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해마다 봄이 되면 유독 괴로운 사람들이 있다. 알레르기 질환과 춘곤증, 피부 건조와 같은 불청객이 함께 찾아오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건조한 날씨와 미세먼지·꽃가루, 일조량 증가 등이 원인이다. 이런 환경 변화에 잘 대처해야 봄철 건강 복병을 수월하게 넘길 수 있다. 따뜻한 봄을 건강하게 즐기기 위한 대처법을 소개한다.
━
알레르기 결막염·비염
눈꺼풀 가장자리 깨끗이 닦고 코에 온습포 쬐기
알레르기 질환자는 봄이 괴롭다. 미세먼지·황사·꽃가루가 기승을 부리는 탓에 알레르기 결막염·비염이 매년 반복하거나 악화하기 쉽다.
알레르기 결막염은 결막에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이 닿아 충혈·가려움증·이물감 같은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눈은 우리 몸에서 유일하게 점막이 노출된 기관인 탓에 미세한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눈 점막의 자극을 줄이려면 평소 세안할 때 눈꺼풀 가장자리까지 깨끗하게 닦는 것이 좋다. 눈꺼풀 가장자리에는 눈물의 지방층 성분을 분비하는 ‘기름샘’이 있다. 건국대병원 안과 신현진 교수는 “기름샘이 이물질로 막히면 눈이 건조해져 손으로 자꾸 눈을 만지게 돼 알레르기가 생기기 쉽다”며 “땀샘이 막히면 여드름이 생기듯 기름샘이 막히면 다래끼도 잘 생긴다”고 말했다.
매년 알레르기 결막염이 반복되면 미리 약을 처방받아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신 교수는 “기상청 일기예보에서 미세먼지·꽃가루 농도 예측을 확인하고 농도가 심해지기 약 일주일 전부터 약을 쓰면 이 시기를 좀 더 수월하게 넘길 수 있다”고 말했다. 눈이 가려울 땐 손으로 비비지 말고 항히스타민제를 처방받거나 냉찜질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 눈에 이물감이 느껴질 때는 식염수 대신 인공눈물을 써야 한다. 눈물에는 항균 물질과 영양 물질이 있는데, 식염수는 눈물의 이런 좋은 성분까지 씻어내 버린다.
봄에는 코점막을 촉촉이 하는 데 좀 더 신경 쓰면 좋다. 점막이 촉촉해야 점액을 충분히 분비하고 섬모 운동이 활발해져 먼지·털 같은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거르는 역할을 한다. 콧속 이물질을 빼내고 촉촉하게 하는 데는 코 세척이 도움된다. 미지근한 생리식염수를 코로 들이마셔 삼키지 말고 입으로 뱉는 방법이다. 세척을 지나치게 자주 하면 콧속이 오히려 건조해지므로 경증 환자는 하루 1회, 중증이면 아침저녁으로 최대 하루
2회 세척하는 게 적당하다. 수건에 60도 정도의 뜨거운 물을 적신 뒤 짜서 코·입에 따뜻한 김을 쐬는 ‘온습포 요법’도 도움된다. 비염은 강한 향수나 찬 공기에 잘 반응하므로 이를 피하는 게 좋다.
━
피부 건조증
미지근한 물로 15분 샤워하고 크림 듬뿍 바르기
봄철에는 피부 관리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피지(피부 기름) 분비는 증가하지만 피부 표면인 각질층의 수분이 부족해지면서 가려움증이 생기기 쉽다.
건조증은 피지선이 적은 팔다리에 잘 생긴다. 팔다리는 노출이 잘 되는 부위고 마찰도 심해 건조 증상이 잘 나타난다. 50세가 넘어가면 피지선의 활성도가 떨어져 피지 분비가 줄면서 봄에 피부가 더 건조해지기 쉽다. 피부가 건조해지면 아토피피부염·건선 같은 피부 질환자는 발진·가려움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긁다가 피부가 붉어지고 상처 때문에 색소가 침착해 까매지기도 한다. 당뇨 환자는 가려워 긁다가 상처가 생기면 잘 낫지 않으므로 건조로 인한 가려움을 완화하는 데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피부가 건조할 땐 보습을 충분히 해서 긁지 않는 게 중요하다. 겔·로션 타입은 보습력이 떨어지므로 꾸덕꾸덕한 제형의 크림을 쓰는 것이 좋다. 성분으로는 피부 장벽 회복에 도움되는 지질(세라마이드 성분 등)을 함유한 보습제나 수분을 더 잘 잡아주는 코코넛오일 같은 것이 좋다. 알로에 겔은 시원한 느낌을 줘 가려움을 일시적으로 완화해줄 수 있지만 건조증엔 별 도움이 안 된다.
샤워할 때는 체온과 비슷한 미지근한 물로 15분 정도 짧게 샤워하는 게 좋다. 피부에는 자연 보습 물질이 있는데 물이 너무 뜨거우면 녹아버린다. 보습제를 충분히 바르고 샤워 습관을 바꿨는데도 여전히 가렵고, 긁다가 피부에서 진물이 나거나 피부가 부풀어 오르면 먹는 스테로이드약이나 항히스타민제 등을 처방받아 사용하는 게 좋다.
