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에서는 대출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당시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 가계대출 총량 규제 완화 등을 공약했다. (매경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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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금감원 체제 바뀔까
▷점진적 개편? 인사에 발목?
새 정부 수립을 눈앞에 두고 금융권에서 가장 관심이 몰리는 이슈는 단연 금융감독 체계 개편이다. 현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구성된 조직의 개편은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의제로 떠오르는 단골 이슈다.
지금의 금융당국 조직 체계는 2008년 이명박정부 때 구성됐다. 이전까지는 재정경제부 산하 금융정책국,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으로 조직이 구성돼 있었다. 개편 필요성이 불거지면서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정책국을 합쳐 금융위원회를 만들고, 산하에 금융감독원을 두는 식으로 개편됐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정책 기능을, 금융감독원은 금융감독 기능을 각각 부여받았다.
문제는 ‘금융 산업 진흥과 정책 설계’를 목적으로 하는 금융위가 ‘금융감독’을 해야 하는 금감원을 지휘한다는 점이다. 자연히 감독 기능이 정책과 산업 진흥 기능의 뒤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DLF 사태 등 금감원의 감독 부실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이 같은 지휘 체계가 그 배경으로 꼽혔다. 이런 이유로 성일종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금융위원회 내 금융정책 기능을 기재부로 통합해 보내고, 금융위는 금융감독에만 집중하는 방식의 금융감독 조직 개편안을 내놓기도 했다.
여야에서 관련 법안이 다수 발의됐을 만큼, 그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다. 게다가 만약 추진한다면 정권에 힘이 있는 취임 초기에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임기 말로 갈수록 관료의 힘이 강해지면서 조직을 손보기 힘들어진다”면서 “금융감독 체계 개편 같은 대공사는 정권 초기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여야 합의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점진적 개편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시각도 있다.
당장 가시화될 수 있는 분야는 금감원 내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의 독립이다. 현재 여당(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안으로, 분조위를 떼내어 금융분쟁조정중재원을 만들자는 주장이 담겨 있다. DLF 사태 등 대형 사건 때 금감원 분조위가 가동됐지만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이 걸리는 데다 금감원이 감독권을 무기로 금융사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비판도 많았다. 따라서 분조위 독립을 통해 이런 단점을 해소하는 절충안으로 금융감독 체계 개편이 시작될 수 있다는 예상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꽤 퍼져 있다. 금융 분쟁 해결 절차와 독립성 확보는 윤석열 당선인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공약에도 분조위 독립성 강화 내용이 담겨 있다.
다만 금융감독 체계 전면 개편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통령 인수위원회 경제분과의 다수 주요 인사가 현행 체계 금융당국 출신 ‘모피아’거나, 금융감독 체계 개편에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경제분과 총괄 간사 추경호 의원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금융위 금융정책국장, 부위원장과 기획재정부 차관 등을 거친 모피아다. 금융 분야를 다루는 경제1분과 간사 최상목 전 기재부 차관 역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 금융위 사무국장, 기재부 1차관 등으로 일했다. 조직 개편은 기존 권력의 재편을 의미하는 만큼, 해당 조직 출신 인사가 적극 추진하기는 어려운 의제다.
한편 경제1분과 인수위원인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인수위 합류 전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요구하는 ‘금융감독 개혁을 촉구하는 전문가 모임(금개모)’ 성명서의 서명을 요청받았지만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여러 차례 주장해온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이번 인수위 인선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도 새 정부가 조직 개편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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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보던 금융사, 금융정책 등장?
▷대출 총량 규제, 집권하면 풀릴 듯
새 정부에서 이뤄질 대출 규제 완화 여부와 정도에도 관심이 모인다. 대출 규제 완화는 윤석열 당선인의 주요 금융 공약이었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 가계대출 총량 규제 완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 상향,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기존 대출금에 대한 충분한 만기 연장 등을 내놓은 바 있다.
특히 윤 당선인은 생애 최초 주택 구매 가구 LTV 상한을 80%로 높이고, 첫 주택 구매가 아니더라도 지역과 관계없이 LTV 상한을 70%로 단일화하겠다고 공약했다. 현재 LTV는 규제지역, 집값, 주택 수 등에 따라 20~70%로 운영되고 있다.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 확대’ 역시 은행권이 귀추를 주목하고 있는 공약이다. 윤 당선인이 직접 언급한 이 공약은 세부 시행 방안이 알려진 바는 없다. 다만 시중 은행은 지금도 은행연합회, 분기별 사업보고서 등에 예대금리차를 공개한다. 그럼에도 공시 제도를 공약으로 내건 것은 단순 금리뿐 아니라 가산 금리를 결정한 세부 요인 등까지 공개해야 된다는 뜻이 아니냐는 추정이다. 은행권은 이 제도를 두고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더불어 인터넷은행과는 또 다른 형태의 은행이 나올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혁신 기업에 직접 대출도 하고 투자도 하는 미국형 ‘실리콘밸리은행’ 모델이다. 단순 대출 외 자기자본 투자(PI)를 통해 기술 금융 기반을 강화하면서 동반 성장하는 모델이다. 신성환 교수가 평소 주창한 개념으로 종전 보수적인 은행 영업 관행을 넘어 차세대 ‘현장 밀착형’ 은행 모델로 거론된다.
