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저녁 핵심 참모들에게 한 말이라고 한다. 청와대가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해 “무리하다”고 발표한 직후 내부 회의에서 윤 당선인은 “이건 새 정부 출범 준비를 방해하는 게 아니냐”며 이렇게 말했다고 인수위 관계자가 22일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열린 간사단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전날 청와대 발표에 대한 윤 당선인 측의 공식 입장은 “안타깝지만 문 대통령이 협조를 거부하신다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김은혜 당선인 대변인)는 정도였다. 하지만 윤 당선인의 실제 반응은 격앙에 가까웠다고 한다. 한 핵심 참모는 “윤 당선인의 첫 마디가 ‘통의동(금융감독원 연수원) 사무실에서 더 있겠다. 그게 여의치 않다면 작게 가건물을 지어도 좋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청와대를 향한 감정도 드러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이 “집무실 이전은 당연히 인수ㆍ인계를 해야 하는 업무인데 이걸 막겠다는 건 새 정부 출범을 방해하겠다는 의도”라며 “그들이 아무리 방해를 해도 절대로 청와대는 안 들어간다. 이렇게 청와대로 가는 건 권력에 눌리는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과의 회동에 대해서도 “대통령실 이전 비용 등을 협상하기 위해 문 대통령을 만나는 건 안 하겠다. 필요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한다. 이는 대통령실 이전 비용(예비비 493억원) 국무회의 의결을 회동의 선결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이날 윤 당선인 주변에서도 “청와대의 대선 불복”(김기현 원내대표), “문재인 정부가 안보 운운하는 것 자체가 역겹다”(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는 식의 격앙된 반응이 쏟아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청와대 및 국회사진기자단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윤 당선인 측은 5월 10일 취임 이후에도 현재의 통의동 사무실을 임시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예비비를 끝까지 처리해 주지 않으면, 7월 중순까지 통의동에 머물다 용산 새 집무실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김은혜 대변인도 통의동 사무실을 대통령 집무실로 리모델링할 가능성에 대해 “윤 당선인의 직접 발언은 ‘내가 불편한 건 참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며 여지를 뒀다. 윤 당선인 측은 용산 집무실로 이전하기 전까지 서초동 자택에서 통의동 사무실을 오가며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국가 위기 발생 시 청와대나 국방부의 벙커를 임시로 쓰는 시나리오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신구(新舊) 권력의 정면충돌로 비화하는 현재의 난맥상은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만나야 풀릴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양측 간에는 냉기류가 흐르지만, 접점을 모색하려는 발언들도 나온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용산 이전을 반대하지 않는다”며 “안보 공백에 대한 대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 청와대가 국민 곁으로 가겠다는 걸 반대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주 회동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윤 당선인 측 김은혜 대변인도 “5월 10일 0시부로 청와대를 개방하겠다는 말은 방을 빼라는 의미인가”라는 기자들 질문에 “저희는 무서운 세입자가 아니다. 주무시는 분을 어떻게 나가라고 하느냐”고 답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에서 원하는 뜻이 무엇인지 저희에게 별도로 전달해주시면 잘 숙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예비비를 의결하고, 윤 당선인이 안보 공백 우려에 대한 해법을 문 대통령에게 설명하는 식의 전격적인 회동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