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이후 처음 보는 여야 단합”
민주당, 군비 지출 삭감 동력 상실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의회의사당. 워싱턴=신화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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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미 의회에 평화를 안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군비 축소’와 ‘화석연료 생산 감축’ 정책에서 한 발 후퇴했고, 공화당은 ‘헌터 바이든의 우크라이나 부패 의혹’을 더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미 의회의 정치 지형을 바꾸고 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각 당이 고수하던 아젠다에서 한발씩 물러나는 모습을 취해 결과적으로 중도 지형이 강화됐다는 설명이다. 외부에 적이 생기면서 여야가 하나로 뭉치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민주·공화 양당은 최근 우크라이나 관련 136억달러(약 16조7000억원) 지원안을 마련하는 데 최종 합의했다. 이는 백악관이 요구한 규모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양당이 지원안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은 결과다. 민주당의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히며 “12년간 본적이 없는 단합된 모습”이라며 “이 같은 통합은 9·11테러 이래 없었다”고 말했다.
국방 예산 증액도 양당이 합의한 부분이다. 지난주 연방 상원은 올해 연방정부 지출안을 승인했는데 전년보다 420억달러 늘어난 7820억원 규모의 국방 예산이 통과됐다. 국방 예산안에 반대한 민주당 하원 의원은 15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11월만 해도 7680억달러 규모의 국방 예산안에 민주당 하원 의원 51명은 반대표를 던졌다.
민주당의 톰 말리노스키 하원 의원은 “국방 예산은 분명 필요에 의해 늘어나야 하지만, 우리가 위험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은 매우 명백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프라밀라 자야팔 하원 의원도 “군비 지출을 줄이려는 동력을 상실한 상태”라고 인정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끝나면서 국방 예산의 실질적인 삭감을 추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미국 민주당에서는 화석연료 생산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작아지고 있다. 러시아가 석유와 천연가스를 무기화하면서 전 세계적인 에너지 가격 인상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러시아의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라도 미국 내 생산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당위는 힘을 받고 있다. 말리노스키 의원은 “하원의 비공개 모임에서 몇몇 의원들이 여전히 화석연료 생산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의회에서 공개적으로 강력한 주장을 못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화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둘째 아들인 헌터 바이든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해 거론하지 않고 있다. 이 스캔들은 헌터가 우크라이나 가스회사 임원으로 있으면서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에서 비롯했다. 2020년 미 대선 당시 제기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헌터를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공화당의 짐 조던 하원 의원을 비롯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충성파 의원들은 헌터에 대한 조사를 다시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침공을 당한 뒤 이 같은 목소리를 쏙 들어갔다. NYT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우호적으로 기운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2019년 9월 영국의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미국 유권자를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우크라이나를 동맹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은 41%에 그쳤다. 36%는 우호적인지 비우호적인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반면 최근 같은 조사에서 미국 유권자의 81%가 우크라이나를 동맹이라고 답했다. 이는 프랑스, 일본 같은 미국의 오랜 우방들과 맞먹거나 능가하는 수치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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