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세계관 마케팅으로 히트 친 빙그레의 왕자 캐릭터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해 젊은 층에게 세계관 코드로 받아들여진 나훈아 신곡 ‘체인지’, ‘서브남’으로 서사를 만든 미원, ‘화성에서 온 고릴라’라는 세계관을 지닌 신세계푸드 캐릭터 ‘제이릴라’. /빙그레·다날엔터테인먼트·신세계푸드·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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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세계관의 의미는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 독일어 ‘Weltanschauung(Welt는 세계·Anschauung는 직관)’를 번역한 철학 용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선 “자연적 세계 및 인간 세계를 이루는 인생의 의의나 가치에 관한 통일적인 견해”라고 정의한다. 반면 요즘 젊은 층에서 쓰는 세계관은 중후 장대한 철학적 개념이 아니다. 게임에서 온 용어로 ‘서사’ ‘연속성 있는 배경 스토리’ 등을 뜻한다. 게임에선 시나리오를 이루는 시공간 배경과 서사를 창작해야 하는데, 이를 세계관이라 부른다. 가상 세계를 만든 것이기에 판타지 요소가 강하다. ‘마블의 유니버스(Universe)’ 개념도 영향을 미쳤다. 스파이더맨, 어벤져스 등 마블 히어로 캐릭터들은 각각 다른 세계에 살지만 큰 그림에선 하나의 우주 안에서 거미줄처럼 연결된다.

세계관은 최근 K팝 아이돌 팬덤에선 일상용어가 됐다. 아이돌 세계관의 시초는 2012년 데뷔한 SM ‘엑소’. 멤버들을 ‘엑소플래닛(태양계 외행성)’이라는 가상공간에서 온 초능력을 가진 인물로 설정했다. 이후 방탄소년단이 ‘화양연화’ 시리즈로 세계관 개념이 크게 주목받으면서 아이돌 그룹에 세계관은 필수 요소가 됐다. SM은 SMCU(SM 컬쳐 유니버스)라는 이름의 세계관 담당 부서를 두고, 마블 유니버스에 해당하는 ‘광야’라는 개념을 만들어 강타·보아부터 최근 데뷔한 에스파까지 소속 가수들을 한데 연결할 정도다. SM 관계자는 “과거엔 가수들이 음악 활동으로만 팬들과 소통했지만 세계관이 들어가면서 팬들이 상상력을 더해 2차 창작을 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문화 코드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선 영웅이 마왕과 한판 대결을 벌인다는 서사를 담은 나훈아의 ‘맞짱’, 우주를 배경으로 한 ‘체인지’ 뮤직 비디오도 세계관 관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최근 유통업계에선 마케팅 방식으로 세계관이 주목받고 있다. MZ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재미있는 서사를 넣어 콘텐츠·캐릭터 사업으로 확장하고 소비자 충성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쓰인다.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라는 왕자 캐릭터를 만들어 투게더·비비빅 등 제품군을 연결한 ‘빙그레’, 미원을 조연의 숙명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서브남(남자 조연) 서사로 풀어낸 ‘대상’ 등이 대표적이다. 신세계푸드가 지난해 선보인 ‘제이릴라’도 세계관 마케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제이릴라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영어 이니셜 알파벳 제이(J)와 고릴라를 합친 캐릭터로 ‘화성에서 태어난 요리를 좋아하는 고릴라’라는 세계관을 지녔다.

빙그레, 미원 등의 세계관 광고를 만든 송재원 ‘스튜디오좋’ 대표는 세계관 마케팅이 인기 끄는 배경으로 ‘매체 변화’를 꼽았다. “기존 방송 광고는 15초, 30초로 짧았기 때문에 함축적으로 제품 특징을 보여줘야 했지만, 인스타그램·유튜브 등이 등장해 시간 제약 없이 광고가 가능해지면서 브랜드 철학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접점이 다양해졌다. 그래서 큰 세계관 관점에서 각 제품의 스토리를 흥미롭게 전달하는 방식이 각광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송 대표는 “지금은 주로 재미있는 서사를 넣어 장수 브랜드에서 노후화된 이미지를 젊게 바꾸는 데 효과적으로 쓰이고 있지만, 메타버스로 확장하기 좋다는 점에서 관심 갖는 브랜드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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