━
춘곤증
실내에선 햇빛 잘 드는 창가에 앉고 불빛 환하게
무기력이 불쑥 찾아오는 계절이 봄이다. 봄은 겨울보다 낮이 길고 기온이 높다. 활동량이 많아지고 체력 소모가 늘어난다. 신체가 시차 적응을 하느라 일시적으로 피로해지기 쉽다. 봄철 날씨 변화에 따른 피로는 대부분 2주 이내에 자연스럽게 완화한다. 이때 자신이 왜 무기력한 기분이 드는지를 알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주수현 교수는 “과거에도 봄에 비슷한 증상을 겪은 적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이 나아지는 것을 경험했다면 봄철 무기력이나 우울감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말했다.
가벼운 무기력감은 기분 전환을 위한 약간의 노력만으로도 해소할 수 있다. 머리가 아프고 나른하다고 두통약이나 커피에 의존하기보다 비타민C가 풍부한 봄나물을 챙겨 먹고, 봄꽃을 보며 향기를 맡아보는 것이다. 주 교수는 “화창한 햇빛을 쐬는 시간을 늘리면 뇌에서 세로토닌이 분비되는 것을 도와 무기력감과 우울감을 떨쳐내는 데 도움이 된다”며 “실내에서도 가능하면 햇빛이 드는 창가에 앉고, 불빛을 밝게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무기력한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해 일상생활이나 업무에 문제가 생긴 경험이 있거나 봄이 오기 전부터 우울 증세가 있었다면 우울증 검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 주 교수는 “봄에는 일조량이 증가하면서 우울증 환자가 불안정하게 회복되는 시기에 충동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다. 주변의 관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봄철에 좋은 디톡스 습관
1 노폐물 배출 돕는 미나리·바지락
봄은 유해 물질을 내보내기 위해 디톡스가 필요한 계절이다. 그간 추운 날씨 탓에 활동량이 줄어 신진대사가 느려져 체내에 노폐물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쌓인 독소는 만성피로를 유발하고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식이섬유·아연·수분이 풍부한 식재료를 챙겨 먹으면 체내에 쌓인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 도움된다. 봄나물인 미나리는 대표적인 알칼리성 채소다. 미세먼지의 독성(산성)을 중화시킨다. 또 식이섬유가 풍부해 배변 활동을 도와 노폐물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데 탁월하다. 미나리는 줄기뿐 아니라 뿌리에도 영양분이 많으므로 버리지 말고 함께 먹으면 좋다.
봄철 밥상에는 미나리를 넣은 바지락탕을 권할 만하다. 중금속 배출을 돕는 아연이 풍부한 바지락은 봄에 가장 맛있는 제철 식품이다. 신선한 미나리를 무쳐 데친 오징어·수육과 곁들이는 것도 영양가 있게 먹는 방법이다.
다시마·파래·톳 같은 해조류도 유해 물질의 배출을 돕는다. 해조류의 끈적끈적한 점액질 성분은 수용성 섬유소인 ‘알긴산’이다. 이 성분이 중금속을 흡착·배출해 혈액을 맑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토마토·오이도 수분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디톡스 식품이다. 미세먼지에 ‘삼겹살’이 좋다는 건 근거 없는 속설이다. 오히려 삼겹살 기름이 미세먼지를 흡착해 체내 흡수를 높일 수 있다.
2 미세먼지 있어도 하루 3회, 10분씩 환기
봄은 그간 소홀히 했던 실내 환기를 하기에 좋은 때다. 공기 중 부유 세균·곰팡이 등은 알레르기 질환과 감염성 질환의 원인이다. 건조한 실내도 환기를 통해 적정 습도를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
환기는 매일 오전 9시~오후 6시에 최소 하루 3번 이상, 30분씩 충분히 자연 환기를 시키는 것이 좋다. 늦은 저녁이나 새벽에는 대기의 오염 물질이 정체돼 있으므로 이 시간대를 피해서 환기한다. 가장 효과가 좋은 방법은 맞통풍 환기다. 창문을 통해 실내로 들어온 공기가 맞은편 창문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탁한 공기가 더욱 빠르게 밖으로 나갈 수 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도 환기하는 게 좋다. 하루 3회 이상, 매회 10분씩 창문을 열어 짧게 자연 환기를 해줘야 한다. 바깥 공기가 나쁘다고 환기를 전혀 하지 않으면 이산화탄소, 발암성 물질인 포름알데히드와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이 실내에 축적되기 때문이다.
공기청정기를 사용할 때도 주기적인 자연 환기는 필수다. 공기청정기의 미세먼지 제거 효율은 밀폐된 공간에서 더 높게 나타난다. 하지만 환기를 전혀 하지 않으면 미세먼지 외에 다른 오염 물질(포름알데히드, 라돈,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이 축적돼 실내 공기가 더 오염될 수 있다. 자연 환기를 주기적으로 시켜준 다음 공기청정기로 실내 공기를 관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