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4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정부에 공식 요청한 가운데, 추경안을 짜야 할 정부 내부에서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에는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7일 정부와 인수위에 따르면 인수위는 지난 24일 기재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소상공인에 정당하고 온전한 손실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추경안을 조속히 국회에 제출할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고 요청했다. 인수위는 2차 추경 재원 조달 방안으로 지출 구조조정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국채 발행은 가장 ‘후순위’에 둔다는 방침을 정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적자국채 발행은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더불어민주당 역시 4월 추경을 실현할 의지가 있는 만큼 민주당과 신속히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추경 편성·제출은 현 정부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기획재정부는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에는 2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지출 구조조정은 불가피하게 연내 집행이 어려워진 예산을 대상으로 하는데, 3월 현재 예산 사업이 한창 집행 중이라 어떤 사업을 얼마나 줄여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이미 올해 본예산을 짤 때 지출 감축을 전제하고 편성했다. 추가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해야 한다.
또 결국 모자란 돈은 적자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 11조3000억원의 국채를 발행한 1차 추경으로 올해 국가채무는 1075조7000억원에 이른다. 국채 발행 규모가 늘면 국채 금리는 오르는데(국채 가격 하락), 시중금리까지 오를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홍남기 부총리와 기획재정부는 1차 추경 때부터재정 지원의 과도한 확대를 경계하는 목소리를 내왔고, 정부 입장은 이때와 변한 것이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인수위는 정부의 강제적인 방역 조치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추경안 제출이 현 정부 임기 내에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윤 당선인이 50조원 추경을 약속했다”며 “그 약속에 대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데, 특정 정부의 개별적 고위 관계자의 이야기에 반응하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인수위 내부에서는 지출 구조조정 대상으로 한국판 뉴딜, 직접 일자리 사업 등이 거론된다. 인수위 경제1분과 전문위원인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간 “한국판 뉴딜 등의 비효율적 지출만 줄여도 (50조원 재원은) 충분히 확보 가능한 액수”라고 밝혀왔다. 특히 문 정부에서 지난 5년간 추경을 열 번이나 편성했고 그 규모만 151조3000원에 이르는데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의식해서라도 결국에는 기재부가 인수위에 협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현 정부에서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되기를 강력하게 요청한다”며 “불가피한 경우라면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바로 제출될 수 있도록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대선 공약과 국내외적 경제 상황을 토대로 적절한 추경 로드맵을 짤 것을 주문한다. 그래야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고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경기침체에 물가는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므로 대규모 국채를 발행해 추경을 한다면 하반기에는 경기 대응력을 상실할 수 있다”며 “현재의 재정 상황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몇 차례에 걸쳐 나눠서 손실을 보상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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