▶금융기관·유관 기업 ‘인사 빅뱅’
▷임기 말 수장 두고 설왕설래
새 정부 탄생을 앞두고 또 하나 관심을 모으는 것은 금융권 ‘인사 태풍’이다. 금융당국 수장은 일반적으로 임기와 무관하게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교체되기 때문이다. 반면 이를 막기 위해 임기 말 퇴임을 앞둔 정부가 ‘알박기 인사’를 추진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한다.
가장 큰 쟁점은 한국은행 총재 자리다.
문재인 대통령은 3월 23일 이주열 총재의 후임으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했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 측은 “당선인 측 의견을 들어 지명했다”고 설명했지만, 윤 당선인 측이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며 진실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권 교체기 ‘인사 빅뱅’을 두고 벌어지는 새 권력과 옛 권력의 알력다툼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산업은행 회장 자리 역시 거취가 불투명하다. 윤 당선인은 올해 1월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직접 반박하며 갈등의 불이 붙었다. 이 회장은 “산업과 기업이 돌아가는 방식을 모르니까 (부산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다. 산은이 금융 경제 수도인 서울에서 아우르며 전국의 균형 발전을 지원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은 2023년 9월까지가 임기지만 ‘문재인정부 임명직’이라는 꼬리표, 차기 정부와 시각차 등으로 자리보전이 쉽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동걸 회장 성향상 본인이 직접 거취 표명을 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한국성장금융은 윤 당선인 당선 후 금융권 ‘신구’ 충돌 첫 사례로 거론된 곳이다. 한국성장금융은 한국판 뉴딜펀드 등 30조원의 자금을 운용한다. 공식적으로는 민간 기업 성격을 갖고 있지만, 한국증권금융이 19.7%, 산업은행이 8.7%, 기업은행이 7.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 공기업이다. 당초 성장금융은 종전 대표 후임을 선임하는 절차를 추진하다, ‘알박기 인사’ 의혹과 새 정부 출범을 고려해 중단했다.
이 밖에 주요 금융기관·공기업 수장 중 임기 종료를 앞둔 이도 다수다. 금융기관·공기업 5곳 이상의 수장이 올해 안으로 임기가 끝난다.
김학수 금융결제원장 임기는 4월 6일 끝나지만, 아직 후임이 정해지지 않았다. 한국은행도 당초 금융결제원장 공모 절차를 진행하려다 ‘임기 말인 이주열 총재가 알박기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이 총재가 퇴임하는 4월 이후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장 임기 만료 후 당분간 공석이 예상된다.
신용보증기금 수장을 맡고 있는 윤대희 이사장 임기는 6월 4일, 방문규 한국수출입은행장의 임기는 10월 29일에 종료된다. 강호 보험개발원장의 임기는 5월 2일까지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은 내년 1월 초까지가 임기지만 거취를 두고 설왕설래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으로 임기 중 중소기업 지원 등에서는 정부와 호흡을 잘 맞춰왔다. 하지만 새 정부에서도 과연 이런 역할 수행이 가능할지를 두고는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팽배하다.
금융감독당국 수장을 두고는 여러 설이 동시다발적으로 퍼져 나온다.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8월 31일, 8월 6일에 각각 취임했다. 고 위원장과 정 원장 임기는 일단 법적으로 3년이다. 취임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셈이지만, 과거 사례를 살펴봤을 때 교체될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 이명박정부 출범 당시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감원장은 취임 6개월 만에 물러나기도 했다.
다만 경제 현안이 많은 만큼 유임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 금리 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발 자영업자 위기 등 금융당국 지도력이 필요한 사안이 산적해 있다. 고 위원장과 정 원장 모두 정치 경력이 없는 행정고시 관료 출신으로 정치색이 짙지 않다는 점도 ‘유임론’을 뒷받침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구성된 금융당국의 조직 개편은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떠오르는 단골 이슈다. 정책 기능을 하는 금융위 산하에 감독 기능을 하는 금감원이 있어, 감독 기능이 뒤로 밀린다는 이유에서다. (매경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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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부 금융권 인사 누구
▷김소영 서울대 교수, ‘경제교사’
이번 한국은행 총재 임명 논란에서 일약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이가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다. 그는 윤 당선인이 캠프 시절부터 각종 금융, 경제정책 현안을 상의하던 최측근 인맥으로 분류된다. 그래서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도 여러 번 거론됐다. 김소영 교수가 한국은행이 아니더라도 주요 금융 공기업 혹은 금융기관에 포진, 금융거시정책을 계속 다룰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이창양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 역시 떠오르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주로 산업통상 분야 전문가로 알려졌지만 금융위원회 신성장위원장을 맡은 이력도 있어 금융 산업 육성 부문에서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불어 경제1분과 인수위원에 깜짝 발탁된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도 금융 분야에서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신 교수는 박근혜정부 시절 금융연구원장을 지내며 인터넷은행 출범, 핀테크 진흥 등에서 역할을 한 인물이다. 핀테크, 블록체인 산업 진흥 분야에서는 국민의힘 공약비교위원장을 맡은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힘을 쓸 수 있다는 예상도 세인들 입길에 오르내린다.
그 밖에 대선 때 윤 당선인을 도운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한국교수협의회’ 주요 인사도 차기 정부에서 금융 요직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 최광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김인철 성균관대 명예교수(전 한국경제학회장), 전순환 중부대 교수(전 한국무역학회장), 김태준 전 한국금융연구원장 등이 참여했다.
[박수호 기자, 윤은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52호 (2022.03.30~2022.04.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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