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HBO MAX, 애플TV+, 디즈니+ 등 글로벌 OTT 업체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급성장한 OTT 시장이 앤데믹에 따른 재조정 국면을 맞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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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의 주가 폭락에 국내 콘텐트 업계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넷플릭스는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전날보다 35.12% 하락한 226.19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시가 총액은 하루 만에 540억 달러(약 66조6900억원) 증발했다. 19일 넷플릭스가 1분기 구독자가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20만 명 줄어든 2억2160만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한 데 따른 여파다. 넷플릭스 가입자가 줄어든 것은 2011년 스트리밍 서비스 유료화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넷플릭스 구독자 감소에 대해 “OTT 시장이 포화 상태가 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넷플릭스는 코로나19 특수 속에 2020년 사상 첫 가입자 2억명 시대를 열었다. 2017년 가입자 1억명 도달 후 3년 만에 2배로 뛰었다. 디즈니+와 애플TV+, HBO맥스 등 경쟁자가 늘어난 글로벌 OTT 시장에서 엔데믹 상황을 맞은 넷플릭스의 성장세는 둔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거기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현지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70만명의 가입자를 잃은 영향도 있다. 넷플릭스 한국 법인 관계자는 21일“코로나 특수가 있었기에 (구독자가) 빠지는 것 예상했다. 어차피 한번 거쳐야할 조정 과정으로 본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토종 OTT ‘웨이브’ 김용배 커뮤니케이션 전략부장은 “넷플릭스가 이미 가입자를 너무 많이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급성장하기엔 임계점이 온 것 같다”면서 “팬데믹 때문에 OTT를 본다는 가설이 많지만, 코로나보다 콘텐트의 영향이 크다. 지난해 ‘오징어 게임’ 전후가 (넷플릭스 가입자수 증가의) 피크 시기였고 올해 들어 글로벌 히트작이 많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공개된 '오징어 게임'. 올들어 넷플릭스 콘텐트에 글로벌 히트작이 없다는 것이 위기의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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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급성장한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트 확보를 위해 한국 콘텐트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진행해왔다. 2021년 한햇동안 한국 콘텐트 투자액은 5500억원에 달한다. 코로나19에 따른 거리두기 방역지침으로 영화관 관객이 급감하자 ‘사냥의 시간’(2020), ‘승리호’(2021) 등 대작 영화들도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로 직행했다. 정확한 계약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넷플릭스는 영화 제작비에 일정 수준의 수익을 더한 금액을 제작사에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미디어학자인 정윤식 강원대 명예교수는 “디즈니 , 애플TV 등의 가세로 OTT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인력과 콘텐트 확보를 위해 각 업체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점점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콘텐트 투자액을 계속 늘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한 제작사 관계자도 “넷플릭스가 그간 국내 제작사 여러 곳과 작업하는 상황이었다면, 이제 히트작을 낸 제작사들 위주로 구조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규모가 작은 제작사일수록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오리지널 콘텐트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성비 좋은 한국 콘텐트에 대한 투자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영화 ‘신과함께’ 제작사인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는 “이제 OTT는 대중에게 ‘디폴트값’이 된 것 같다. 코로나가 종식돼서 극장을 가게 돼도 OTT 한두개는 가입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며 “넷플릭스가 주가를 띄우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제작사들에는 유리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 ‘승리호’ 투자·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 김동현 본부장도 “한국 콘텐트는 영향력 대비 제작비가 적은 편이라 당장 국내 투자가 급격히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위기가 콘텐트 제작사나 토종 OTT 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드라마ㆍ예능 제작사 관계자는 “일부 제작사가 피해를 볼 수도 있지만, 현재 OTT 전반의 기세가 꺾인 게 아니기 때문에 그간 넷플릭스에 콘텐트를 뺏겼던 OTT 후발 주자들이 기회를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제작사들로선 선택지가 넓어지는 셈”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OTT 업계 한 관계자도 “코로나가 끝나도 OTT 시장의 전체 규모는 계속 커질 것 같다. 넷플릭스 주가가 떨어진 건 최근 들어 넷플릭스 콘텐트의 다양성이 떨어지면서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며 “예능 등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 토종 OTT들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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