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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청와대 공원 생기나" 활짝 핀 주민들…'기대반 우려반' 자영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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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靑 주민 목소리 들어보니

"계속된 집회·시위에 교통·소음 불편"

도심 한복판 '시민공원'…부동산시장, 벌써 들썩

자영업자들 "장사 잘될 것" vs "임대료 인상 우려"

[이데일리 이소현 김형환 기자] “이제 청와대라는 큰 공원을 얻게 될 것 같아서 더 행복해요.”

청와대 인근 서울 종로구 옥인동에서 10년 가까이 살아온 김모(53·남)씨는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한다는 소식에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수성)계곡도 근처에 있고 서울에 이런 동네가 어디 있느냐”며 “(청와대가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기존 종로구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로 이전하겠단 공약을 재확인한 후 21일 이데일리가 만난 청와대 인근 주민들은 이처럼 대부분 환영을 뜻을 밝혔다. 다만 일부는 상가 임대료 인상, 치안 약화 등을 우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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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로 이전한다고 발표한 20일 오후 시민들이 청와대를 보고 있다.(사진=연합)


365일 집회·시위 중인 청와대 인근…소음·교통 불편은 주민 몫

청와대 인근은 집회·시위의 성지다. 정치·경제·사회·문화 관련 전국의 모든 목소리는 대통령이 머무는 이곳으로 집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의 집회 후 청와대 방향으로의 행진은 집회·시위에서 일종의 공식처럼 여겨졌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시위, 2016~2017년 탄핵정국의 촛불시위 등 역사에 획을 긋는 굵직한 사건마다 종착지는 청와대였다.

이러한 이유로 광화문 광장에서 청와대로 향하는 삼청동길은 물론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 효자로 등에선 집회·시위 단체의 확성기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날씨가 더우나 추우나 청와대 앞 분수대에는 각자 저마다의 사연으로 1인 시위를 하는 이들로 북적였다.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해방구가 됐지만, 집회가 열릴 때마다 교통이 통제되고 주변 소음에 큰 불편을 겪은 것은 청와대 인근에 사는 지역 주민 몫이었다.

효자동에서 20년 넘게 산 김모(78·여)씨는 “데모(시위)가 자주 있다 보니 너무 시끄러웠다”며 “(옆에 지나가는 시위대를 가리키며) 저 사람들도 절박하겠지만, 매일 고통받는 주민은 어떻겠냐”고 토로했다. 이날도 국내 인종차별 근절과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대회가 열려 150여명이 광화문에서 집회하고 청와대 인근까지 약 2㎞를 행진 시위를 진행했다. 이어 김씨는 “데모가 많은 날은 가까운 지하철역에서 내릴 수도 없고 그냥 지나쳤는데 이제 그럴 일 없으니 너무 행복하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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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2월 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CJ대한통운을 규탄하며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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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동에서 7년째 거주 중인 강모(31·남)씨도 “지하철역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돌아가고 불편한 점이 많았다”며 “이제 시위는 좀 그만 보고 싶다”고 말했다. 창성동에서 27년 가까이 산 윤후명(76·남)씨는 “매일 시위대들이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악기를 두드리고 너무 시끄러워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며 “이제는 발 뻗고 잘 수 있겠다”고 기대했다.

궁정동에서 5년 가까이 거주한 박모(75·여)씨는 “워낙 시위가 많다 보니 시끄러워서 제대로 살 수가 없었다”며 “청와대가 옮겨간다는 이야기가 나오니까 주변 주민이 모두 두 손을 들고 환영했다”고 주변 분위기를 전했다.

6·25전쟁 때 북에서 내려와 70년 가까이 옥인동에서 살았다는 정경자(83·여)씨는 “김신조가 인왕산을 통해서 내려올 때 총소리를 생생하게 들었다”며 “전쟁을 겪다 보니 북한군의 공격 대상이 되는 공포감이 있었는데 이제 그런 공포를 안 느껴도 돼서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소식에 인근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는 조짐을 보였다. 효자동에 거주하는 한모(79·여)씨는 “효자동, 신교동, 옥인동 이쪽에 부동산 문의가 폭주하고 있어 아주 난리라고 한다”며 “이제 드디어 동네가 좀 발전할 모양”이라고 손뼉을 치며 반겼다. 효자동에 사는 김모(78·여)는 “5층 다세대주택이 있는데 지난 1년 동안 시끄럽다는 이유로 세가 안 나갔었는데 이제 나갈 것 같다”며 “앓았던 이가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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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4월 3일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경제계 원로와의 오찬간담회를 마친후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서울 도심 한복판에 ‘시민공원’…발전하면 임대료 오를까 ‘걱정’

윤 당선인의 발표대로 차기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가 국민이 언제든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면 서울 도심 한복판에 ‘시민공원’이 생기는 셈이다. 청와대를 거쳐 북악산으로 등반로 역시 개방되면 등산이나 휴식을 위해 찾는 시민의 발길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 같은 소식에 청와대 인근 상인들의 반응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유동 인구가 늘어나 “장사가 더 잘될 것”이라는 긍정적 반응과 “임대료가 올라갈 것”이라는 부정적인 반응이 교차했다.

효자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강모(28·여)씨는 “이제 청와대를 공원처럼 쓸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앞으로 데이트나 나들이 코스로 서촌이 더 ‘핫’해질 것 같아 빨리 청와대를 개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종로 지역에서만 장사를 50년가량 한 곽금자(77·여)씨는 “만날 시위가 있으니까 종로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청와대 근처에서 장사하지 마라’라는 말을 하곤 했다”면서 “청와대가 공원이 되면 사람도 많아지지 않겠나”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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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안철수 인수위원장,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 원희룡 기획위원장 등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사진=국회사진취재단)


반면 유동인구가 늘어나면 서촌 일대와 통인시장 부근 영세상인들이 내몰리는 상가 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을 우려해 마냥 환영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과거에는 경리단길, 최근에는 연남동이나 망리단길, 송리단길 등 그 지역에서만 누릴 수 있었던 독특한 분위기를 자랑해 이른바 ‘핫 플레이스’가 된 곳이 급격한 임대료 상승을 보이며 내몰린 사례를 심심치 않게 봐왔기 때문이다.

효자동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박모(38·여)씨는 “서촌이 더 커지면 월세도 올라가지 않겠나”며 “지금도 비싼데 더 오르면 감당할 자신이 없다”고 토로했다.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 중인 김홍철(54·남)씨는 “우리 가게는 동네 사람들이나 경비대 경찰들이 많이 오는 가게라 청와대가 옮겨가면 경찰들이 아예 안 오지 않겠느냐”며 “그만큼 매출이 떨어질 텐데 코로나19로 힘들었는데 경찰 손님도 사라지면 속상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효자동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김모(32·여)씨도 “결국 테이블은 한정돼 있어 받을 수 있는 손님은 한정적”이라며 “청와대가 옮기고 동네가 발전하면 임대료가 엄청 올라가든지 쫓겨나지 않겠느냐”고 걱정했다.

치안 약화를 우려하는 이도 있었다. 옥인동에서 5년째 살고 있는 윤모(39·여)씨는 “일 특성상 밤 늦게 귀가할 일이 많은데 경찰이 워낙 잘 지켜주니 걱정 없었다”며 “이제 경찰 분들도 다 떠나면 골목골목이 조금 위험해지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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