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당선인 주장에 경영계 차등적용 주장 커질 듯
노동계 "절대 반대"…'샅바싸움' 넘어 초장 파행 우려
새 정부 첫 최저임금…인상률 두고도 싸움 치열할 듯
작년 7월 12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9차 전원회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다음 주 시작된다.
올해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주 전선(戰線)이 될 전망이다.
3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동부는 이날 최저임금위원회에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해달라고 요청했다.
최저임금법 시행령은 노동부 장관이 매년 3월 31일까지 최저임금위에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저임금위는 다음달 5일 첫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시작한다.
최저임금위는 사용자·근로자·공익위원 각 9명씩 27명으로 구성돼있다.
매년 최저임금을 두고 경영계와 노동계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공익위원들 손에 결정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 尹당선인 주장 '차등적용' 두고 격전 예상
보통 최저임금 심의에서 인상률 외 사안을 둔 논의는 경영계와 노동계가 각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논의를 이끌려는 '샅바싸움'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올해는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달리하는 '차등적용'에서 양측이 강하게 맞부딪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결정되는 최저임금은 '윤석열 정부 첫 최저임금'이 될 것이기 때문에 경영계와 노동계가 양보 없는 대립을 펼치며 최저임금 심의가 초장부터 파행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경영계의 오랜 주장이다.
특히 경영계는 코로나19 피해가 중소·영세기업에 집중됐다면서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최근 더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해 최저임금 심의에서 업종별 차등적용 안이 부결된 뒤 성명에서 '코로나19 여파'를 거론하며 "업종별 최저임금 수용력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단일 최저임금 고수는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절박한 현실과 바람을 외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제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 논의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라면서 "올해도 강력히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률을 논하기에 앞서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적용' 등 전반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내년도 최저임금 관련해 입장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중앙회는 지역과 업종별 특수성을 고려해 최저임금 결정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속해서 주장해왔다"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은 올해 경영계가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더 강력히 주장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후보 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지역·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한 전향적 검토가 이제 시작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을 사실상 결정해온 공익위원 9명 가운데 상임위원을 제외한 8명이 지난해 5월 새 임기를 시작해 2024년까지 직이 보장돼있다.
이에 현 정부에서 임명됐고 임기가 보장된 공익위원들이 새 대통령의 '공약'을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과 '눈치 보기'는 할 것이란 전망이 엇갈린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현행법상 업종별로만 가능하다는 분석이 많다.
최저임금법 4조 1항에는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단서가 부착돼있다.
다만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최저임금제가 시행된 1988년 한 차례만 시행됐다.
당시 최저임금은 '10인 이상 제조업'에만 적용됐는데 경공업 등 1그룹은 462.5원이었고 중화학공업 등 2그룹은 487.5원으로 25원 차이가 났다.
2그룹이 1그룹보다 최저임금이 약 5% 많은 것인데 이를 올해 최저임금(시간당 9천160원)에 적용하면 458원가량이다.
지난 1월 3일 오후 올해 최저임금이 표시된 서울 반포대교 인근 도로 전광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노동계는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차등적용은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해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 질적 향상'을 꾀한다는 최저임금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지적도 많다.
일하는 업종이 다르다고 삶에 필요한 생활비가 다르지는 않다는 것이다.
차등적용이 저임금 노동자 임금을 떨어뜨려 양극화를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지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대변인은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시행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최저임금 취지를 고려하면 시행이 돼서도 안 된다"라면서 "최저임금에 차등을 두고 싶다면 임금을 더 줘야 할 노동자에게 임금을 더 주면 된다"라고 지적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한상진 대변인은 "(경영계에선) 코로나19 상황과 기업의 임금 지급 능력을 거론하는데 이는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반영하는 것들이 아니다"라면서 "차등적용에 반대한다"라고 말했다.
한 대변인은 "(중소기업 등의 어려움은) 경제구조가 대기업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돼 이익을 대부분을 대기업이 가져가고 아래로 분배가 안 돼서 발생하는 것으로 최저임금 차등적용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최저임금 차등적용 안은 여태까지 여러 번 최저임금위에서 부결돼왔다.
2017년엔 사용자위원 4명이 퇴장한 가운데 찬성 4표, 반대 17표, 기권 1표로 업종별 차등적용 안이 부결됐다. 2018년엔 노동자위원 4명이 퇴장한 상황에서 반대 14표에 찬성 9표로 통과되지 않았다. 2019년엔 27명의 재적위원 중 10명이 찬성하고 17명이 반대했다.
2020년과 2021년엔 '찬성 11표·반대 14표·기권 2표'와 '찬성 11표·반대 15표·기권 1표'로 과거에 견줘 찬반 표 차가 줄었다.
지난해 7월 최저임금위 제9차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됐을 때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 인상률 두고 경영계 "그간 많이 올라" vs 노동계 "물가·경제성장 고려"
최저임금 인상률을 두고도 싸움이 치열할 전망이다.
경영계는 현 정부 출범 직전 시간당 6천470원이었던 최저임금이 올해 9천160원으로 약 41.5% 상승했다는 점을 들어 '안정화'를 주장한다.
노동계는 물가가 많이 올랐고 또 많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며 작년 11년 만에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는 점을 반영해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3.1%로 예상했다.
한은이 물가가 3%대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본 것은 10년 만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0%로 2016년 이후 최고였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정부 초부터 최저임금이 급격히 올랐다"라면서 "소상공인이나 영세·중소기업에 심각한 영향이 있었기 때문에 올해는 안정적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전체 노동자 가운데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15% 정도로 이처럼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상황에서 또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는 것은 반대한다"라면서 "기업의 지급 능력이나 경제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최저임금엔 물가상승률하고 경제성장률이 반영돼야 한다"라면서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고려하면 최저임금 인상률이 낮아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최저임금이 상당히 올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올해 임금인상 요구율을 소비자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반영해 8.5%로 정한 바 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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