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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리 홍콩 정무부총리가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장관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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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출신으로 홍콩 반정부 시위 강경 진압에 앞장섰던 존 리(李家超·64) 정무부총리(정무사장)가 홍콩 행정장관 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중국 정부가 그를 차기 행정장관으로 낙점해 안보를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국제 금융 중심지로서 홍콩의 위상이 더욱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리 부총리는 지난 6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중앙 정부가 사직을 수용하면 행정장관 선거 출마 준비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7일 보도했다. 지난 4일 람 장관이 차기 행정장관 선거 불출마를 선언한지 이틀만에 현 행정부 2인자가 출마를 공식화한 것이다.
리 부총리의 출마 선언으로 차기 홍콩 행정장관 선거 구도는 명확해졌다. 중국 정부의 낙점을 받은 그가 사실상 단독 후보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SCMP에 따르면 리 부총리의 출마 선언은 중국 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이 일부 홍콩 유력 인사와 선거위원회 위원들에게 그가 중앙 정부의 지지를 받는 유일한 후보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한 직후 이뤄졌다. 홍콩 행정장관은 별도 구성된 선거위원회에서 간접 선거로 선출하며, 중국 정부의 승인을 거쳐 취임한다. 현재 선거위원회는 위원 1463명 대부분이 친중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 중국 정부의 후보자 낙점은 곧 당선을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리 부총리가 행정장관 자리에 오르면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후 첫 경찰 출신 행정장관이 된다. 1977년 경찰에 입문한 그는 경찰 총수인 경무처장을 거쳐 2017년 보안국장(장관급)이 됐다. 2019년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반대 시위 당시 강경 진압을 주도하고, 이듬해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민주 진영 인사들의 체포와 빈과일보 등 반중 매체 폐간을 진두지휘했다. 그리고 지난해 경찰 출신으로는 처음 홍콩 정부 2인자인 정무부총리에 임명됐다.
SCMP는 “리 부총리가 선거에 나서는 것은 중국 정부가 국가안보 위험을 최소화하고 고질적 사회 문제를 해결할 강력하고 결단력 있는 행정장관을 원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홍콩 명보도 “중국 정부는 리 부총리의 국가안보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높이 사고 있으며 차기 행정장관은 미국과 영국의 압박에 맞설 수 있는 ‘철인’이어야 한다고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력에서 보여지 듯 리 부총리는 친중 강경파로 분류된다. 그의 출마 소식과 동시에 홍콩의 중국화가 더욱 가속화되고 국제 금융 중심지로서 홍콩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란 우려가 따라 나온다. 후이칭 홍콩 즈밍연구소 이사는 “중국이 그를 선택한 것은 해외 투자자들에게 홍콩이 금융과 비즈니스보다 국가안보를 더 신경쓴다는 인상을 줄 수 밖에 없다”며 “세계 경제계는 홍콩이 여전히 국제 금융 중심지로 자리잡고 있는지에 대해 혼란스러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리 부총리 낙점에 대해 중국이 여전히 아시아 금융 허브에서 안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그의 보안 분야 배경은 중국이 홍콩에 대한 통제를 더 강화할 것이란 우려를 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 행정장관 선거는 다음달 8일 치러진다. 후보자는 오는 14일까지 선거위원회에서 188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 등록하고 출마 자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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