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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이슈 19대 대통령, 문재인

'용산이전' 尹회견 하루만에…文 "안보공백 초래돼 무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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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5월 10일 취임일까지 청와대를 용산 국방부로 이전하겠다는 윤석열 당선인의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의 최우선 과제를 직접 막아서면서 신구(新舊) 권력의 갈등이 정면충돌로 비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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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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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1일 개최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관계장관회의에서 “새 정부 출범까지 얼마 남지 않은 촉박한 시일 안에 국방부, 합참,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등 보좌기구, 경호처 등을 이전한다는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전날 윤 당선인이 청와대의 용산 이전 계획을 직접 발표한지 하루만에 나온 정면 반발이다.

이날 회의는 문 대통령이 직접 주재했다. 곧 물러날 대통령이 당선인과 직접 맞선 모양새가 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윤 당선인의 브리핑 직후 NSC 회의를 소집했다. 회의엔 기존 참석자 외에 청와대 이전과 관련이 있는 기획재정부ㆍ행정안전부 장관, 합동참모본부 의장을 추가로 참석시켜, 청와대 이전으로 인해 발생할 우려를 보고하도록 했다.

박 수석은 “문 대통령도 대선 때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공약한 바 있어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는 뜻에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반도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며 “어느때보다 안보 역량의 결집이 필요한 정부 교체기에 준비되지 않은 국방부와 함참의 갑작스런 이전과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의 이전이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충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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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당선인이 2019년 11월 8일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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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임기 중엔 국방부와 합참의 이전 작업에 협조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안타깝다”며 “문 대통령이 가장 대표적인 정권 인수인계 업무의 필수사항에 대해 협조를 거부한다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예산집행권, 국군통수권, 정부지휘권 등을 행사하는 문 대통령의 동의가 없으면 취임 전엔 청와대 이전을 강행할 수 없다.


이날 청와대가 반대 근거로 내세운 안보 위협은 문 대통령이 임기말까지 국군통수권과 정부지휘권을 활용해 군과 국방부를 계속 통제하겠다는 의미다. 청와대는 여기에 윤 당선인이 요구한 예비비 편성에 대해서도 “내일(22일) 국무회의에 예비비 관련 안건 상정은 어려울 것”이라며 거부했다.

윤 당선인이 이전을 추진할 ‘법적 권한’과 ‘돈줄’을 모두 차단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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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인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 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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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청와대의 강경한 입장에 대해 김은혜 대변인은 “윤 당선인은 통의동에서 정부 출범 직후부터 바로 조치할 시급한 민생문제와 국정 과제를 처리해나갈 것”이라며 “5월 10일 0시부로 청와대 완전개방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문 대통령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윤 당선인은 청와대 ‘입성’을 거부하고 현재 사용 중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계속 집무를 이어가겠다는 맞대응이다.

문 대통령의 제동에대해 윤 당선인 측은 “문 대통령의 노골적 어깃장”이라며 격렬히 반발했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차기 정부에 대한 노골적 반발이 우려스럽다”며 “윤 당선인이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을 설득한지 하루만에 구(舊)권력이 태클을 거는 모습은 정치 도의에도 어긋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윤 당선인의 핵심 측근인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도 “대통령의 안전이 최고의 안보인데, 남북 대치 상황에서 대통령이 갈 곳도 없게 만드는 처사가 곧 대선 불복”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청와대 이전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몽니를 부리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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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7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는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인 것으로 파악됐다. 조선중앙TV는 18일 ″국방과학원과 제2경제위원회를 비롯한 해당 기관의 계획에 따라 17일 전술유도탄 검수사격시험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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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관계자는 “물러나는 대통령이 협조는 커녕 이런 식으로 당선인의 굴복을 강요하는 게 말이 되나”며 “문 대통령이 심정적으로 대선 결과를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새 정부의 출범에 흙탕물을 뿌리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다만 한 인수위 인사는 “문 대통령과의 대치가 심화되면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과의 협조도 더욱 어려워진다”며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으며 정부조직법 개편 등 정부 출범을 위한 필수 절차도 어려워지기 때문에 가급적 원만히 타협점을 끌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정치적 계산이 아니라 안보에 대한 우려 때문이란 점을 부각하고 있다.

박 수석은 이날 “임기가 끝나는 마지막 날 밤 12시까지 국가 안보와 군 통수는 현 정부와 현 대통령의 내려놓을 수 없는 책무”라며 “국방부와 합참, 관련기관 등은 마지막 순간까지 흔들림 없이 임무에 임해 주기 바란다”는 문 대통령의 당부를 함께 전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4월 한달은 한반도 안보에서 가장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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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4월 15일)을 전후해 도발을 반복해왔다. 올해 태양절은 북한이 특히 중시하는 정주년(5ㆍ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인 110주년으로, 신형 ICBM인 ‘화성-17형’ 시험발사 가능성이 있다. 올해 태양절 전후로 대선때문에 연기된 한ㆍ미 연합 훈련이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군당국은 올해부터 시뮬레이션으로 대체했던 대규모 야외실기동 훈련(FTX)을 재개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북한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강태화ㆍ손국희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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