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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이슈 19대 대통령, 문재인

청와대 “자꾸 거짓말하면 다 공개” - 윤석열 쪽 “공개할테면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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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총재 인선 놓고 ‘극한 대립’

‘당선자 의견 반영’ 여부 진실공방도

대통령-당선자 회동 성사 가물가물


한겨레

스프레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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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를 두고 충돌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지명을 두고 다시 대립했다. 특히 양쪽은 임명 조율 과정에서 ‘진실 공방’을 벌이며 쌓인 불신을 표출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의 만남은 물론 정권 인수 과정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험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쪽의 갈등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지명 발표 직후부터 극명하게 드러났다. 청와대는 이철희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 사이의 통화가 끝난 뒤인 23일 낮 12시10분 문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청와대는 “윤 당선자 쪽의 의견을 들어 발표했다”고 했지만, 장 실장 쪽은 “우리는 그런 분을 추천하고 동의한 적 없다”고 했다.

양쪽의 인식은 크게 달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그쪽이 원하는 대로 인사를 해주면 선물이 될 것 같기도 하고, 계기가 돼 (회동 문제도) 잘 풀릴 수 있겠다 싶었는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 쪽의 의중을 확인한 인사를 한은 총재 후보자로 발표하는, 일종의 ‘선물’을 건네며 그간의 냉랭한 분위기를 먼저 풀어보려 했는데, 윤 당선자 쪽이 임명 조율 과정과는 상반된 반응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이 고위 관계자는 이 후보자 외에도 하마평이 있는 다른 인물에 관해서도 윤 당선자 쪽 의견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에게 한은 총재 후보로 이름이 언론에 등장하는 두 사람(이 후보자와 인수위 경제1분과 소속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다. 이 수석이 ‘둘 중 누구냐’고 물었더니 ‘이창용’이라고 (답을) 하더라”고 했다. 이어 “윤 당선인 쪽에서도 이 후보자에게 (한은 총재를) 할 의사가 있는지를 확인해봤다고 들었다”며 그런데 “(후보자 지명이 끝나고) 청와대 측에서 장 실장 측으로 전화를 했더니 본인은 합의한 적 없다고 주장하고, (원하는) 사람이 바뀌었다는 주장, 다른 인사들과 패키지로 했어야 한다는 주장 등이 섞여 뭐가 진심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당선자 쪽은 청와대와 정식 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으며, 청와대의 태도가 진정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장제원 실장은 “청와대 쪽에서 ‘이창용씨 어때요’라고 물어 ‘좋은 사람 같다’고 한 걸 가지고 협의했다는 것은 임명 강행을 위한 명분(쌓기)밖에 안 된다”며 “그것을 가지고 당선자 쪽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는 게 납득이 가냐”고 반박했다.

양쪽은 격앙된 감정을 그대로 노출하기도 했다. 청와대 쪽은 “자꾸 그렇게 거짓말하면 (협의 과정을) 다 공개한다”고 했고, 이에 윤 당선자 쪽도 “뭘 공개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하라”고 맞받았다. 윤 당선자 쪽은 “저희 의견을 받아서 (한은 총재를) 임명했다고 하면 정식으로 저희가 다른 분 추천하면 교체해줄 건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용산 집무실 이전에 이어 한은 총재 후보자 지명을 두고 청와대와 윤 당선자 쪽이 감정적인 충돌까지 벌이면서 대통령-당선자 회동은 불투명해졌다. 장 실장은 “(문 대통령이) 조건 없이 만나자고 하면서, (윤 당선자가)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고 탈권위 시대를 맞이해 용산으로 옮기겠다고 한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청와대 대변인이 (제동을 거는) 발언을 했다”며 “저희는 ‘만나지 않겠다’라는 뜻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청와대 쪽도 윤 당선자 쪽이 언급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합의설을 “전혀 협의해본 바 없다”며 “(회동 조율이) 잘 안된다”고 말했다.

여기다 아직 7명 중 2명이 공석인 감사원 감사위원 후임자 인선도 해야 해 뇌관은 남아 있다. 청와대 쪽은 감사위원을 각각 1명씩 추천하자고 제안했지만, 윤 당선자 쪽은 원하지 않은 인사에 대한 반대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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