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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우크라 침공] '러시아 두둔' 중국 입장에 미묘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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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선전 동조·제재 반대…평화협상 지지 거듭 표명

'명분없는 전쟁' 전선 교착…출구전략 모색·협상 지원 가능성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스푸트니크=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를 두둔해오던 중국의 입장에 미묘한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전황이 교착 상태에 빠지고 미국 등 서방의 강력한 대(對)러시아 제재가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중국의 태도 변화가 주목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중국은 "각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 유엔 헌장의 취지와 원칙이 존중받아야 하고, 각국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도 중시돼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영토를 침범당한 우크라이나와 나토의 동진(東進)을 우려하는 러시아의 입장을 모두 아우르는 것으로, 공식적으로는 중립을 취한 모양새다.

그러나 중국은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 의사를 밝히는 등 사실상 러시아를 두둔하고 있다는 비판을 서방으로부터 받고 있다.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유엔 총회의 러시아 철군 요구 결의에서 기권한 데 이어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가 "각국 모두에 불이익"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중국은 전쟁과 관련된 러시아의 선전과 가짜뉴스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중국 언론보도를 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특수 군사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또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생화학 무기 프로그램에 자금을 댔을 수 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에 의해 포위된 러시아를 위해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시각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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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군 공습에 초토화된 우크라 서부 야보리우 군사기지
(야보리우 로이터=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주(州) 야보리우 군사기지 내 건물과 차량들이 파괴된 가운데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제3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leekm@yna.co.kr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던 때부터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지지 입장을 확인하고 러시아와 합동 군사훈련을 하는 등 긴밀한 협력 관계를 과시했다.

거대한 경제권으로 부상한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무기'인 경제 제재를 무력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미국은 견제에 나섰다.

미국은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도움을 제공하도록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3일(현지시간) 언론 회견에서 "우리는 중국이 러시아에 어떤 형태의 물질적, 경제적 지원을 실제로 하는 범위에 대해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의 우려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어떤 나라가 경제 제재로 인한 러시아의 손실에 대해 벌충해 주는 것을 좌시하거나 지켜보지 않겠다는 점을 중국에 전달했다"며 제재 회피를 도울 경우 분명히 대가가 있을 것임을 중국에 직접, 비공개로 전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중국이 대만을 점령하려는 시도를 막기 위해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명분 없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협상을 통해 전쟁을 끝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중국도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리커창 총리는 "현재 우크라이나 상황은 정말 우려스럽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이 난국을 극복하고 협상에 임하고, 평화적인 결론을 도출하도록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면서 "중국은 이번 위기의 평화적인 해결에 도움이 되는 노력을 지지하고 격려한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러시아가 중국에 대해 군사적 지원을 요청했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하면서 평화 협상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중국의 입장 변화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처음으로 '전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왕이 외교부장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우리는 최대한 빨리 전투와 전쟁이 멈추는 것을 보길 원한다"며 "이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바람"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침략', '전쟁'과 같은 러시아의 국제법 위반 및 책임 문제가 걸리는 표현을 피하면서 러시아가 주장한 '특별군사작전' 또는 '충돌'이라는 표현을 주로 써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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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3차 협상
[타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포성이 그치지 않고 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협상은 계속되고 있다. 양측은 3차례 대면 협상에 이어 화상 대화를 이어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를 설득할 수 있는 중국이 협상 과정에서 모종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를 시사하면서 비(非)나토 모델로 미국, 중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이 안보를 보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중국은 2013년 우크라이나에 대해 핵 공격을 받을 경우 보호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미국과 중국은 14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고위급 회담을 열어 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과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통제 불능으로 빠지지 않게 관리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대만 문제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 대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유럽 전선에서 러시아와 장기간 대립할 경우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중국도 러시아를 계속 두둔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피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을 우려해 평화 협상을 지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songb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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